꽤나 당황스럽고도 흥미로운 일이 발생했다.
2주 전 지렁이 회의 때, 당분간 지렁이는 “휴면”에 들어간다고 결정했다. 활동을 접는 게 아니라 내부 조정 기간이 필요해서 당분간 일을 만들지 않고, 회원들과 운영위원들이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가지자고 했는데, 웬걸 그런 결정을 언제 내렸냐는 듯이 일이 생겼다. 있는 일도 없애는 루인도 문제이지만 어떻게 가만히 있어도 일이 달라붙는 한무지의 경우는 또 뭐람. 뭐, “휴면”에 들어가자고 한동안 일을 만들지 말자고 했을 때에도, 일을 만들려고 한 ㅎㅁㅈ지만.
사건 개요는 “한무지씨를 증오하시나요?” (이 글을 먼저 읽어야 내용 파악이 빠를 듯해요.)
댓글을 통해 사건을 추측하면, 중학생들이 “장난”으로 만든 카페 이름이 “무지증오”였고, 그네들은 “장난으로 가볍게” 만들었다지만, “가볍게” 지나가기엔 이미 일은 충분히 커진 상태였다. 상당히 많은 트랜스들, 한무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카페의 글들을 읽은 상태. 그리고 상당수가 너무도 화가 난 상태. 카페를 폐쇄했을 때도 카페의 글들은 다음의 신지식으로 올라와 있어 여전히 확인 가능 했다. 지금도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으려나? 아무튼 그 내용은 다 캡쳐한 상태. (언젠가 얘기했나요? 루인은 악플에 상처 받지 않아요, 다만 캡쳐할 뿐. 케케.)
오늘 개별연구 수업이 있어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이 일은 상당한 고민으로 다가왔다. 적어도 루인의 입장에선 이 일을 단지 트랜스를 향한 혐오발화나 한무지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명예훼손으로만 읽으면 안 된다고 느꼈다. 이 사건이 발생한 맥락들, 저변의 맥락들을 같이 짚어야 했다. 이 사건을 단순히 개인을 향한 혐오발화나 인신공격으로만 읽는다면 이 일을 너무 표면적으로만 접근하는 셈이라고 느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일을 “텍스트”로 만들지 않으면서 어떻게 ‘건조’하게 접근할 수 있을까. 어제 내내 메모를 했지만, 아직 정리가 안 되고 있다. 아무려나 사건 추이를 좀 지켜 본 후, 어떤 식으로건 글을 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