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에 들어갈 용어설명으로 쓴 글. 그 책엔 이걸 어느 정도 요약해서 사용할 예정. 무식함을 자랑하고, 욕먹을 내용도 많지만, 그래도 관련한 내용이 인터넷으로도 퍼지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공개. 문제제기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해요. 🙂
#글을 보면, 내가 수학을 공부했다는 티가 너무 난다. -_-;;
한 개인의 몸에 고환(정소)과 난소가 모두 있고, 2차 성징을 거치며 “여성적 특질”과 “남성적 특질”을 모두 지니는 이들은, 의학적으로 진성 양성구유(true hermaphrodite)라고 부른다. 하지만 진성 양성구유는 간성 인구 중 소수이다(간성 인구 중 4% 정도라는 말도 있다). 두 개의 난소와 XX 염색체를 지녔지만 “남성적 외부성기형태”를 지닌 이들, 두 개의 정소와 XY 염색체를 지녔지만 “여성적 외부성기형태”를 지닌 이들도 많다. 그러니 난소나 정소, 염색체 형태, 외부성기형태, 2차 성징 이후 신체변화 등의 조합은 상당히 복잡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진성”이 소수라는 건, 의학에서 간성을 규정하고 이런 규정에 따라 “참/가짜”(true/pseudo)를 판별하려는 기획과 의도가 있음을 알려준다. 아울러 이른바 비-간성인 “여성”과 “남성”의 몸이라는 것, 일테면 한 “여성”이 두 개의 난소, XX 염색체, “여성형 외부성기형태”, 유방형성, 월경 경험 등을 동시에 지니는 건, 이런 다양한 조합의 한 형태일 뿐이다.
사실 한 개인을 간성으로 판정하는 방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는, 태어났을 땐 간성이 아닌 “남성”/“여성”이란 성별을 할당받았는데, 20살이 넘어 우연히 유전자 검사를 하고서야 자신이 간성임을 알게 된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성별을 판정하는 방법은 외부성기의 형태가 어떠한가에 따른다. 물론 태아의 성별을 판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외부성기의 형태가 페니스인 것 같으면 “남성”, 페니스가 아니고 클리토리스가 있으면 “여성”으로 우선적으로 판정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런 구분의 기준도 애매한데, 클리토리스(혹은 페니스)의 길이가 0.9㎝ 이하이면 여성으로, 페니스(혹은 클리토리스)의 길이가 2.5㎝ 이상이면 남성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이의 길이면 간성으로 판정한다. 이 말은 0.1~0.2㎝ 정도의 차이로 간성으로 판정 받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즉 간성과 비-간성을 구분하는 의학 기준이 임의적이라는 걸 의미한다. 간성에 따라선, 태어났을 땐 남자아이로 보여 남성으로 구분했는데 2차 성징이 시작하면서 유방이 발달하고 생리를 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다.
만약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간성으로 판정 받았다고 해서 그 아이가 “간성”으로 자라는 건 아니다. 외부성기 형태가 “모호”하여 여성/남성으로 판정하기 쉽지 않은 경우, 의사들은 아이가 간성으로 자라면 불행할 것이라 단정하고, 의사 임의로 혹은 부모들을 협박하여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을 한다. 이때 부모를 설득하는 방법은 아이가 간성으로 자라면 불행할 것이다, “비정상”으로 놀림 받을 것이다, 건강에 안 좋아 일찍 죽을 것이다, 외부성기재구성수술을 하지 않으면 동성애자가 될 것이다, 등이 있다. 간성의 성별을 결정하는 건 의사의 판단에 따른다. 어느 정도 “남성형 페니스”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여성의 성기 형태로 수술하고 호적상의 성별을 여성으로 할당한다. 이는 페니스의 크기가 상당히 작은 남성으로 자라 삽입을 할 수 없으면 굉장히 불행할 것이라는 판단, 남성의 고통이 여성의 고통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성애 혐오/이성애주의와 여성혐오 뿐 아니라, 간성 개인들이 경험하는 큰 문제는 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성별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사가 임의로 간성의 행복과 운명을 결정하고 이에 따라 살아갈 것을 강요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아울러 많은 경우 부모와 의사는 아이에게 간성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르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많은 간성들은 자신들에게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아서 더 불행하다고 얘기한다.
간성과 관련한 또 다른 이슈는, “간성을 남성과 여성의 성적 기관과 특질을 모두 지니고 태어난다”는 설명에서 발생한다. 이런 식의 설명은, 개인은 “남성”과 “여성”으로 태어나고 아무 문제없이 자라는데, 유독 간성만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생물학 교과서에는 간성을 잘못 태어나서 문제가 있는 이들로 다루며 일종의 증후군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간성을 젠더이분법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문제는, 트랜스젠더 이슈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개인은 “여성”/“남성”으로 태어나지도 않고, 호적제도가 할당하는 방식의 성별로 자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오직 “여성”과 “남성”으로만 태어나고, 할당받은 성별대로 자랄 것이라는 인식은 간성과 트랜스젠더 모두가 곤란함/갈등으로 경험하는 지점이다.
사실 이 용어 설명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점은 ‘용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다. 현재 한국에서 간성운동이나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어서(순전히 내 무식과 게으름의 문제이다), 운동과 커뮤니티에서 용어를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운동의 경우,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는, 단체이름을 통해 성전환자가 아니라 트랜스젠더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간성운동에선 양성구유를 사용할지 간성을 사용할지 혹은 지금 내가 모르는 다른 용어를 사용할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니 지금 사용하고 있는 간성이란 말은 임시로 사용하는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간성과 intersex를 대응하고, 양성구유와 hermaphrodite(헤르메스Hermes와 아프로디테Aphrodite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이 어원이다)를 대응하는 것도 논쟁적이다. 이는 향후 지속적으로 고민할 사항이기도 하다. [루인]
그럼 간성이란 번역 전까지는 어떤 용어가 통용되고 있었나요? 분명히 intersexuals가 있었을 것이 분명한데 쉬쉬해서 제대로 된 용어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인가요? 궁금하네요 🙂
확실한 건 아닌데 1980년대 즈음에 나온 국어사전에도 간성이란 말이 있어요. 저도 잘 모르지만 간성을 번역어라고 하긴 무리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저 양성구유, 반음양, “사방지”(사람 이름인데 간성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하더라고요) 등을 같이 사용한 거 같아요. 다만 “간성” 커뮤니티에서 어떤 용어를 선택할지 몰라서, 어떤 용어가 좋다고 단정할 순 없을 거 같아요. ^^
좋은 자료인 것 같습니다:D
과제로 작성할 글에 인용+참고하고 싶네요.(…베끼는 결과는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요..ㅜ 워낙 자료가 적어서)
blog.naver.com/flowless에 작성할 생각입니다. 허락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참고문헌으로 인용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에요. 글 주소는 https://www.runtoruin.com/1198 고요. 🙂
참, 위의 글은 [3×FTM: 세 성전환 남성의 이야기]에 실린 글이에요. 그 책에 관련 내용이 더 있고요. 아울러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를 참고하셔도 좋을 듯해요. 하하 ;;;
이 블로그의 관련 포스팅은
https://www.runtoruin.com/1426
https://www.runtoruin.com/1492
https://www.runtoruin.com/547
를 참고하셔도 좋을 거예요. 뭐, 이 블로그 자체가 워낙 관련 내용이 중심이긴 하지만요… 하하.
암튼 과제 잘 마무리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