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3×FTM]엔 세 명의 ftm이 등장하는데, 이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고종우씨다. 적잖은 페미니스트들이 좋아할 법안 명진씨나 활동가로서의 언어와 정체성이 분명한 무지씨와 같은 캐릭터를 좋아할 것 같은데, 실제 다큐를 읽고 나면 가장 인상적이고 좋아하는 캐릭터는 고종우씨다. 활동가로서 활동을 하다보면, 이전까지 사용했던 언어에서 활동을 통해 익히는 언어로 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점에서 고종우씨의 언어는 날 것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날 것의 언어를 통해 삶의 어떤 진실을 명징하게 포착하고 드러낸다.
그런 말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말들이 있는데,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다 받아들여요.”란 말과 “내가 내 삶엔 전문가니까요.”란 말이 무척 좋다.
ftm인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을 여성으로 설명하면서 남성의 옷을 좋아하는 걸 이해하지 못 한다고 종우씨가 말하는 장면이 있다. 술을 마시고 있는 와중에 하는 말인데, 이해는 못 하지만 받아들인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자신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이기에 타인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받아들인다는 말. 아름답다고 느꼈다.
물론 이 말이, “결국 당신이 ftm이 아니었다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 아니냐.”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내게 이 말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성찰하고 이런 성찰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 중에, 완벽하게 기득권인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많은 경우, 기득권의 편을 드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종우씨는, 자신이 기득권일 수 없게 하는 상황,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자 하는 셈이다.
“내가 내 삶엔 전문가니까요.”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척이나 감동했는데, 이 말처럼 내 자신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경우처럼, 트랜스젠더 역시 연구의 대상, 다른 누군가가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어떤 자리에 트랜스젠더가 나가면 트랜스젠더는 경험 증언자이고 전문가가 별도로 있어서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해석해주고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곤 했다. 활동을 시작하던 초기, 어떤 단체에서 사업을 기획할 때 특히나 이런 구도를 많이 취했다. 그래서 언제나 불쾌했다. 그러니 종우씨의 이 말이 ‘내가 내 삶을 완벽하게 알 수 있다’란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학력, 학벌, 전문가 권위 등에 기대지 않으려는 의지, 다른 누군가가 나를 설명하게끔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다가오기도 했다.
아니, 아니. 이런 식의 해석 따위 필요 없다. 그냥 이 말 자체가 멋지잖아. 힘을 주는 말이란 점에서, 그냥 좋아.
와. 그말 진짜 좋네요.. 마음에 힘을 충전해주는 말..
그쵸? 자주 떠올리며 좋아하고 있어요. 헤헤
<내가 내 삶엔 전문가니까요>라는 말을 당당히 하려면 참 열심히 살았겠구나 싶습니다. 어쩐지 전 자신이 없네요
아니, 라니님이야 말로 당당히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맞아요. 트랜스젠더 앉혀 놓고 전문가가 설명해 주는 거 너무 웃겨요. ‘전문가=공부를 많이 한 사람’ 이런 생각도 그렇구요.
그러니까요. 이런 식으로 자리를 마련하면 정말 짜증이 넘쳐 흘러요. 흐흐
첫번째 말 너무 좋아요 +_+ 두번째 말은…어쩜 좋아요 스피박이 떠오르고 말았어요 ㅡㅡ;; 대학원을 너무 오래 다닌 게죠 ㅠㅠㅠㅠㅠㅠ
흐흐흐. 근데 웃기엔, 저도 그런 경험이 많아요. ㅠㅠㅠㅠㅠㅠㅠ
저도 그 두 구절이 귀에 와서 꽂혔는데
자기 삶에 솔직하고 자신을 속이지 않는 이들의 말에 항상 귀기울여야지 그런 마음을 다시 다잡았어요.
누군가의 말에 기대고 싶을 때
정말 그래요. 자신의 삶에 솔직하고 속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해요. 그래서 정말 대단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