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오랜 만에 헌책방에 들렀다. 헌책방에 가면 예기치 못한 책과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평소 관심만 있는 책이라도 헌책방에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집어 든다. 절판되어 책방에서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책이 있으면, 이미 소장하고 있어도 사는 편이다. 그에 따라 늘어나는 지출은 큰 단점이다. 그래서 자주 못 간다. 며칠 전에도 과도한 지출을 했다.
미국이나 유럽 지역에서 나오는 현대 추리소설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관심을 둘까 하여 법의학자가 주인공인 추리소설을 샀다. 마리 르도네의 『장엄호텔』과 파스칼 로즈의 『제로 전투기』는 또 샀다. 몇 년 전 헌책방에서 사서 읽었는데 너무 좋아, 그 후로 책이 있을 때마다 사고 있다. 마침 품절이라 더 챙긴다. 어제부터 『장엄호텔』을 다시 읽고 있다. 여전히 좋다. 『장엄호텔』을 다 읽고 나면 『제로 전투기』를 읽을 예정이다. 다 읽고 나면, 이 책을 소장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넘길 예정이다. 혹시 원하시는 분은 댓글 남겨 주세요. 🙂
02
내가 구사하고 싶은 문장과 내가 실제 구사하는 문장 사이의 거리를 느낄 때마다 나의 부족함을 느낀다. 난 짧은 문장을 선호한다. 비문을 많이 쓰는 편이기 때문이다. 문장이 길어질수록 주술관계가 불분명하고 문장이 꼬인다. 짧게 쓰면 그나마 덜 꼬인다. 하지만 특정 주제(대체로 트랜스젠더, 간성과 같은)로 글을 쓰면 문장이 한 없이 늘어난다. 문장이 한 없이 늘어난다는 건, 고민이 충분히 영글지 않았다는 의미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그래서 부끄럽다. 부끄러움이 이곳, [Run To 루인]에 넘친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연습하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싶어 그냥 끼적이고 있다. 글을 쓰는 나는 부끄럽고, 글을 읽는 이는 괴롭다.
이건 일종의 반성문인 셈이다. 근데 너무 뻔뻔한 반성문이다. 😛
요 아래에도 반성하고 여기도 반성하고 뭔 반성을 그리 자주- 반성하지 말아요, 루인! (왜? ㅎㅎㅎ)
이사는 잘 끝났어요. 근데 집의 치명적 단점이…… 고기 골목이 뒤에 있어서 매일 밤 고기 굽는 냄새가 나요. 헉-
반성의 주간인가봐요. 흐흐흐.
(“반성의 시간”으로 쓸까 하다가 “반성의 주간”으로 바꿨어요. 흐흐.)
집 뒤에 고기 골목이 있다니요… ㅠ_ㅠ 밤마다 괴롭겠어요.
루인님 반성문 시리즈네요 ㅋㅋ
저도 학교에서 에세이 과제가 나오던 시절 많이 겪었죠…무한대로 길어지는 문장 ㅡ_ㅡ 고등학교 때 영어선생님은 23단어 넘어가면 그건 너무 길다는 뜻이니 둘로 나누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어째 대학교 에세이 쓰다보면 23단어 넘어가는 문장은 한 두개가 아니더라구요 ㅋㅋㅋ 멋진 문장을 쓴다는건 힘든 일이니까 못한다고 자책하지 마시길. 저는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ㅋㅋ
흐흐흐. 반성문도 상습이면 반성이 아닌데, 제가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큭큭.
전 예전에 한 문단이 한 문장이었던 적도 있어요. 흐흐흐. ㅠ_ㅠ
한글은 뭔가 구조상 문장이 길어지면 꼬이는 것 같아요; 저도 쓰다 보면 ‘뭐뭐 했는데, 그래서 뭐했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없이 ‘데’로 문장을 끊임없이 잇다 보면, 돌아가서 문장을 다시 끊어 줘야 말이 되는 사태가 종종 벌어지곤 해요 =_=
정말이지 문장을 늘이는 건 쉬운데, 끊는 건 너무 어려워요. ㅠ_ㅠ
전 종종 한 문장이 서너 줄이라 중간에 끊어야 할 때가 많아요. ;;
저도 자칫하면 글이 길어져요. 문장도 길고 글고 길고.. 단순명료한 문장으로 단순명료한 글을 쓰고싶단 생각은 드는데 역시나 잘 안되더군요… 으휴..
라니 님의 글은 가독성이 있어서 좋은 걸요! 편안한 호흡처럼 읽히는 문장이라 길다는 느낌이 안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