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뉴스 검색을 하면 요즘 가장 뜨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을 확인해야지 하고 대충 훑어만 본 기사가 하나 있다(영어 읽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통은 제목만 확인한다는;;; 더 늦기 전에 영어 과외라도 받아야 하나.. ㅠㅠ). 기사마다 다루는 내용은 다른데, 어떤 기사에선 세 살 때 부모에게 “난 여자예요”라고 말했다고 해서, 다소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아무려나 이를 계기로 학교의 젠더 관리(!) 정책이 바뀐다면 좋겠다고 구시렁거리고 있었는데…
워낙 많은 기사가 생산되어서인지(나는 유난히 많은 기사가 생산되는 특정 이슈의 경향성이 더 궁금한데, 이를테면 트랜스젠더 이슈와 이주민 이슈, 인종 이슈가 강하게 결합될 때보다 백인 아동의 트랜스젠더 이슈일 때 더 많은 기사가 생산되는 듯한데.. 물론 그냥 느낌일 뿐이다) 한국에도 소개되었다. 그런데… 차라리 소개하지 말라고!
기사 출처: http://goo.gl/0RpsS
문제의 기사는 경향신문에서 나왔고 제목은
6살 성전환소녀 “女화장실 가지 말라니…”
제목은 대충 제대로 뽑은 듯하다. 그런데 본문의 첫 두 문장에서부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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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성전환한 미국의 6살 소년에게 학교 측이 여자화장실 출입을 금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고 CBS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콜로라도주 파운틴의 이글사이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코이 마티스(6·남)는 일찍부터 여성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조는 인용자, 그러니까 제가 했습니다===
강조한 부분을 중심으로 읽으면 솔직히 mtf 관련 기사인지 ftm 관련 기사인지 헷갈린다. 근데 나 차분하게 안 쓰고 그냥 욕해도 돼?
…
구글플러스엔 “트랜스젠더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하려면 좀 제대로 하길 바란다. 이런 식이라면 안 하니만 못 하다. 어설픈 혹은 어정쩡한 관심은 노골적 혐오보다 더 불쾌하니까.“(http://goo.gl/hXDcK)라고 논평을 달았다.
근데 이 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가지는 불만은, 사람을 언급할 때 굳이 젠더를 표기해야 하는가에 있다. 물론 어떤 기사엔 젠더를 표기할 때 더 의미가 있고, 젠더를 표기하는 방식에 따라 매우 중요한 기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기사에 젠더를 강제로 표기할 필요는 없다. 경향신문이 저지른 이번 만행 혹은 무식한 짓거리는 언론에서 사람을 언급할 때면 나이와 젠더를 강제로 혹은 강박적으로 표기하는 관행과 밀접하리라(한국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젠더와 나이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는 관행이 여기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그리고 이런 강박이 일으킬 수 있는 폭력/문제가 이번 기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할까. 표기를 하려면 좀 생각을 하고 하던가.
기자는 “결국 마티스의 부모는 의사와 상의한 끝에 성전환수술을 해줬다.“고 과감하게 쓰셨는데… 기사를 더 읽어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겟지만 미국 나이로 6살이라면 성전환수술은 안 해줄 걸? 의사가 아무리 호의적이어도 2차 성징 억제호르몬, 혹은 mtf의 경우 에스트로겐 류의 호르몬을 투여할 순 있어도 수술이라니… 10대 중반이라면 수술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이제 초등학교 입학하는 나이에 수술이라고? 근데 경향신문에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을 거명하며 비판(이라고 쓰고 ‘욕’이라고 읽는다;;)하려고 했는데 기명기사가 아니야.. ㅡ_ㅡ
암튼 뒤늦게라도 이 기사의 문제를 깨닫길 바라지만, 뒤늦게 수정한다고 해도 난 이미 캡쳐를 해뒀고 앞으로 반복해서 사용할 예정이다.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프로젝트’에서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작할 계획이 있는데, 이때 이 기사를 꼭 활용할 거고. 이런 기사가 어떤 분노를 야기하는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반복해서 말할 거다.
+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 2011년 한 mtf/트랜스여성/트랜스젠더/여성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한겨레 기자가 나름 심층 보도를 했는데, 그 기사에서도 ‘남’이라고 표기해서 포털 댓글로 욕을 먹은 적 있다. (나 그 기사, ‘남’으로 표기한 것 캡쳐해서 가지고 있다.) 이후 기자가 내용을 고쳤는데 다 못 고쳐서 어떤 구절은 ‘여’로 어떤 구절은 ‘남’으로 적혀 있다지… 언론보도 가이드라인도 필요하지만 기자 대상으로 트랜스젠더 기본 교육을 하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르겠다.
++
이원젠더에 강박적 사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런 강박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 한국사회에서 ‘대중’이란 집단이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공공연히 표현했다는 점(인터넷 댓글에서 하리수 씨를 “형”이라고 부르는 혐오발화와 이 기사가 뭐가 다르냐), 소위 진보연하는 언론이건 보수연하는 언론이건 트랜스젠더 이슈에선 차이가 없음을 밝히며 묘한 연대(혹은 카르텔?)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측면을 이번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서.. 그냥 기분 나빠. 불쾌해.
만약에 이 댓글이 올라가면 차단이 풀린 거길 바라고 안 올라가면 이제 댓글쓰는 건 포기 … ;ㅍ ;
정말 그런 사례 많은것 같아요. 전에도 저도 네이버 뉴스에서 트랜스젠더 관련 기사 보는데, MtF를 남자 취급하고 FtM을 스스로를 남자로 ‘생각’ 하는 ‘여자’ 로 취급하고, 그런 경우였죠. 으아, 정말 기분 나빴어요!
혹시 영어 기사 중에 급하게 번역 필요하신 게 생기거나 하면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엄청 성기게라도 최대한 빨리 번역해서 보내드릴 …; 엄청 못하는 거지만 그냥 최후의 편한 수단으로써 … ;
직역투가 되겠지만, 영어문장 하나 한국어문장 하나 이런식으로 해서 하면 루인님께서도 직접 보실 수 있을거고요.;
농담이었지 차단할 리가 없잖아요.. ;ㅅ;
트랜스젠더를 다루는 기사를 읽노라면, 너무도 쉽게 트랜스젠더를 안다고 착각하곤 멋대로 쓰는 경우가 많은 듯해요. 댓글에서 읽을 수 있는 혐오발화를 기사로 발행한다는 걸 본인들은 알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달까요…
오오.. 영어번역!!
하지만 제가 요청하면 그건 정말 제 게으름의 극치일 듯해요. 완전 욕먹을 듯하고요.. ㅠㅠㅠ
Ciaran 님께서 원하는 기사를 번역해서 올려주신다면 더 좋을 듯하고요. 🙂
(제안을 덥썩 물고 싶지만, 나름 공부하는 입장에서 물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달까요.. ㅠㅠㅠ)
아 이 기사… 저도 트위터에서 다른 분이 링크해주셔서 봤는데요, 음…(…)
왜 경향 기사는 6살에 외과수술을 받았다는 걸로 해석할 수밖에 없도록 써놓았을까요;; 같은 분이 링크해주신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영문기사에 따르면(링크가 금칙어라고 안 걸어 지네요 ㅠㅠ), GID로 진단받기는 했지만 의료진들이 수술은 더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는데요. 제게 이 소식을 전해주신 분은 미/비수술 트랜스젠더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셨어요. 그나저나 같은 기사에 “…according to her mother she started expressing herself as a girl at the age of 18 months.” 라는 문장이 있어서, 이 아이는 젠더를 어떤 식으로 표현했고 부모는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인 걸까 하는 궁금증이…
한국 언론기사는 정말 강박적으로 성별을 표기하는구나 싶어요. 상관 없는 소식이긴 한데; HIV감염 영아가 기능적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보도할 때, 영문기사들은 a baby등의 단어를 주로 선택하는데 한국은 굳이 제목부터 ‘여아’ 라고 표기하고 있더라구요. http://imnews.imbc.com/news/2013/world/article/3242401_11211.html
트랜스젠더에 무지해서 수술했다고 적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몇 개의 기사를 훑었는데 어디에도 수술했다는 표현은 없으니까요. 아니면 공문서 상 젠더를 female로 바꿨다고 나왔던데 그래서 이걸 ‘성전환수술’로 이해했나 싶기도 하고요. 어느 쪽이건 정말이지.. 으으..
“…according to her mother she started expressing herself as a girl at the age of 18 months.”
이 구절은 저도 미스테리예요.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금칙어는… 조만간에 일괄 해제하던지 할게요… ㅠㅠㅠ)
링크해주신 기사는 제목만 훑었는데요… 아, 또 그런 차이가.. 이런 젠더 강박이 표상하는 지점을 분석해도 재밌겠다 싶다가, 너무 뻔한게 싶다가 그러네요..;;
기자도 문제지만…엄마는 또 뭘까요. 아무리 봐도 납득이 안가는데…도대체 18개월짜리 아이가 어떻게 자기가 여성임을 알린다는지 모르겠네요. 말을 제대로 할 나이도 아니고 자신의 성을 인식하는 나이도 아닌 것 같은데…엄마가 도대체 뭘 봤던걸까요?
많은 기사를 본 건 아니니 훑어본 몇 개의 기사를 토대로는, 그냥 엄마의 말을 기자들이 받아쓴 것 같더라고요. 근데 저도 18개월의 아이가 자기 젠더를 알렸다는 말에 어떤 식이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진실여부를 따지려는 건 아니고,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젠더 표현으로 받아들였는지.. 이런 게 궁금하달까요.. 기사를 좀 더 찾아보면 나오려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