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란 용어의 뜻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가요?
흔히 언론에서 주로 사용하는 “트랜스젠더”는 “남자/여자의 몸으로 태어난 여성/남성”이다. 다른 말로, 태어났을 때의 반대 성으로 자신을 인식한다는 언설이 가장 유명하다. 이런 설명은 정확한가?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제 블로그를 구독하는 분이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반대의 성 개념과 달리, 나는 종종 태어날 때 지정받은 젠더와 자신이라고 인식하는 젠더가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트랜스젠더를 설명하곤 한다. 나름 대중적으로 협상해서 사용하는 정의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확하게 무슨 뜻일까? “지정받다”라는 말은 나의 의지, 나의 해석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의지와 해석이 강하게 개입했다는 뜻이다.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내게 특정 의미를 부여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연두는 태어났을 때 남자로 지정받았지만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한다”라는 문장은 내가 사용하곤 하는 정의의 다른 판본이다. mtf/트랜스여성 판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는 두 가지 ‘사실’은 태어났을 때 남자로 지정받았다는 점과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정체화한다는 점이다. 이 진술에서 연두가 생물학적 남자/남성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 진술을 듣고 연두는 남성인데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하는 트랜스젠더라고 서술한다면 비약이다. 그것도 심각한 비약이며 내가 줄곧 비판해온 부분이다. 더구나 연두가 혹은 내가 태어났을 때 남자로 지정받았다는 점은 엄밀하게 생물학적 사실을 밑절미 삼는 판단이 아니라 의사 혹은 의료진이 갖는 문화적 해석 체계의 반영일 뿐이다. 내가 특강 자리에서 종종 얘기하듯 우리 중 자신의 유전자 정보, 염색체 정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르면서 안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이 인간을 여성 아니면 남성으로 이해하고 이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여기도록 하는 토대다. 태어날 때 남자/남성으로 지정받았음을 곧 그는 남성이다라고 등치하는 것이 트랜스젠더를 향한 사회적 차별 혹은 폭력의 출발점이다. 나는.. 이 정도는 이곳을 찾는 분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이것은 트랜스젠더를 이해하고, 트랜스젠더와 관계를 맺고, 트랜스젠더 맥락에서 세계를 이해하는데 있어 기본 중 기본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기본이라는 건 온전히 나의 주장이니 기본이 아닐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상식으로 알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상하게도 나는 내 블로그에 오는 분들에게 묘한 기대와 믿음이 있다. 트랜스젠더 이슈에 남다는 이해가 있을 것이란 믿음과 기대가 그것이다. 내가 기본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렇게 사유할 거란 묘한 믿음과 기대가 있다.
*계속*
오오, 이런 기본적인(?) 글 좋아요.
이런 글이 대중적으로라고 해야 하나…… 암튼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듯. 🙂
오오.. 고마워요!
근데 이게 좀 다른 목적에서 나왔다는 게 아쉽달까요… 다른 한편 이렇게 쓰는 글이 대중적이란 걸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동감이염~ 저도 이런 글이 읽기 더 쉬워요ㅎㅎ 이런 글이 많이 알려져야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거라 생각해요.
억.. 의도하진 않았는데 이 글이 매우 쉬운 글인가봐요… 흐흐. 갑자기 기분이 좋으네요… 히히히.
크. 글이 네개로 시리즈라니. 번역하려면 꽤 걸릴텐데 …;
내일이면 기말이 끝나니까 루폴의 드랙 레이스를 보는 대신에 루인님 글을 번역하는데 저의 휴가를 바치라는 … 그런 거죠? ;ㅂ ; 하하하하하하하하…
억… 번역하시나요? … ;;; 하지만 짧은 분량을 네 개로 나눈 거라 그렇게 힘들진 않을 거예요.. 아무려나 고맙습니다!!
근데 드렉 레이스를 보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요? 흐흐흐.
아 근데 이곳을 찾는 분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거라고 믿으신 걸 깬 게 저군요.
죄송합니다 ;ㅁ ; … 저로 말미암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결과로 전화위복이었으면 좋겠군요. 털썩
아… 아닙니다! 마지막 글이 공개되어야 정확하게 알 수 있으시겠지만요…
비공개 님껜 제가 많은 걸 배우고 있는데요! 그러니 행여라도..!!
헉…저는 루인님의 기대에 못 미칠듯ㅋㅋ 워낙에 단순해서 말이죠. 루인님 블로그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ㅁ;
흐흐. 혜진 님이 기대에 못 미친다니요.. 그 감수성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