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을 비판하는 것이 규범적 삶을 지향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규범적으로 살고 있거나 조금도 규범을 위반하지 못 하는 것처럼 인식(오인)되는 삶을 사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너무도 자주 이렇게 오독될 때 곤란함과 답답함을 느낀다. 규범을 비판함은 규범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비판하는 작업이지 개개인을 비난하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나면 또 답답하다. 이것이 규범적 삶을 살거나 그런 삶을 지향하는 사람에게 어떤 식의 ‘면책의 권리’ 혹은 ‘면책의 빌미’를 제공함도 아니다. 이럴 의도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규범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의 어떤 정치적 책임까지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범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작업은 비규범적으로 산다고 믿는/여기는 사람부터 규범적으로 산다고 믿는/여기는 사람 모두가 각자의 정치적 책임을 사유할 것을 요구한다.
어려운 일은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이고, 이것을 정말로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