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묘한 불안이 있었다. 처음 키운 리카는 나와 함께한지 2년을 못 채우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날은 5월 말이었고 서울에서 퀴퍼가 열리던 날이었다. 리카는 여덟 아이를 남겼고 그 중 바람이 나와 함께 했다. 분양 보낸 아이들 중 한 아이에 대해 전해듣기를, 리카와 동일한 증상을 겪었고 어려운 고비를 거쳐 회복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묘하게 불안했다. 하지만 바람은 오래 오래 괜찮았고 불안은 불필요한 감정이라고 믿던 그 시기에 바람은 리카와 동일한 증상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리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 당시 의사는 “원한다면 3차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볼 수 있다”고 했는데 당시 나는 초보 집사의 부주의함, 미숙함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때 의사의 조언을 받아 미리 유전자 검사를 했어야 할까. 하지만 검사를 받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병원에서 검사용으로 끝날 것이라고 했으니, 다시 그때와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면 장례를 치뤄주기로 결정하겠지.
바람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난 이후 나와 함께 하는 고양이는 8년을 못 넘기는 것일까 불안했다. 나중에 보리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그 불안이 더욱 커졌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면 안 되는데 감히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과욕이 이런 사태를 만든 것이 아닐까. 다행스럽게도 보리는 좋은 의사의 치료와 간병 속에서 회복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처방사료만 먹고 있지만 그럼에도 보리는 건강하고 귀리, 퀴노아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
이제 보리는 태어난지 10년이 지났고 나와 함께 한지도 10년이 다 되어 간다. 뭔가 고맙고 다행이다. 보리의 10년은 내가 고양이와 함께 한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언제나 미안함과 고마움을 남겨주고 있다.
나의 소중한 아기들, 그리고 안녕, 나의 보리. 함께한 시간만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