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 비가 와서 살짝 갈등을 했다. 귀찮으니 굶을까. 하지만 우체국에 갈 일이 있어 억지로 나섰는데,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 졌다. ㅠ_ㅠ 예전부터 살이 부서질 듯 하면서도 잘 버텼는데, 이렇게 뒤집힐 줄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장마가 오기 전에 예쁜 우산 하나 사야겠다. (튼튼한 우산 산다는 얘기는 안 한다 ;;; )
아침엔 커피를 쏟았다. 이건 명백히 능동태. 아침부터 왠지 커피를 쏟을 것 같았는데, 커피를 마시려고 컵을 잡으려다, 컵이 책상에 올려져 있는 상태에서 놓쳤는데 그러면서 화들짝, 컵을 밀었다. -_-;; 컵을 밀면서, ‘아, 지금 커피가 들어 있는 컵을 밀고 있구나.’ 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켁. 아침부터 멍한 상태였는데 덕분이 정신이 번쩍 들더라는….
02
양심이 주체를 만든다. 루인은 주체이고 싶지 않기에 양심 따위 버리기로 했다. (이 말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_-;;)
우체국에 간 김에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데, 이런! 너무 많은 금액이 들어 있었다. 최근 거래 내역을 확인 한 순간, 지난번에 했던 특강의 특강료가 들어왔는데 두 배의 액수로 들어왔다. 허걱. “양심”에 따라 고백할 것이냐 모른 척 넘어갈 것이냐가 문제다. 그 학교에서 잘못할 리는 없으니 특강료가 오른 건가? (그렇다고 두 배나 오를 리가 없잖아. 학교란 곳이 이런 일에 얼마나 짜게 구는데!) 아니면 전산착오? (설마.) 이런 상상을 하면서 조용히 넘어 갈까 했다.
아무튼 내일 오후에 있는 세미나 때 다들 만날 예정이니 그때 물어 봐야겠다. 뭐, 결국 이렇게 한다는 거. 아, 그러고 보니, 세미나 끝나면 집담회가 있고, 집담회가 끝나면, 또 회의가 있을 지도. 꾸에~
03
어제 늦은 저녁에 위그 회의가 있었는데, 그 와중에 누군가 “not yet hetero”란 말을 했다. 아직은 이성애자가 아니지만…. 이 말을 듣는 순간 다들 뒤로 넘어갈 정도로 웃었다. 왜냐면 말하는 맥락 속에서 나와야 할 말은 “not yet 트랜스젠더”아니면 “not yet 동성애”였기 때문. 아무려나, 루인은 “not yet hetero”란 말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초짜 이성애자”라고 번역할 수도 있을 듯. “초짜 이성애자는 너무 찾기 힘들 거다”는 식의 농담을 하며 다들 웃었다. 어디 가서 쓸 일이 있으면 꼭 사용해야지. 케케케.
와.. 정말 멋진 표현이네요.. 미니홈피에서의 그 글도 참 멋지던데.. ^^
그쵸? 흐흐흐 🙂
주체를 맹그는 지는 몰르것으나, 법이 죄짓게 하는 힘은 있는 거 같아요. / ‘낫 옛 헤테로/호모’는 ‘저 안즉 골동품이에요’로 읽히는데요, 난? 모든 지식의 핵심이자 정서적, 신체적 뿌리를 형성하게 될 성적 지식에 다다르지 몬헌, 역사이전의 골동품 에덴에 저 아직 살고 있어요랄까…
양심이 주체를 만드는 지는 루인도 잘 모르지만, 정말 법이 죄를 짓게 하는 것 같아요.
“낫 옛 헤테로/호모”를 그렇게도 읽을 수 있네요. 흐흐. 재밌어요.
그날의 자리에서 루인이 느낀 맥락은, 일종에 “제가 아직 동성애자라서…”랄까. 서울여성영화제에서도 많이 느낀 거지만, 감독과의 대화시간에 질문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제가 이성애자라서 잘 모르겠는데”라는 식으로 이성애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얘기하잖아요. 루인은 “낫 옛 헤테로”란 말이 이런 식의 전제를 조롱하고 있다고 느꼈더래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