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트랜스는 아니지만 트랜스로서 살아가며 여러 불편을 경험하고 있다, 란 말을 어떻게 하면 모순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중얼거렸다. 어제 오후 뜨거운 태양 아래서 걷다가.
앞의 “트랜스”와 뒤의 “트랜스”가 다른 의미라고 얘기하면 되지 않으냐고 말할 수도 있을 테다. 앞의 “트랜스”가 한 개인의 정체성을 “트랜스”로만 환원해서 나이도 초월하고 학벌이나 학력, 계급이나 계층도 초월한 존재란 의미라면, 뒤의 “트랜스”는 한 개인의 부분적인 상황을 의미하는 거라고. 하지만 “난 트랜스는 아니지만 트랜스로서 살아가며 여러 불편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중얼거렸을 때, 앞의 “트랜스”와 뒤의 “트랜스”는 거의 비슷한 맥락과 의미였다.
어떤 사람은 성전환수술을 하고 호적상의 성별정정을 했지만 자신은 트랜스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이 사람을 “넌 트랜스젠더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 상황에서 이 사람에게 트랜스라는 범주/정체성을 덮어씌우는 건 곤란하다. 이럴 때 이 사람은 “난 트랜스는 아니지만 트랜스로서 살아가며 여러 불편을 경험하고 있다.”라고 얘기하겠지. 하지만 “난 트랜스는 아니지만 트랜스로서 살아가며 여러 불편을 경험하고 있다란 말이 모순이 아니라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중얼거렸을 땐 단지 이런 상황만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나의 직관에선 너무도 자명한데, 다른 사람에겐 자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모순이거나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여겨져서 많은 설명이 필요로 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난 트랜스는 아니지만 트랜스로서 살아가며 여러 불편을 경험하고 있다.”란 말도 이런 상황인 걸까?
“난 트랜스는 아니지만 트랜스로서 살아가며 여러 불편을 경험하고 있다란 말이 모순이 아니라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란 말을 조금 바꾸면, 트랜스젠더(transgender)는 아니지만 트랜스젠더화된(transgendered) 상황에 있는 이들의 경험을, 성별이분법으로 환원하지도 않고 트랜스/젠더 이론으로 얘기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가 될 것 같다. 물론 조금 다른 의미긴 하지만.
“난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인으로 (대우받으면서취급받으면서, 간주되면서..등등) 살아가며 여러 불편한… ” 이란 문장과 “나는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동성애자로 살아가며..” 라는 문장과 트랜스를 넣은 문장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즉, 모슨은 무엇이 아니면서 무엇이라고 말하는 모순에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낼 수 있을 거 같아요. 모든 것은 우리 머리속에 들어있는 어떤 한 단어에 대한 매우 제한적인 이해방식에 있는 것이지.. 루인의 말대로 너무나도 자명한 그 문장이 비논리적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거죠.
와, 정말 그래요. 상당히 협소하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인해 “모순”이 발생한다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