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흔적들(가스비/길치/채식모임)

#
이번 달, 도시가스지로영수증이 왔다. 거의 충격적이라 금액을 접하는 순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단가가 올랐나? 지난 달 영수증이 없는 관계로(통장으로 이체하니 남겨둘 필요가 없다;;) 알 수가 없다.

그나저나 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이냐. 보일러도 밤에 잠깐 틀고 온도도 대충 20~21도 정도에 맞추고 사는데ㅠ_ㅠ 어쩌라고. (오랜만에 음악CD를 살까 했더니, 흑흑)

#
재미있게도 루인의 주변엔 길치가 많다. 루인이 아는 사람 중 길치가 아닌 사람은 두 명 뿐이다. 루인은 길치에 방향치이기도 한데, 오른쪽이란 말을 들으면 두 손을 들고 오른손을 확인한 다음에야 그 방향을 알아차린다. 때론 “오른쪽” 하고 중얼거리면서 왼손을 들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지도를 그리거나 누군가에게 길을 설명할 경우엔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안절부절못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로 심하냐면, 한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서 “세상에 나 보다 더 길치인 사람은 처음 봤다”는 얘기를 듣는데 그 말을 듣는 바로 그 친구가 루인에게 그와 같은 말로 농담을 했다. 뭐, 그렇다고 불편한 건 아니다. 그 자체가 생활이니까. 그러니 길치란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 길을 찾는 방법, 방향을 인식하는 방법이 지금의 사회가 합의하는 방식과 다를 뿐이다(라고 언제나 그렇듯 우긴다, 크크).

길치나 방향치가 수학에서 기하학을 못하는 것과 관련 있다는 얘길 듣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루인은 기하학을 좋아했다. 입체 도형을 다른 방향에서의 모습으로 그려놓고 같은 도형 찾기 같은 문제는 항상 다 맞췄다. 그럼 도대체 왜?

#
채식주의 페미니즘을 위한 첫 모임 약속을 잡았다. 즐겁다.

채식모임/졸업/저혈당

#
채식주의와 페미니즘을 함께 고민하는 준비모임을 빠르면 이번 주말 늦으면 다음 주 즈음에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어요. 오프라인으로 모여 한 번 정도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더 좋겠죠. 이랑 세미나에서도 얘기를 꺼내 볼까나….

#
루인의 블로그를 10월부터 접한 분이라면 기억 하실 런지 모르겠지만 “중간고사 시험 공부하기 싫어” 라며, 앓는 소리를 했다지요. 기말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죠. [Run To 루인]엔 쓰지 않았지만, 대신 시험공부는 않고 다른 글을 더 많이 썼듯. 쿠헹. 덮친 격이라고 다소 불쾌한 일도 있어서 몸이 그곳에 전념했던 고로 시험공부를 거의 안 했더래요. 더구나, 무려 20%나 차지하는 숙제를 제출하지 않았으니 위태위태. 떨리는 몸으로 성적을 확인했어요. 많이도 안 바라고 D-만 나오면 되니까. 제발 F만 면해달라고 바랐는데, 으하하, B. 드디어 학부 졸업! 캬캬캬

#
지난 채식모임에서 듣고 루인이 저혈당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네요. 푸훗. 증상을 보니 많이 겹치네요. 흐흐흐. 최근 10년 사이에 편두통과 알러지가 아닌 이유로 약을 먹은 적도 없고 병원에 간 적도 없으니(알러지로 응급실에 끌려 간 적은 몇 번 있지요) 역시나 병원에 갈 이유는 없겠죠. 혼자 의심하고 나중에 아닌가봐, 라고 킬킬거리면서 웃고 말 것 같아요. 돌팔이 자가 진단의 전형이죠.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이 즈음 떠오르는 노래: Eva Cassidy

몇 해 전, 인터넷 책방에서 포장 알바를 하던 겨울이었다. 사는 곳에서 한 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에 일하는 곳이 있었기에 오갈 때 마다 한 장의 CD를 듣곤 했다. 두 장 정도 챙기면 일하러 갈 때 한 장, 돌아 올 때 한 장.

그날은 12월 24일 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라고 “특별히” 저녁에 일을 하지 않았고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끝났다. 평소라면 9시 혹은 10시 즈음까지 일하는 알바 팀이 따로 있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니 일찍 끝난다고 했던가.

당시의 玄牝으로 돌아오는 길, 무슨 음악을 들을까 하다가, 며칠 전 산 앨범에 끼워준 샘플러 시디를 골랐다. 당시엔 몰랐지만 이후에야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어 했다는 알레스 뮤직의 샘플러 세 번째 앨범. 알고 골랐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한 번 들어보고 싶었기에 선택했다. 어떤 음악이 들어 있나 궁금했기에. 혹은, 언제나 그렇듯 앨범이 루인을 부른 건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은 추웠고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크리스마스이브이니 그럴 만도 했지만, 사람 많은 곳을 유난히 싫어하기에 서둘러 걸었다. 어느 거리였던가. 귀로 흘러 들어가는 소리. 기타 연주에 이어 흐르는 음악.

Eva Cassidy의 Autumn Leaves였다. 음악이 몸에 흐르는 순간, 숨이 막히는 느낌과 함께 멈춰 섰다.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고 눈물이 났다. 그 순간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Eva Cassidy와는 그렇게 닿았다. 이후 Eva Cassidy의 모든 앨범과 닿았고 이 계절이면 습관처럼 Eva Cassidy의 음악을 떠올린다. 이 계절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추억이 묻어있는 음악이 유난히 많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날이 날이니 만큼 종일 Eva Cassidy의 음악을 들으며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