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회

지난 토요일 대학원생 세션으로 발표회가 있었다. 학회 이름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그런 거 상관없다는 얘기에 용기를 얻어 발표하기로 했다.

가자마자 든 느낌은, ‘무겁다.’ 다들 정장을 입고 있는데 살짝 부담스러웠다. 초청한 이에게 물어보니, 법대의 분위기가 그렇다고 했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그래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발표를 시작하며, 복장의 정치학을 얘기했다. 왜 학술대회 같은 곳에선 양복이나 이른바 정장이라고 부르는 옷을 입어야 하는 걸까, 하고. 왜냐면 이런 말이 그날 발표할, 트랜스젠더 정치학을 모색하는 내용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옷을 입을 수 있는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옷을 입는가하는 문제는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복장을 선택하는 문제와 밀접한데 옷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문화적인 이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는 어떻게, 두서없이 끝마쳤다. 20여 분 정도 해달라고 해서 시간을 지켰고. 정말 별 내용 없는 발표였는데, 그나마 질의응답도 조금 있었다. 발표문은 조만간에 다른 매체에서 출간할 예정이랍니다.

독수리5″형제”…?

독수리 5″형제”라고 말한다. 관습적인 방식으로 읽자면, 3호는 “여성”이고 그렇다면 “남매”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텐데 왜 “형제”라고 부르는 것일까.

첫 번째 가설은 평소엔 남매인데 변신을 할 때는 형제가 된다는 거. 즉, 3호의 변신은 “여성”에서 “남성”으로[ftm] 트랜스하는 ftm 트랜스남성이란 의미. 그렇기에 “형제”로 부르는 건 당연.

두 번째 가설은, “남성”에서 “여성”으로[mtf]의 트랜스젠더여서, 평소에는 트랜스”여성”이지만, 복장변신을 하는 순간, 어쨌거나 “남성”으로 다시 트랜스 한다는 의미… 일까?

세 번째 가설은, 사실 3호는 “남성”이지만 크로스드레스[CD]를 하고 있기에, 변신을 하건 안 하건 상관없이 “형제”라는 것.

이 말은, 사실 독수리 5″형제”들은 ftm과 CD들, 드랙킹(1, 2, 4, 5호기)을 하고 있거나 드랙퀸(3호기)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거. 혹은 3호기는 CD로서 항상 크로스드레싱을 하고 있고 다른 이들은 부치거나 “여성”인데 “남성”으로 통하기 때문에 “형제”라고 불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거.

이런 상상을 하면서 잠깐 놀았답니다. 흐흐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합니다

어차피 아는 사람을 통해서 참석하는 것이라 루인이 딱히 실력이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어쨌거나 [법과사회이론학회]란 학술대회의 앞선 행사의 일환으로 “법과사회이론학회 대학원생 세미나”에서 발표해요. 아아, 부끄러운 글이지만 참석하는 것 자체가 루인으로선 하나의 배움이기에 참석하겠다고 했어요.

루인이 발표할 글의 제목은 “젠더를 둘러싼 경합들(gender dysphoria): 트랜스/젠더 정치학을 모색하며”이에요. 내용은 일전에 한겨레21에 실었던 글을 비판하면서 시작하는데, “잘못된 몸”, “남성의 몸에 갇힌 여성”, “여성의 몸에 갇힌 남성”과 같은 표현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의 몸을 해석하는 지점과 다른 사람들이 끊임없이 불러대는 방식 사이의 경합지점과 몸과 몸의 경합지점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해요. 그래서 젠더를 둘러싼 트랜스젠더 정치학과 페미니즘 사이의 갈등 혹은 경합, 그리고 트랜스/젠더 정치학을 모색하려는 내용으로 맺고 있지요. 이렇게 적으면 뭔가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환기하지만 사실 별 내용이 없어요. 계획은 거창하나 결과물은 초라한 거죠ㅠ_ㅠ

일시: 2006.11.11.토요일 오전 10시
장소: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 213호 SEMBA 강의실

참, 루인의 글은 법과는 아무 상관없어요. 다른 곳에 발표할 글을 보낸 것이라 서요. 법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도 괜찮다는 말에 하기로 했으니 성전환자성별변경등에관한특별법(안)에 대해 언급할 거라 기대하지 말아주세요. 혹시 준비할 지도 모르지만 법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요. 흐흐ㅡ_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