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할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일 년 전 즈음이다. 트랜스젠더 정치학 논문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몸의 언어를 모색하고 읽기 시작하면서, 중얼거린 말이 있다. 많이도 말고 한국에 트랜스젠더 관련해서 공부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열 명 만 있어도 좋겠다고. 그땐 그것이 꿈일 거라 여겼다. 기껏해야 운조선생님 정도만 글을 통해 알던 시절이었다.

세상일은 정말 모르는 거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트랜스/젠더 세미나에 참석해서 함께 꾸리고 있고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발족준비위에 참석해서 발족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관련 연구자들과의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운조선생님을 제외하면 몰랐다. 관련 논문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지난 6월 3일을 기점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 논문을 쓰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루인처럼 당사자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이번 학기 들어 논문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앞으로 쓸 예정인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난 사람들, 같이 알거나 개별적으로만 알던 사람들이 만나기로 했다. 설렘.

현재 논문을 쓰고 있거나 쓸 예정인 사람, 올해 제출해서 내년 초에 나올 사람들과 내년 말 혹은 내후년 초에 나올 예정인 사람들이 다음 주에 만나기로 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 사람을 제외하면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셋이 함께 자리를 해서 논문 관련 얘기를 나눈 적이 없고(루인은 각자와 관련 얘기를 나누고 있지만) 거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예정이다. 각자의 위치를 모색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계속해서 관련 주제를 다룬다면, 평생 논쟁하는 관계를 유지할 사람들이다.

아니, 이런 의미부여, 혹은 지나친 기대 같은 걸 적으려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그저 이런 좋은 일이 생겼다고 기념하고 싶은 것뿐이다.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발족식합니다

지난 8월 즈음부터 발족 준비를 한 것 같아요. “지렁이”란 단체를 꾸리기 위한 초동모임을 시작한 건 3월 그 즈음이니까 꽤 시간이 지난 셈이지요. 본격적으로 8월 즈음부터, 매주 모여서 회의를 하고 회칙를 만들고 하다보니 어느 새 10월 중순이 되었어요. 최초 계획에선 한 달을 미룬 셈이지만 그것이 늦어진 건 아니지요. 그저 지속적인 과정 중의 하나일 뿐.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에서 발족식을 합니다.

일시: 2006.10.21.토요일, 저녁 5시
장소: 아이샵 세미나실

약도

많이들 와주세요.

#살짝 자뻑을 섞어서 말하면 이 자리에 참석하시는 건 역사적인 현장에 참여 하는 거랍니다. 크크크 ㅡ_ㅡ;;;

숨책, 몸의 변화

어제 오랜만에 숨책에 갔다. “갔다”는 말은 다소 부적절한 표현이고 일일 알바를 했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사실 그다지 갈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헌책들과 놀 여유가 없어서 2달 넘게 안 가고 있는데, 아르바이트라니. 하지만 아르바이트라서 갔다-_-;;; 농담이고, 알바 기회를 빙자해서라도 한 번은 가고 싶었다. 그리고 가야할 이유가 필요했다.

갔지만 몸은 많이 피곤한 상태였다. 토요일, 두 개의 회의와 하나의 세미나가 있었는데, 회의 중 하나는 밤샘을 작정하고 끝장회의로 계획했었고 정말 새벽 4시 경에야 끝난 회의였다. 玄牝으로 돌아와 눈을 붙인 후 9시에 일어나 11시에 친구를 만나고 청첩장을 받았다. 루인의 친구 중에선 가장 빨리 결혼하고 아마 유일한 결혼일지도 모른다. 친구가, 아직도 결혼할 의사가 없느냐고 물어서, 아직은 없다고 그랬다. 중학생 때,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후, 여전히 비슷한 자기 선언 속에 살고 있지만, 조금은 다른데, 그땐 “평생 않겠다”고 말했고 지금은 “아직은 그럴 의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식의 변화는, “아직은”이라는 말이 “평생”이라는 말보다 더 정확할 수 있겠다는 느낌 때문이었지만, 이런 말이 더 단호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내일 일은 알 수 없지만, 언제까지 “아직도”일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나저나 입고 갈 마땅한 옷이 없어서 걱정이다. 정장도 없거니와 얌전하게 입을 만한 면바지 한 벌 없다. 죄다 청바지고 그것도 상당수가 힙합스타일이다;;;;; (그런데, 결혼식에는 옷을 어떤 식으로 입고 가야하나요? 아시는 분 좀 가르쳐 주세요ㅠ_ㅠ)

아무튼 이런 몸으로 알바를 갔으니,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잠깐 졸았으면 좋았을 것을, 손님이 있을 때 살짝 졸았다. 흐흐흐;;;;;;;;;;;;;;;

하고 싶은 얘기는 살짝 다른 건데, 두어 달 만에 만난 주인장이 루인에게 해준 말은 “살이 빠지고 어려진 것 같다”였다. 요즘의 유행코드에 맞는 말들이니까 좋아할 법한 말들이다. 기분이 나빴다는 얘기가 아니라 좋았는데, 그것이 마른 것을 선호하고 동안을 선호하는 그런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는 의미다(물론 이런 의미로도 안 좋았다면 거짓말 크크크;;;). 지난 8월 초부터 몸의 변화를 실험하고 있는데, 미약하나마 그것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런 몸의 변화는 9월 즈음부터 느끼고 듣기 시작했는데, 매일같이 만나는 루인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냥 재미있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