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설정의 어려움

스팸 리플이나 스팸 트랙백에는 종종 포르노그래피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 루인의 짜증은 포르노라서가 아니라 스팸이라서이다. 포르노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애초 찬/반의 문제도 아니거니와) porn은 스팸으로 등록하는데 별 갈등이 ‘없다.’ 문제는 sex.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sex가 주민등록번호 인증을 요구하는 언어라는데 광분하는 루인으로선 이 단어를 스팸으로 설정하기 어렵다. 맨 날 사용하는 언어가,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인 인간이 섹스를 스팸으로 등록하다니! 누군가가 혹은 루인이 이 단어로 트랙백을 보낼 수도 있는 상황인데! 아흑, 그래서 기묘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ㅠ_ㅠ

라디오스타: 라디오 청취자들을 위한 헌사

[라디오스타] 2006.10.13.금요일. 6회, 21:40, 6관 9층, I-12

영화와 놀다가 이준익 감독은 게이가 아닐까하는 느낌을 받았다. 푸훗. 이러다 모든 영화감독을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로 만드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p

굳이 따지자면 영화를 읽을 시간이 없었다. 수업 준비와 회의 및 세미나 준비, 25일에 있을 발표준비(한글논문 2개, 영어논문 7개, 영어책 2권을 요약해서 선생님에게 발표해야 한다, 후후후) 등등으로 영화를 읽으러 간다는 건 사치에 가까운 상황. 그럼에도 지난주부터 영화를 읽고 싶다는 욕망이 몸을 태웠고 결국 아트레온으로 향했다.

영화를 읽으며 이 감독은 게이가 아닐까 싶었다. 아닌 척 하지만 최곤(박중훈 분)과 박민수(안성기 분), 영월중계소의 국장과 음향기사, 이렇게 둘의 관계는, 후후후. 직접 읽으면 알 수 있어요. 🙂

이 영화가 재미있었던 건, 라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선물 같은 느낌 때문이다. 라디오 청취를 좋아하는 루인에게 이 영화는 같이 놀 수 있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라디오천국” 같은 느낌을 준다. 더구나 이 영화에서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루인이 가장 좋아하는 “정선희의 정오의 희망곡”을 바꾼 것이고, TV에서 안 하는 건 아니겠지만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청취자와의 전화연결, 그리고 청취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의 대처 등등. 아, 뭐라고 할 수 없는 이 느낌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노브레인의 열연. 후후. 비틀즈를 비롯해서 유명 락밴드를 분장하는 장면도 장면이지만, 이 영화에서 손꼽을 장면 중 하나는 [Abbey Road] 표지 디자인을 패러디하는 부분이다. 비틀즈를 분장하고 나와선 최곤과 박민수를 따라가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이 순간 표지 디자인을 패러디하며 재현한다. 그 장면에 넘어가라 웃었는데, 혼자 웃고 있더군;;; 아니면 혼자 너무 웃은 것인가ㅡ_ㅡ;;;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준익 감독이란 사람, 영화는 참 잘 만든다고. 사실 지금의 감흥으로는 이 영화를 다시 읽고 싶은 유혹을 마구마구 느끼고 있다. 물론 이 감흥은 이 영화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라디오청취자로서의 감흥에 기대는 면이 크다. 보이는 라디오처럼 이 영화는 그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발사이즈로 떠오르는 몸의 흔적들

신발을 사고, 관련 글을 적으며 재미있는 기억들이 몇 가지 떠올랐다. 그건 다름 아니라 루인의 신발사이즈에서 비롯한 일들. 20년을 넘게(라고 적으니 꼭 20대 초반 같다;;;;;;;;;;;;;) 살아오면서 발사이즈가 몇 인지를 안 건 4년도 안 되기 때문이다.

신발과 관련한 가장 재미있는 기억은 어릴 때다. 새 신발을 얻으면, 루인의 기억에서 새 신발을 산 기억은 별로 없고 새 신발을 얻어 신은 기억만 있는데, 이러다보니 얼추 루인의 발사이즈와 비슷하다 싶으면 신어야만 했다. 사실 발길이로만 따지면 별문제가 아니었다. 항상 문제는 루인의 괴팍한 성격 때문이었는데, 신발을 신으면 분명 앞부분이 남는데,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면 꾸욱, 하고 들어가는데도 루인은 작다고 말했다. 케케. 엄마는 이렇게 남는데 무슨 소리냐며 화를 내셨고 루인은 발이 아프다고 생떼를 썼다. 이런 갈등은 언제나 일어났고 ps의 중재가 있어야지만 끝났다. 볼이 넓은가보다, 라는 말.

이런 갈등은 개개인의 성장 배경, 성격과도 관련 있지만 당시의(지금이라고 얼마나 달라졌겠느냐 만은) 계급적인 상황으로 비롯한 일들이기도 하다. 하위직 국가공무원 집에서 운동화를 받는다는 건 반드시 신어야 한다는 의미였다(뇌물로 받았던 것이 아니라-_-;;; 아는 사람이 신발공장을 했었다). 그런데 앞부분이 이 만큼이나 남으면서 아프다고 생떼를 쓰다니.
[공무원에 대한 몇 가지 ‘오해’. 현재의 공무원 열풍은 IMF와 밀접하고 IMF 전까지는 인기직종이 아니었다. 아빠란 사람의 태도에서도 드러나는데 IMF가 터진 이후에야 비로소 공무원이란 직업에 상당한 자부심을 드러냈었다. 안정적인 직장이고 정년 보장이 최고의 매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시공무원과 국가공무원은 그 운영 방식에서부터 월급의 정도가 차이가 있는가보다. 루인이 어렸을 때 초코우유는 친척 분들이 놀러 와서 사줘야만 먹을 수 있는 그런 ‘비싼’ 제품에 속했다. 물론 루인은 공무원이란 직종을 싫어한다.]
그 시절엔 신발의 개념이 길이에만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당시에도 볼의 정도에 따라 같은 사이즈에도 여러 제품이 있었는데 루인에게로 온 신발만 그랬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그때부터 루인은 발사이즈보다 좀 더 큰 신발을 신기 시작했고, 헐렁한 감이 없진 않지만 어쨌든 편하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지냈다.

줄곧 운동화를 그런 사이즈로 샀다. 그러다 루인의 신발사이즈를 알게 된 계기는 4년 전 인라인스케이트를 판매하는 알바를 하면서부터.

일전에도 적었지만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휴학(심정적으론 자퇴;;;)하고 시작한 일이 대형할인마트에서의 보급형 인라인스케이트를 판매하는 일이었다. 매장에서 판매를 하다보면 인라인스케이트를 직접 타고 다니는 일이 많은데(알바의 입장에선 노는 것이고 매장관리자의 입장에선 제품 홍보 및 매출 증진의 한 방법), 잘 안 팔리는 제품을 신었을 때, 작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신을 만 한 것이었다. 그 제품은 260까지만 나오는 제품이었고 당시 루인은 270을 신고 있었다. 크큭. 인라인스케이트란 게 5mm정도 크게 신어도 괜찮다고 들었는데 260이 맞다니. 그래서 우연이겠거니 했다.

정말 알게 된 건, 인라인스케이트를 판매하는 매대 옆에 신발을 팔았는데, 신발을 사겠다고 신어보다가, 어랏, 255를 편하게 신을 수 있었다. 아니, 그렇다면 지금까지 얼마나 크게 신은 것이란 말이냐! 무디긴. 그때서야 비로소 신발사이즈가 255란 걸 깨달았지만, 흑흑흑. 루인의 몸에 드는 신발은 상당수가 240에서 250 정도가 최대란 걸. ㅠ_ㅠ

#지난 글에 사진 첨부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