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기

다른 이유로 썼다가 그냥 묻어버린 글. 하지만 그 일부가 그냥 묻어버리기엔 아까워서.
최초 쓴 내용에서 얼마간의 편집과 수정은 당연한 것.

하리수 이후, 트랜스젠더란 말이 인구에 널리 회자되었지만, 하리수 이후에야 트랜스젠더가 한국에 존재하기 시작한 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일테면 인류가 시작한 이래로) 성전환자들은 존재했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흔히 “가시화해야 한다”, “비가시적”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건 오만한 발언이라고 느낍니다. 없었다가 갑자기 나타났거나, 비가시적이었다가 가시적으로 변한 것이 아닙니다. 항상 존재하고 목소리를 내고 자신을 주장해왔지만 이제야 ‘거슬리기’ 시작한 셈입니다. 자신임을 주장하는 건, 자신을 고정된 정체성으로 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그리는(mapping) 작업입니다.
고통을 전시하지 않으면서 고통을 말하고 고통을 말하지 않으면서 고통을 전하는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이 만큼 고통 받고 있고, 차별, 폭력, 위협 속에 살고 있다는 재현을 통하지 않고도 요구하고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리수 이후 트랜스젠더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모르는 언어라고 느낍니다. 좀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자신들이 원하고 상상하는 모습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성전환자의 모습은 이렇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전환자들(혹은 ‘우리들’) 개개인이 어떤 식으로 협상하고 있는지를 말하려 합니다.

한 걸음 시작했을 뿐: 보고대회

어제의 보고대회는 그럭저럭 잘 끝났다. 이름부터 심란한 기자 분의 질문이 좀 짜증나긴 했지만.

직접 발표는 안 하고 객석에만 앉아 있었는데, 기자들이 사진 찍는 걸 보며 참 끔찍했다. 어떻게 저렇게 무례할 수가 있단 말이냐!! 하면서. 발표하는 사람 바로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밀고 찍으면 어쩌겠다는 건지. 정말 예의없음에 경악.

지난 번에 링크한 기사까지 포함해서 기사 링크.

세계일보20060901 ”성전환자 인권 실태”의 모든 것을 담았다 (해당신문사에서 보기)
뉴시스20060901 “성전환수술 평균 333만원, 종합병원 선호”
오마이뉴스20060901 학교도 직장도 벽… 갈 곳 없는 성 전환자 (해당신문사에서 보기)
조선일보20060902“팬티 입고 신체검사 ‘악몽'” 성전환자의 슬픔 (해당신문사에서 보기)
프로메테우스20060904‘왜 그렇게 하고 다닙니까?’…더 이상 듣기 싫어요! (해당신문사에서 보기)
연합뉴스20060904 ‘성전환자 인권 실태조사 보고대회’
연합뉴스20060904 ‘성전환자 인권 실태조사 보고대회’
한겨레20060904“치마교복 때문 가출·학업포기” (해당신문사에서 보기)
참세상20060905“남자새끼가 무슨 여경을 불러달라고 하냐” (해당신문사에서 보기)

심심하면 리플도 한 번 보세요.

제목의 선정성은 오마이뉴스와 조선일보를 따라갈 수가 없다.

불길해

”성전환자 인권 실태”의 모든 것을 담았다
“성전환수술 평균 333만원, 종합병원 선호”
학교도 직장도 벽… 갈 곳 없는 성 전환자
[정치 브리핑]박형준 “여권이 나를 타깃으로 삼았다”의 가장 아랫쪽.

이 기사들을 읽고 뭔가 불안함이 엄습하고 있다. 가장 재수없는 기사는 당연히 오마이뉴스에서 쓴 “학교도 직장도 벽… 갈 곳 없는 성 전환자”. 제목부터가 엄청 재수없다. 그나저나 보도자료를 어떻게 만든걸까? 흑흑흑.

아무튼 다음 주 월요일에 정식 보고서와 발표대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