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지만 즐거워: 근황들

방학 여행처럼 떠난 2006여이연여름강좌는 어제로 끝났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기획단에 합류했다. 남은 일은 자료집을 내기 위한 준비들이지만 그래도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어서 기쁘다.

오늘은 지난 학기, 같이 수업들은 사람들이랑 기말논문 발표회를 가졌다. 턱이 아플 정도로 많은 얘기를 풀어낸 자리. 즐겁다.

피곤하다. 한참 덥지만 이런 피곤함 속에서 즐겁다.

누가 “괴물”이야?

지난 번 글: “괴물: 소통, 가족, “엄마””

아직도 궁금한데, 이 영화에서 괴물은 누굴까?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유전자변이를 일으킨 물고기? 하지만 유전자변이라면 인간이 더 심하지 않아? 매 세대가 유전자합성과 변이를 통해 태어나잖아. 무수한 박테리아들과 균들로 인해 끊임없이 유전자 변이를 경험하는데 딱히 물고기가 괴물일 것 같지는 않아.

그렇다면 먹고 살려는 물고기를 죽이려는 현서의 가족들? (그 가족 구성은 혈연에 매개하지 않고 현서를 통한다는 점에 현서의 가족들이라고 부를 법 하다.) 괴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돌아다녔고 현서의 가족들은 현서를 구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그럼 이들 관계에선 누가 괴물일까.

배두나와 송강호, 박해일 등이 아무리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혹은 알아듣기 싫어하는) 국가와 병원 체계일까. 이미 “박테리아”로 낙인찍은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은 체제전복적인 위협이고 현서를 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국가나 병원은 생명을 방치하는 폭력이다. 이런 관계에선 누가 괴물일까.

모두가 괴물이란 의미일까. 각자의 관계 속에서 괴물의 의미는 다르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좀 더 재미있는 건, 포름알데히드로 변이를 일으킨 물고기의 경우, 관객에겐 그 존재가 보이지만 영화 촬영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도 그 물고기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픽으로 덧씌웠기 때문. 그렇다면 바로 그 지점, 현장 밖에 있는 사람들은 컴퓨터 조작을 통해 있다고 믿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없지만 있다고 믿는 그 상황이 만들어낸 그 무언가가 괴물인지도 모른다. 실제 존재하진 않지만 그런 것이 있다고 믿으며 강요하는 믿음들: ‘이성애’ 강박들, 나이주의, “정상”가족 강박, 학벌, 지역차별 등 결코 깰 수 없고 그것이 있어야만 사회가 돌아간다는 믿음들이 바로 괴물인지도 모른다.

요즘 뉴스를 들으며

예전, 어떤 강의시간에 들은 얘기. 당시의 주제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무슨 얘기를 하다가, 이 사례를 자신이 아는 사람은 다르게 분석하더라고 강사는 얘기했다. 그 사람은 그 사례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그 사례와 관련한 사람이 비서울대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는 것.

아침저녁으로 라디오로 뉴스를 듣는다. 딱히 뉴스만 듣는 것은 아니고 FM방송을 듣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러다보면 하나의 뉴스가 반복해서 나오는데 요즘의 화제는 김병준 교육부총리다. 사퇴 문제로 뉴스마다 일정 이상의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교수들의 논문 중, 중복기고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남의 논문 짜깁기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요약정리하고선 연구비 타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정도의 기준으로 교수 중에서 장관 후보를 찾는다면 거의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말은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관행”이 얼마나 만연한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기사를 접하며 슬그머니 드는 몸앓이는 이런 반응엔 학벌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였다. 고졸임에도 대통령이 된 현 정권 이후 정치권에서 학벌과 관련한 “망언”들이 많다. (전여옥씨의 발언이 대표적이겠지만,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노무현대통령이라고 안 부르고 “노무현”이라고만 부른다는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단순히 대학을 나왔다는 점만으로는 안 되고, 이른바 명문대 그 중에서도 서울대 출신이어야만 한다는 것.

그러면서 김병준씨를 검색했더니 비서울대 출신이었다. 비서울대 출신일 뿐만 아니라 비서울지역에 소재한 대학 출신이었다. 문재인씨가 법무부 장관 후보란 말에 정치권에선 역시나 반대한다고 하는데, 검색하니 비서울대 출신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을 다시 읽으면,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중복게재가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학벌 사회에서 자신들보다 학벌도 안 되면서 자신들보다 “높은/좋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꼬우니까 저렇게 반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

예전에 이회창씨가 “고대 나와서도 기자할 수 있나”란 요지의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언론고시란 말이 있을 정도로, 메이저급 언론은 학벌과 밀접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반응들은 학벌”파괴”(말이야 바른 말이지 “파괴”는 무슨. 그저 서열을 무시하는 정도일 뿐)로 인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을 것이 두려워서는 아닐까하는 의심을 한다.

억측과 추측만으로도 기사를 쓰는 상황에서, 루인도 이런 추측성 글을 보탠다. 하지만 정말 의심스러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