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이 “여류”비행사 영화라고?

라디오 듣다가 처음 알았다. [청연]이 (최초의) 여류비행사 영화라는 ‘사실’을.

최초의 ‘남성’비행사란 말은 없어도 최초의 ‘여성’비행사란 말은 있다. 최초의 비행사란 말은 있는데, 최초의 비행사=최초의 ‘남성’비행사란 뜻으로 ‘남성’이 인간을 대표한다는 의미다.

뭐, 이런 인식까지 바란 건 아니다. 하지만, 여류비행사라니!!! 지금도 종종 접할 수 있는데, 여류작가란 말이 있다. 박완서선생님도 7, 80년대엔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여류작가”란 평을 들었다(근데 “소녀적 감수성”은 뭐야?). 여류작가, 여류비행사 등등, 여류라는 말은 ‘여성’이 취미삼아, 풍류삼아, 놀이삼아 한다는 의미다. 즉, ‘남성’이 하면 전문적이고 진지한 것이지만 ‘여성’이 하면 취미일 뿐, “진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어머니”되기, 가사 노동 등등)는 뜻이다.

(“금남의 벽을 깬, 최초의 남성”과 같은 말은 있어도 남류작가란 말은 더더욱 없다. HWP에선 고쳐야 할 글자로 나온다.)

여류비행사라니. 영화 어디에도 박경원이 취미로, 심심풀이로 비행을 하지 않는다. 버럭, 화나는 일이다!

황우석 사태를 채식주의 페미니즘으로 읽기 위한 단초

07. 정작 낙농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들이 “생산”한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유 시기에만 생산할 수 있는 우유를 일년 내내 생산하기 위해 각종 호르몬을 주사하기 때문이다. 양계장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알을 낳게 하기 위해, 호르몬을 주사하거나 인공조명을 이용한다고 한다. 호르몬을 맞는 젖소나 닭은 모두 암컷이다.
이 글을 쓰면서 황우석 사태를 떠올렸다. ‘여성’의 난자를 대량으로 “채취”하기 위해 호르몬을 주사하는 것과 우유 혹은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호르몬을 주사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젠더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식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면이면서 육식이데올로기와 동물살해가 젠더폭력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드러내는 단면이 아닐까.

#내일 있을 세미나 발제를 위해 쓰고 있는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내일 관련 얘기를 할 수도 있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황우석 사태를 읽는 무수히 많은 입장들 중 하나는 채식주의 페미니즘이란 얘기를 하고 싶다. 상상력이 세상을 더욱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감각이라면 채식주의 페미니즘도 그런 상상력의 하나이다. 그 뿐이다.

[왕의 남자]: 트랜스 (1부)

다른 사람들이 동의할 거라 예상하지 않으며 납득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도 않지만, 처음부터 가장 걸렸던 부분은, [왕의 남자]는 ‘동성애’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트랜스젠더/트랜스섹슈얼리티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였다. 루인에게 공길은 ‘게이 남성’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트랜스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이것은 이반/퀴어와 트랜스의 “불편”한 관계에서 출발한다.
(1부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