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구매한다는 것은 그것을 소유한다는 의미일까, 새로운 관계에 들어간다는 의미일까. 루인이 살고 있는 집을 玄牝이라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것, 사용하는 컴퓨터에 나스타샤란 닉을 붙여 부르는 일 등은 흔히 사물이라고 부르는 ‘소유’물이 아니라 루인과 관계를 맺으며(상호작용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공간이라는 존재, 항상 만나는 ‘물건’들은 무미건조한 고정물이 아니라 항상 루인과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키워드 “玄牝”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몸이 아프면 먼지가 쌓인다”도 그런 의미이다.
지름신이란 말은, 소비자본주의적 행동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로 다가온다. 그리하여 구매하는 물건을 관계 맺는 대상이 아니라 소유물로 여기는 관점을 내포하고, 바로 그것이 불편하다.
물론 사람마다 공간이나 ‘물건’과 관계 맺기 방식은 다르겠지만, 지름신이란 용어가 불편한 건 소비가 단순히 일순간의 행위가 아니라 그 행위를 전후해 고민과 긴장이 발생하고 소비를 통해 새로운 환경/몸/관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