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역시 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랑둥이

대략 한 시간 전.

집 근처에서 “우우웅”하며 고양이 울음이 들렸다. 으잉? 무슨 일이 있나? 그런데 이건 융의 소리는 아니다. 융은 앙,하고 짧게 끊어 우는 편이다. 아울러 배가 고프다고 해서, 내가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는데 밥 달라고 울지 않는다. 그래서 건너편 옥상에서 동네 고양이들이 놀고 있나,했다.
구경해야지 하며 문을 열었는데… 융은 현관문 바로 앞에 있었다. 난 융이 후다닥 도망갈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곤 앙, 하고 울었다. 그리곤 다시 앞을 보곤 앙, 하고 울었다. 문을 조금 더 열었다. 계단 아래 노랑둥이가 있었다. 노랑둥이와 나는 눈이 딱 마주쳤다. 으..응? 그리고 잠시 삼자 대치(?). 노랑둥이는 잠시 갈등하다가 얼른 이웃집으로 도망갔다.
융은 계속 현관문 바로 앞에(나와 10cm 거리) 있다가 노랑둥이가 도망가자 그제야 평소 적당히 피해 있는 곳으로 도망갔다. -_-;; 밥 그릇을 확인하니 깨끗.
노랑둥이는 건너편 집 옥상에 사는 아이다(내가 사는 집이 지대가 높아 건너편 집의 옥상이 훤희 보인다). 가끔 옥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확인했고, 난 노랑둥이가 이곳으로 건너와 밥을 먹길 바랐다. 하지만 쉽게 올 수 있는 곳도 아닌 거 같고, 고양이와 내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사료 그릇을 보여주기만 했다. 아울러 지금은 융이 상주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자주 머물며 밥을 먹고 있으니 더 이상 내가 어떻게 관여할 부분도 아니고. … 그냥 이 정도로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노랑둥이가 이곳으로 건너와 밥을 먹고 가나보다. 하긴, 융 혼자서 다 먹기에 국그릇으로 두 그릇은 너무 많지. 의심은 했지만 설마했는데, 설마가 사실일 줄이야! 후후. 한 가지 걱정은 이렇게 마주치고 나서 도망갔으니 노랑둥이가 다시 안 오면 어떡하지? 아울러 밥이 없다고 서로 소리 내며 싸우면 곤란한데… 끄응…
암튼, 융 사진 공개.
여기가 융이 안전하게 피신하는 곳. 내가 훌쩍 뛰어들 수 없는 위치다.
융은 뒤로 이어진 길목(?)으로 다닌다.
밥그릇을 채우고 나서 괜히 사진을 찍고 있으니 내가 얄미울까? 흐흐.
+
겸사겸사.. 바람의 사진도 공개.. 흐흐.;;
며칠 전 폰으로 찍은 사진. 이렇게 있는 날이 잘 없는데 얼굴만 내밀곤 나를 불렀다. 흐흐.
난 이상하게 얼굴의 포커스가 나가고 뒷 배경이 선명한 사진이 좋다. 🙂
아.. 근데 배경이 무척 지저분하구나.. ;ㅅ;

폐점한 대여점 단상

집 근처에 비디오와 만화책, 소설책을 대여하는 가게가 있었다. 이사올 때부터 있었으니 꽤나 오래 되었겠지.
신기했다. 아직도 이런 대여점이 남아 있다는 것이. 장사가 될까, 궁금했다. 아니 주인장이 장사에 관심이 있는 건지 궁금했다. 규칙적으로 문을 여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오후 늦게까지 문을 안 열다가 저녁에야 문을 열었다. 어떤 날은 주말인데도 문을 안 열었다. 문을 여는 시간도, 닫는 시간도 불규칙했다. 장사가 안 된다는 의미거나 장사에 뜻이 없다는 의미거나.
주인장에겐 미안했지만 내가 이 동네를 떠나기 전에 폐업하고 재고처분하길 바랐다. ;;; 그 가게 앞을 지나갈 때마다 폐업을 앞두고 재고처분을 한다는 공고가 붙길 기대했다. 그렇담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긁어서 만화책을 잔뜩 살텐데. 어쩌면 귀한 비디오와 DVD를 구할 수도 있을 거고.
나의 바람이 통했을 리 없으니, 그냥 주인장의 뜻이리라. 어느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데 가게가 텅 비었다. 어랏. 만화책, 비디오, 책장 등이 모두 빠져 나가고 없었다. 으헉… 폐업은 했는데 재고처리는 안 했다. 아마 어느 헌책방이나 재고처리 전문 가게에 헐값으로 넘긴 것이리라. 주인장 입장에선 현명한 선택이지만 내 입장에선 아쉬웠다. ;;;
그 가게는 그렇게 텅 빈 상태로 있을 줄 알았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기엔 재개발 문제도 있으니까. 그래서 내부에서 뭔가를 정리할 때마다 신기했다. 작업부들이 일을 할 때마다 신기했다. 왜?
오늘 아침, 알바하러 가는 길에 공고를 봤다. 김밥천국에서 일할 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으잉? 이곳에 가게를 연다고? 이 동네에 드디어 김밥천국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살짝 좋았다. 그러며 혼자 망상하길, 설마 몇 달 장사하려고 가게를 개장하는 것은 아니겠지? 근데 구인공고가 대여점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의 것은 아니겠지? 설마 함바집을 예정하고 가게를 여는 것은 아니겠지? 최소한 몇 년은 버틸 것을 예정하고 가게를 여는 거겠지? 혼자 온갖 상상을 한다.
난, 이 동네에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부동산에 물어보면 가장 쉽고 확실한데 귀찮아서 이러고 있다. ;; )

‘오’에 집착하시는 미야베 미유키

요즘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를 읽고 있다. 『괴이』, 『혼조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를 읽었고, 지금은 『메롱』을 읽고 있다. 지금까지 읽은, 읽고 있는 작품은 현대물과는 느낌이 좀 다르다. 뭐, 재밌는 건 여전하고.
근데 불만은 여성 캐릭터 이름. 세 권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중,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메롱』의 다에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여성 캐릭터의 이름이 ‘오’로 시작한다. 오린, 오엔, 오쓰타, 오리쓰… 이 정도는 약과다. 『메롱』에 에피소드 수준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웃의 두 가족이 등장하는데, 그 집단에 속하는 네 명의 여성 캐릭터 이름이 오하쓰, 오슈, 오리쿠, 오시즈. 등장하는 귀신 다섯 중 여성 캐릭터가 둘인데 그들 이름 역시 오우메, 오미쓰. 나처럼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우는 입장에서 이렇게 비슷비슷한 이름이 계속 등장하면 곤란한데.. ㅠㅠ
에도 시대의 모든 여성 이름이 ‘오’로 시작한 것도 아닐 텐데 일부러 이러는 것? 심지어 『괴이』, 『혼조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메롱』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이름이 상당히 겹친다. 이쯤되면 ‘오’로 시작하는 이름을 여럿 만들어 놓고 에도 시리즈물에서 반복해서 사용한다고 추정할 수 밖에… -_-;;
그나저나 에도 시리즈물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이름이 모두(한둘 예외는 있겠지만) ‘오’로 시작한다면 이것도 대박이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