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그

01

지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는데, 어제는 무려 뒷풀이라는 곳을 갔다. 내가 일년에 뒷풀이는 한두 번 가는데(수업이 한 번이면 한 번, 두 번이면 두 번), 어제는 아니 갈 수 없었고 정말 즐거웠다. 자세한 것은 따로. 암튼 어마한 시간이었고 월요일부터 엄청나게 피곤함. ㅋㅋㅋ

02

목요일(08/15)에 오랜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친족 관계가 아닌 지인의 결혼식, 퀴어 결혼식은 두 번째인 듯. 이래저래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그 와중에 오랜 만에 만난 지인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인사하니 좋네요”

라고 인사를 해왔다. 그 순간 머리가 댕하니 울렸고 슬펐고 기뻤다. 오랜 만에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는 대체로 두 종류였다. 집회나 시위 장소거나, 장례식장이거나. 하나 더 하면 업무 차원이고. 그러니까 좋은 일보다 투쟁과 슬픔의 자리에서 인사를 하는 일이 태반이었다. 그렇기에 좋은 자리에서 인사하니 좋네요라니, 그래 이런 자리도 많이 많이 필요하지. 축하하고 깔깔 웃고 반가워하며 웃음만 한 가득한 자리에서 안부를 나누는 경험, 이런 경험을 만들 수 있는 더 많은 자리가 필요하지… 새삼 결혼식이라는 장을 마련한 친구에게 고마웠다.

03

내년이면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를 만든지 12주년인데 뭐라도 해야 할까 싶다. 12주년 다음이면 60주년인데 60주년은 못 하지 않을까? 그래서 뭐라도 해야 하나 싶은데 귀찮아서… 어차피 1인 연구소인데 무슨 기념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네.

빰을 맞지 않고 사는 것이 삶의 전부가 될 수 없더라

연출 구자혜

작: 색자 구자혜

배우: 색자

바로 정리하기 힘들 정도로 좋았다. 웃다가 울다가, 아니 웃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도 났다. 자세한 감상은 더 보고 정리할 수 있을 거 같다.

일단 올 해 내가 가장 잘 한 거: 이번 공연 예매한 것.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나는 자주 왜 나의 논문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를 고민하는데, 그 이유는 수 백 수 천 가지고 결정적으로 내가 무능해서 혹은 실력과 준비과 고민과 능력이 모두 부족해서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솔직한 답이다. 이 지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고민하는데.

나의 곤란함 혹은 곤혹스러움은 남성 아니면 여성이라는 이분법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설명 체계를 명확하게 만들고 싶었음에도 그것에 실패했다는 데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언젠가 대중 미디어에서 왜 드랙퀸은 더 각광받고 드랙킹은 덜 주목받거나 거의 주목 받지 못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 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패널은 그것이 남성의 여성성에 사회가 더 관심이 많다는 식으로 답을 했는데, 그것을 모르지 않음에도 나는 그렇게 답할 수 없었는데 이런 식의 대답은 결국 이원 젠더 체제를 재강화하고, 트랜스 실천이나 퀴어 실천을 결국 이성애-이원 젠더 체제를 근간에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답변은 명징한 듯하지만 익숙한 이분법 이상의 방향으로 가지 못했고 나는 그렇게 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대답은 무엇이 있을까? 애석하게도 나는 그 답을 못 찾았다. 계속 실패했고 어떤 실마리들을 논문에 쓰기는 했지만, 그 모든 것이 충분하지 않았다. 어딘가로 탈주하고자 했지만 그 탈주는 앙상했고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

트랜스를 인식론으로, 분석 범주로 다시 가져간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이성애-이원 젠더 체제로 환원되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권력 위계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논의를 할 수 있을까? 물론 나만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이들이 이와 관련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저 그 모든 것이 내게 딱 이것이다 싶은 것이 아닐 뿐.

그냥 주절주절… 아쉬움과 부끄러움에 주절 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