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럽지 않은 당혹스러움

[Run To 루인]에 어떤 경로로 들어오나 해서 리퍼리를 보다가 첫눈을 통해 누군가가 들어온 것을 보았다. 뭘까 하는 호기심에 눌러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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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추천블로그를 눌러 봤다. 그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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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루인이 모르는 곳에서 루인이 소비되고 있다는 건, 당혹스러운 일이다. 아니, 루인은 루인이 모르는 곳에서 루인이 소비되는 상황을 너무도 싫어한다. 이런 이유로 튀지 않음을 미덕으로 여긴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아서 잊혀질 것도 없는 상태. 루인이 모르는 곳에서 루인이 소비될 가능성 자체가 없는 상태.

하지만 이곳 인터넷이란 또 다른 현실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Run To 루인] 자체가 공개와 소통(/소비)을 위해 만든 곳이니까. 그렇지만 이런 모습을 만나면 묘하다. 일전에 구글에서 루인으로 검색하면 [Run To 루인]이 최상단에 위치했던 것과는 뭔가 다른 기분. 검색에서 제외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경계에 서 있는 모호함을 인터넷에선 ‘해결’ 혹은 소통할 수 있을까? “노국대장공주”를 검색해서 들어오는 것과 (요즘 [Run To 루인] 검색어 1위가 “노국대장공주”다-_-;;) 이렇게 얼토당토 안 한 추천블로그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고.

(첫눈에서 재미삼아 루인으로 검색을 했더니 추천블로그가 70개가 나온다. 우훗. 뭐, 네이버에선 지금 현재 389명이 나오는데, 뭘. 이런 개성의 익명성이 좋다. 튀지만 튀지 않음.)

받지 않는 번호

오후에 숨책에 갔다. “숨”과의 만남은 즐겁다. 하지만..

지상(숨책은 지하와 지상으로 이루어져 있다)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핸드폰에 저장한 번호 중엔 받지 않기 위해 저장한 번호가 하나 있다. 모르는 번호, 낯선 번호는 웬만하면 받지 않지만 간혹 그런 번호 중에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받기 싫은 번호를 저장한 것이다. 숨책에서 책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중에 온 문자의 번호가 그 번호다. 내용은? 이번 주말에 결혼한다고 찾아오라는 내용.

그 번호의 사람을 알게 된 건, 어떤 일을 통해서이다. 하지만 그 일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기에 그 일과 관련해서 알게 된 사람과는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 그간 번호가 한 번 바뀌었고 바뀐 번호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어떻게든 번호를 알아냈고 친한 척하며 연락 해왔다. 그것이 불편해서 번호를 저장했고 받지 않고 있다.

벌써 결혼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찾아갈 리 없다. 가장 가고 싶지 않는 곳 중의 한 곳이 결혼식장이거니와 그곳은 서울과는 꽤나 거리가 먼 곳이다. 아니다. 핑계다. 번호의 사람이 싫은 것이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이다. 그 뿐이다.

부딪히지 않고 도망치기만 해선 소용없지만 때론 이렇게 도망치며 회피하고 싶은 일도 있다.

보일러 +

이틀 전 보일러가 고장 났다. 뜨거운 물은 나오지만 순환이 안 되는지 玄牝은 싸늘한 얼음장 같았다. 우후. 그런 玄牝에서 잠드니 수시로 잠에서 깨는 것은 물론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더라고.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것은 곧 싸늘한 바닥에 올라서는 것이며 이불을 젖히는 것은 곧 차디찬 공기와 만나는 것이니까.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보면 차디찬 공기 때문에 잠에서 깼음에도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어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그 장면이 몸에 확, 와 닿았다.

보일러가 고장난지 이틀째인 오늘 아침의 경우, 맨발로 방바닥을 딛고 서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고 할까.

어제 저녁 주인아저씨에게 말했고 학교 가는 길에 보일러 고치는 분이 오는 걸 봤다(주인집에서 玄牝 열쇠를 가지고 있다). 저녁에 돌아오니, 따뜻한 玄牝. 우훗. 정말 오랜만에 냉방에서 잠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했다.

[#M_ +.. | -.. | 목요일은 이랑 정기 세미나가 있은 날이고 내일은 루인이 발제를 하는 날인데 이랑 카페에 벌써 발제문을 올렸다. 뭔가 난감하고 당혹스럽고 허전한 느낌이라니. 왠지 밤 11시 즈음에 올려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마구마구 든다. 이랑 사상 가장 빨리 올린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까지 하고 있다;;;

의외로 발제문이 빨리 끝난 건, 당연히 아래아 한글로 작업하지 않고 공책에 볼펜으로 썼기 때문. 초고 없이 나스타샤와 발제문이나 소논문을 쓰면 서핑 하느라 시간을 질질 끄는 경향이 있다. 꼭 서핑 때문만은 아니고 볼펜으로 쓰는 글이 더 편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역시나 아직은 아날로그가 좋은가 보다. 디지털의 편안함을 무시할 순 없다 해도.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