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위해 체력 관리를 잘 하는 편이다. 누군가는 내게 신자유주의의 몸 관리 주체와도 같다고 말할 정도로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일정을 조절하고 체력을 관리한다. 사람 만나는 일을 줄이고 컨디션이 나빠질 일을 줄이고 비염에 대비해 몸에 별다른 반응이 없을 때도 일단 비염약을 먹는다. 자는 시간과 깨어나는 시간을 가급적 비슷하게 관리한다. 이것은 특정 시기에만 하는 일이 아니다. 그냥 내 일상이고 그렇게 내가 글쓰는 몸일 수 있도록 애쓴다. 이것이 정말 신자유주의 주체의 몸 관리와 비슷하다고 해도, 나는 글을 쓰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행동이 특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확하게 이런 이유로 나는 체력이 좋다고 믿는다. 실제 체력이 좋긴 하다. 글을 쓰는 체력은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글을 쓰지 않는 내 몸의 체력은?
어제 퀴어문화축제 부스 행사에 참가하여 전시회를 진행했다. 아침 4시에 일어나 이것저것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선 다음 짐을 나르고 종일 땡볕에서 작업을 했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 그리고 오늘, 뻗었다. 체력 고갈! 하하 ㅠㅠㅠ
그러고 보면 나는 최근 몇 년 간 퀴어 관련 포럼이나 학술대회 같은 것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행사엔 참가를 하지 않고 있다. 활동을 처음 시작하고 지렁이 활동가로 활동을 할 당시엔 이런저런 외부행사나 집회에 자주 참가했다. 하지만 나를 연구자, 학생, 글쓰는 노동자로 더 많이 인식하면서 이를 위한 몸을 만들고자 했다(누군가는 지렁이 활동 때도 그랬다고 지적하겠지만… 하하). 그런 이후로 가급적 외부 행사엔 참가하지 않고 있다. 매 순간 여러 이유로 참가를 못 했는데 부스 행사를 마친 지금 나는 그 이유를 확인했다. 외부 행사에 참가했다간 나는 그 후 며칠 동안 글을 쓰지 못 하는 몸이 되리라. 그 전에 행사 다음 날은 뻗으리라.
어지간하면 오늘 하루 쉬고 저녁에 탈병리화 강좌를 듣고 내일 퀴어락에 출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탈병리화 강좌는 빠졌고 내일 출근도 무리다. 아하하. ㅠㅠㅠ 농담으로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틀 정도 쉴 수 있다고 말은 해뒀지만 정말 이틀은 쉬어야 하는 상태다. 아하하. ㅠㅠㅠ
나는 내가 체력이 좋다고 믿었다. 글을 쓰는 체력은 철저하게 관리를 하면서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하지만 그 외 활동에서 체력이 좋은지는 모르겠다. 이른바 저질 체력임을 확인했다. 그렇구나… 종일 비실비실 헤롱헤롱 거리다가, E가 아니었다면 음식도 제대로 못 먹었을 상태였다가, E 덕분에 영양 보충 할 수 있는 음식을 먹기도 했고 비타민 음료를 마셔서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블로깅한다. 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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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은 내일이나… 암튼 정신을 좀 차리고 달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