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나는 분명 실패했고 그 실패로 인해 빈번하게 수치스럽고 침울해지고는 한다. 움츠러들 때도 많고 후회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실패에 머물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기도 하다. 실패를 계속 반추하며 그래서 무엇이 부족했고 더 나아가야 했는지를 떠올리며, 실패에 매몰되기보다 실패가 출발점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기도 하다. 물론 나는 빈번하게 움츠러들 것이고 자주 수치스럽겠지만…

서퀴 후기 비슷한 거

오랜 만에 서퀴 퍼레이드 행사를 일찍 했고 그래서 맑고 바람 시원한 날 퍼레이드 행사를 했다. 나는 종일 돌아다녔고 32,000보를 찍었다… 그리하여 오늘은 종일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쉬는 중이다.

대한문 앞 혐오세력의 행사를 두 차례에 걸쳐 관찰했다. 12시 반 즈음 한 번, 15시 즈음 또 한 번. 일단 처음 갔을 때 상당히 당황했다. 행사장은 대한문에서 광화문 동화빌딩(?) 앞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1/4 정도는 ㅈㄱㅎ의 집회였고 3/4 정도는 혐오세력의 집회였다. 그런데 혐오세력이 한창 잘 나가던 시기의 30% 수준으로 사람이 적었다. 과거 같으면 12시 즈음이면 사람들이 가득할 뿐만 아니라 반대편 인도에도 혐오세력 참가자로 복잡했었다. 어제는 앞에만 사람이 채워져 있고 중간 이후로는 텅비어 있었다. 진행자는 빨리 사람들이 와야한다, 자리를 못 채우면 내년에 장소 못 빌린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후 3시 즈음 다시 갔을 땐 일단 자리는 다 채워져 있었다. 늦게 온 건지, 새롭게 데려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려나 자리는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열기가 예전과 달랐다. 앞부분이야 그렇다고 해도 중간 이후로는 조용했다. 이게 어떻게 비교되냐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ㅈㄱㅎ 집회는 사람들이 깃발을 흔들고 환호하고 시끌벅적했다. 반면 혐오세력 집회는 사람이 없나 싶을 정도로 차분하고 또 조용했다. 왜지… 무언가 바뀐 것일까?

아, 윤상현과 조배숙이 행사에 참가해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둘 다 22대 국회의원이다.

+ 어제 바람이 많이 불었고… 좋아하는 디자인의 우양산 하나 아작남 ㅋㅋㅋㅋㅋ 살 두 개가 끊어지면서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됨… 그나저나 어느 퀴퍼든 여름에 하면 암막 우양산 굿즈 내면 좋겠다.

음악 좋은 이야기

이러나 저러나 요즘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가 가장 재밌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의 신보가 나왔다. 바로 들었는데 괜찮더라. 같은 날 베쓰 기븐스(Beth Gibbons)의 첫 솔로 앨범도 나왔다. 두 앨범이 같은 날 나오다니… 베쓰 기븐스는 몇 달 전부터 싱글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기에 신보를 기다렸는데, 신난다. 곧 바로 들었고 역시 좋다. 베쓰 기븐스는 여전한데, 이건 두 가지 의미다. 베쓰 기븐스에게 기대하는 그것을 정확하게 제공해주고 있지만, 포티스헤드(Portishead) 이후로 계속해서 현재성을 만들기 위한 고민 혹은 변화 또한 담겨 있었다. 그리하여 여전하다는 말은 지금 듣기에 여전히 좋다. 동시에 빌리 아일리시와 베쓰 기븐스는 암울함 혹은 어떤 정서를 공유하지만 농도와 표현 방식이 매우 달라, 흥미롭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올뮤직닷컴에서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나와 감상이 비슷하면 기쁘고 다르면 뭐 어쩔 수 없고. 또한 이런저런 정보를 알 수 있어, 음악 듣는 재미를 더해주니 올뮤직을 찾는다. 베쓰 기븐스는 곧바로 평가가 나왔고 나와 비슷했다. 그리고 빌리 아일리시는… 공식 평은 없는데 사용자 평이 싸우고 있더라? 지금은 다를 수 있는데, 암튼 며칠 전에 갔을 때는 사용자 리뷰가 5/5와 0.5/5가 번갈아 나와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가수구나 싶었다.

둘은 최근에 나왔지만 뒤늦게 앨범 발매 소식을 듣고 열렬히 들은 음반도 둘 있다.

만수씨라고 부르고 싶은 이민휘의 두 번째 신보는 작년 말에 나왔는데 정말 좋다.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무키무키만만수 시절의 어떤 감성 역시 유지해줘서 기뻤다. 퇴근하는 길, 밤 길을 걸으며 들으면 더없이 좋아서, 신난다.

하지만 진짜 최근 며칠 사이 내 최애는 졸리 레이드(Jolie Laide)!!! 진짜!! 정말!! 좋다!!! 내가 20년 넘게 애정하며 들었고, 21세기에 데뷔한 가수나 밴드 중 가장 좋아하는 니나 나스타샤(Nina Nastasia)가 밴드처럼, 그룹처럼 만든 팀이다. 10년 가까이 활동을 중단했고 힘든 일을 겪은 뒤 2022년에 12년 만의 신보를 냈었다. 이후 새 앨범이 없나 하고 찾아보다 새로운 이름인 졸리 레이드로 신보 발매. 앨범 단위로 하루에도 대여섯 번은 듣고 있다. 이제까지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음악에 변화를 줬다. 리뷰에 따르면 초반에서 후반으로 갈 수록 보컬이 지쳐가는 식으로 디렉팅을 하는데 이게 가사의 흐름과 연결된다고.

그러며 알게된 것. 애석하게도 스티브 알비니(Steve Albino)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ㅠㅠㅜ 니나 나스타샤의 모든 앨범을 레코딩했고 내가 좋아하는 무수히 많은 밴드의 앨범을 담당했는데… R.I.P.

니나 나스타샤는 내게 음악 디깅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며 새삼 깨닫기를 디깅은 확실히 유튜브 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가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이 찐이라는 것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디깅은 근본적으로 다른 경험이었다.

20년도 더 전, 니나 나스타샤를 처음 디깅했을 때 향음악사에서 정식 발매한 CD는 9,000원 정도 했던 거 같고 직수입한 앨범은 소량이면 17,000원(비싸면 20,000원이 넘었다)은 되었다고 기억한다. 정식 발매한 앨범은 미리 들어볼 수 있는 경로가 많았지만 가게에서 직수입한 음악은 정보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없었고 구글번역기도 없었으며 유튜브뮤직 같이 거의 모든 음악을 서비스하는 사이트도 없었다. 그러니 방법은 직접 구매해서 듣는 것 뿐이었다. 오프라인에서 디깅은 다른 말로 감으로 구매해서 직접 듣기 전까지는 알 수 없으니 망해서 눈물 나거나 끝내주는 결과여서 눈물 나거나… 정말 돈이 드는 일이라, 달리 말하면 자본의 경험(?) 그 자체랄까. 그러니 온라인 디깅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내 돈…)

이렇게 생각하니 유튜브 프리미엄 월 결제 비용이 저렴한 거 같기도 하고? … 이상한 결론이지만 ㅋㅋㅋ 오프라인 디깅의 또 다른 즐거움은, 단골이 주는 이득도 있었다. 나는 오지은의 1집 앨범을 뒤늦게 구매했는데 매니저가 챙겨둔 오지은 초판을 내게 챙겨주셔서, 그 희귀한 초판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것이 오프라인 디깅… 아니고 당시 알바비의 3할을 CD 구매하는데 들였던 인간의 최후…는 아니고 암튼 그런 이야기…. ㅋㅋㅋ

아무려나 요즘 새 앨범 듣는 재미가 상당해서,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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