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

규범을 비판하는 것이 규범적 삶을 지향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규범적으로 살고 있거나 조금도 규범을 위반하지 못 하는 것처럼 인식(오인)되는 삶을 사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너무도 자주 이렇게 오독될 때 곤란함과 답답함을 느낀다. 규범을 비판함은 규범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비판하는 작업이지 개개인을 비난하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나면 또 답답하다. 이것이 규범적 삶을 살거나 그런 삶을 지향하는 사람에게 어떤 식의 ‘면책의 권리’ 혹은 ‘면책의 빌미’를 제공함도 아니다. 이럴 의도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규범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의 어떤 정치적 책임까지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범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작업은 비규범적으로 산다고 믿는/여기는 사람부터 규범적으로 산다고 믿는/여기는 사람 모두가 각자의 정치적 책임을 사유할 것을 요구한다.

어려운 일은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이고, 이것을 정말로 실천하는 것이다.

트랜스규범성 transnormativity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트랜스규범성(transnormativity)을 이야기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 영어 사용자를 중심으로 한 학제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를 하고 있진 않다. 이성애규범성이나 동성애규범성에 비추어 더 조금 뻔한 측면이 있다고 느끼는 것인지, 복잡한 감정으로 머뭇거리는 건지 확실하진 않다. 트랜스젠더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규범적 존재, 기존 질서를 강화하는 존재란 비난과 함께 하기에 트랜스규범성을 말하기는 확실히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일전에 <특종 헌터스>에서 보도한 트랜스젠더 관련 영상을 봤다. 내가 잘 몰라서 배울 내용도 있으니 괜찮았다고 평가 하고 싶다. 하지만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특종 헌터스>에 등장하는 트랜스젠더는 모두 mtf/트랜스여성이며 의료적 조치를 하고 있고 때때로 호적 상 성별 변경도 원하거나 이미 호적 상 성별 정정을 했다. 또한 매우 여성스러워서 ‘여자여자’한 느낌이다. <특종 헌터스>에 등장하는 mtf/트랜스여성의 모습은 여타의 미디어에 등장하는 트랜스젠더의 이미지/재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러한 이미지가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고 논의되는 트랜스젠더의 모습이다. 그럼 미디어를 비평하면 되는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눈팅만 하는 트랜스젠더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미디어에서 재현하는 모습과 매우 닮은 욕망이 흐른다. 다들 호르몬 등 의료적 조치를 원하고, 의료적 조치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고민하는 사람에게 의료적 조치를 적극 권하며 이것이 중요한 해결책처럼 말하기도 한다. 물론 회원 개개인의 맥락에선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어떤 경향성에선 특정 규범이 존재한다. 흔히 ‘트랜스젠더라면 이렇게 살겠지’라고 여기는 삶과는 다른 방식의 삶은 배제되거나 무시되는 경향 역시 존재한다.

트랜스젠더가 의료적 조치를 원하고, mtf/트랜스여성이 여성스럽게 행동하며, ftm/트랜스남성이 남성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규범성이라고, 이성애규범적 실천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트랜스젠더를 비난하는 것은 삶의 맥락, 정치적 위치성 등을 조금도 사유하지 않는 태도거나 사유하더라도 어떤 부분에서 실패한 태도다. 이것과는 별개로, 커뮤니티 차원에서, 그리고 삶의 실천에서 트랜스젠더의 트랜스규범성이 형성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트랜스규범성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규범성이 불편한 나는 트랜스규범성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나의 갈등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논의 지형이다.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논의는 현저하게 부족하다. 부족하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고,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매우 적은 수의 논문이 출판되고 있고 그 중 상당수는 법학 논문(판례 분석 논문)이다. 트랜스젠더의 삶, 트랜스젠더 이론, 트랜스젠더 정치학과 관련한 글은 너무 적어서 전무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금 트랜스규범성을 논하기엔 그 논의의 토대가 되는 논의 지형이 없다는 뜻이다. 트랜스젠더 정치학의 이론적 논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트랜스규범성을 비판하는 글을 낸다는 게, 어떻게 보면 매우 뜬금없다.

그럼에도 트랜스규범성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트랜스규범성을 비판하는 글 역시 트랜스젠더의 삶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개개인의 만남에서 나타나는 규범성에 불편함을 느끼며 조용히 커뮤니티를 떠나는 사람들, 말을 아끼는 사람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다양한 매체에서 비판하지만 그것이 충분히 맥락화되지 않고 그냥 개인의 불평으로 취급되는 상황이 존재한다. 동시에 어떤 실천이 주로 이야기되면서 내부에서 나타나는 복잡하고 변태적인 삶의 양식이 모두 누락되거나 배제된다. 그러니 트랜스규범성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누가 해주면 더 좋겠다! 히히.

2014 LGBT 상담 컨퍼런스가 11월 15일에 열립니다.

2012년부터 시작한 LGBT상담컨퍼런스가 올 열립니다. 올해 주제는 포비아라고 합니다. 많은 것을 시사하는 주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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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합니다
LGBT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약자입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2002년 창립 이후 전국의 여러 상담가 양성과정과 보수 교육에 참여하면서 상담가들이 성적소수자를 이해하고 또한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다양성에 기반한 상담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는 예상치못한 여러 고민거리에 부딪치는데 이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지식이나 정보, 상담 사례 등을 듣거나 보고 배우며 느낄 기회가 거의 없었기 떄문입니다.
이에 국내 유일의 LGBT 전문 상담소인 <별의별상담연구소>와 함께 2012년부터 LGBT상담컨퍼런스를 매년 개최해왔습니다. 3회를 맞이하는 올해의 주제는 ‘포비아’입니다. 상담가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이해하려고 해도 우리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여러 가지 성적 혐오가 이미 들어와 있고, 이에 대한 심리적인 방어 기제가 작동하는 까닭에 내담자를 파악하고, 상담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호모포비아, 에이즈포비아, 트랜스포비아 등은 상담가뿐만 아니라 내담자에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혐오’ 자체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혐오를 넘어선 상담의 깊이를 더 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런 욕구를 가지신 상담 전문가 및 심리상담 분야 종사자, 대학원생, 학부생 그리고 상담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서 알찬 컨퍼런스를 준비하였습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공부해온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담가들의 고민과 궁금증을 풀어드리고 열정에 응답할 것입니다. 1시간 강의, 30분 질의응답으로 구성해 궁금하신 것들을 보다 충족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4 LGBT 상담 컨퍼런스
– 상담의 과정에서 부딪치는 여러 성적 편견과 포비아를 뛰어넘도록 돕기 위한 컨퍼런스
일시: 2014년 11월 15일 (토) 10:30 ~ 18:30
장소: 한양대학교 사회과학관 523호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에서 5분 거리)
대상: 상담 관련 실무자 또는 심리학 관련 전공생 및 상담에 관심있는 일반인
주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 별의별상담소 / 한양대학교성적소수자인권위원회
강사소개
루인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연구활동가)
‘날 혐오하덩가 말덩가’라는 심뽀로, 하지만 마음 한켠에선 폭력 피해를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이런 두려움을 밑절미 삼아, 포비아와 폭력이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퀴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또한 포비아와 혐오폭력이 이성애 구조, 이성애 범주를 직조함에 있어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트랜스젠더를 사유의 중심축으로 삼아 세상을 재해석하려고 노력하며,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 <남성성과 젠더>, <성의 정치 성의 권리>를 함께 썼고, 그외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호림 (동성애자 인권연대 HIV/AIDS 인권팀장)
2011년 봄, 에이즈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났다. 2011년 여름, 부산에서 열린 세계 에이즈 대회에서 에이즈 인권 운동을 만났다. 우연한 연결고리들이 이어져, 지금까지 에이즈 운동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성소수자 운동과 에이즈 운동, 사회복지학을 하며,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 중이다. 사회적 낙인이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1997년 하이텔 동성애자인권모임 <또하나의사랑> 대표시삽을 맡으면서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1998년 한국 최초의 동성애잡지 를 창간했고 2002년에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를 설립해 지금까지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채윤의 섹스말하기’(2000) 공저로 ‘섹슈얼리티 강의 두 번째’(2006),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2010), 남성성과 젠더 (2011) 무지개성상담소(2014) 모두를위한마을은없다 (2014) 등이 있다.
별의별상담연구소
LGBT를 위한 전문 심리상담소.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때문에 상담을 받기 어려웠던 분들이 편안하게 상담 받을 수 있는 곳이 되고자 한다.  LGBT 당사자는 물론 그들의 가족, 지인 모두를 환영하며, 개개인이 보다 자유로운 삶, 편안한 일상을 꾸리도록 지지하고, 나아가 이성애 중심의 상담 및 사회적 관점이 변화하는 데에 힘을 보태는 것이 별의별상담연구소의 목적이다.
일정표  
10:30  ~1 1:00    접수 및 등록
11:00~12:20  여는강의 1. 변태와 이상성욕에 관한 것처럼 보이는 상담에서 헤매지 않기  (한채윤)
– 성적 다양성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소위 변태와 이상성욕으로 분류되는 상담에서 당황하지 않고 핵심을 찾아내기 위하여.
   
12:20~13:20   점심시간
13:20~14:50  특강1.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 그리고 궁금함 (호림)
– 동성애가 에이즈를 퍼트린다는 주장들의 오류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왜 에이즈에 대한 혐오가 생기는지, 에이즈에 대해 정확하게 알기위하여
14:50~15:10   휴식 시간
15:10 ~16: 40   특강2.  트랜스젠더를 만나는 두려움, 거부감 그리고 궁금함 (루인)
– 트랜스포비아는 왜 생기는 것일까. 현실에서 트랜스젠더 내담자가 느끼는 두려움을 파악하고, 상담에서 트랜스젠더에게 느끼는 상담가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하여  
16:40~ 17:00   휴식 시간
17:00~18:30  워크샵:  LGBT 상담과 포비아  (별의별상담연구소)
  – LGBT 전문상담소인 별의별상담연구소에서 사례를 중심으로 상담가와 내담자가 서로 직면하는 포비아를 분석하는 시간
등록안내
1. 참가비
  사전등록(11월 14일 17시까지)  25,000원                  
  당일등록(11월 15일)  30,000원              
  단체등록(7명 이상 / 11월 14일 17시까지)  20,000원
  * 자료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 등록방법
1)사전 등록 : 11월 14일 오후 5시 전까지 이메일 ( kscrcqueer@naver.com )로 신청하시고 참가비를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이메일 신청시 이름과 연락처, 입금자명을 꼭 적어주세요.
               소속 단체나 학교명 또는 참가 이유나 요청 사항 등을 더 적어주시면 저희가 참고하여 더 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2)단체 등록 : 7인 이상이 함께 등록하시면 단체 할인을 적용받으실 수 있습니다. (단, 사전 등록시에만)
               7인의 이름과 연락처는 반드시 기입해주시고 있으시다면 소속 단체나 학교명까지 쓰셔서 kscrcqueer@naver.com 으로 보내주시고 계좌로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입금자명을 꼭 메일로 알려주세요)  
               
3)당일 등록(현장 등록)  :  당일 행사장 앞에 설치된 접수대에서 등록하시면 됩니다
  등록비 입금계좌  
우리은행 1006-301-221561           예금주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3. 안내사항
   메일 : kscrcqueer@naver.com  전화: 02- 743-8081 로 연락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