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번호 변경

번호를 변경했다. 누구에게 알려야 할까를 고민하며 연락처 목록을 쭉, 살피는데.. 별로 없더라. 아니,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락처에 있는 사람 중엔 최소 1년 이상 연락을 안 한 사람도 여럿이고 2년 이상 연락을 안 한 사람도 여럿이더라. 아울러 전화나 문자보다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사람이 더 많더라. 그리하여 고민하기를 전화번호는 어쩐지 만약을 위해서 필요하지 실제 필요한 수단은 아닌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냥 바뀐 번호를 알리는 연락을 거의 안 돌렸다. 그러며 내 번호를 아는 사람은 택배기사님 정도겠구나 싶었다.
전화 연락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 즉각 반응해야 하는 속도가 그리 좋지는 않아서다. 한숨 돌릴 수 있는 문자가 좋고, 문자보다 조금 더 긴 숨을 고를 수 있는 이메일이 더 좋다. 물론 경우에 따라 나는 이메일을 문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쓰고 있긴 하지만…
아울러 주말엔 어떤 연락에도 답하지 않는 습관을 들일까 고민하고 있다. 언젠가 어느 블로그에서, ㄱ이란 사람은 토요일엔 어떤 연락도 받지 않아서 처음엔 힘들고 답답하고 짜증도 났지만, 나중엔 그게 좋았다고 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어떤 연락도 받지 않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삶. 그 글을 읽은 후, 특별한 일이 아닌 한 주말엔 이메일 답장을 잘 안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젠 주말 이틀 간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아예 연락을 하지 않는 시간으로 정할까 고민하고 있다.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주말까지 일을 하나 싶어서…
일정은 늘 빠듯하지만 그럼에도 정서적 여유 시간을 좀 가져야겠다. 이게 정말 필요하다. 이렇게 여유 시간을,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야만 더 오래 운동하고 글을 쓸 수 있으니까. 좀 여유를 가지자..

글쓰기와 마감

글을 써야 하는 사람(대학원생 포함)이 종종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마감 시간은 넘겼지만 한 번이라도 더 읽고 조금 더 내용을 보태면 글이 더 좋아질거야’라는 믿음이다. 일천한 나의 경험에 따르면, 다른 말로 내 협소한 경험에 따르면 마감 시간을 넘겨가며 글을 쓰면서 글이 좋아지는 경우는 잘 없더라. 마감 시간을 넘긴 상황에선 마감 시간 전이나 후나 글은 거기서 거기더라.
글쓰기와 마감에 있어 염두에 두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마감 시간을 지킨 글이 잘 쓴 글이다. 마감 시간을 조금 넘기더라도 글을 한 번 더 고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한 번만 다시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마감시간을 지켜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며 글 쓰는 일정을 조정할 때와 ‘이번에도 마감시간을 좀 넘겨서 내야지’라며 글을 쓸 때, 어느 경우에 글이 더 좋을까? 마감시간을 넘긴 글은 이미 글에 투자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글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한데, 이 경우 미리 마감시간을 조율해서 연장하지 마감시간을 일방적으로 어기진 않는다.)
이렇게 말하는 내가 단 한 번도 마감시간을 넘긴 적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면, 그리고 글을 잘 쓴다면 설득력이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게 함정. 일단 마감시간은 거의 다 지키지만 글을 못 쓰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두 편의 글 중 하나는 몇 달, 다른 하나는 얼추 1년 넘게 마감을 연장하고 있다는 게 치명적 함정이랄까… 아하하. ;ㅅ; (편집자느님 죄송합니다.. ㅠㅠㅠ)

꼬이고 꼬인 일정

10월까지는 일정 관리를 그럭저럭 했다. 이번 학기 들어 계획한 일 중 하나는 주말엔 일절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약속을 잡지 않는 것.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그래야만 수업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중 5일은 매일 저녁 5시까지 알바를 하거나 수업을 들어서 주중에 수업 준비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알바 끝나고 집에 오면 6시가 넘고 좀 쉬고 하면 금방 7시, 8시였다. 그러니 주말을 무조건 비워야 했다. 물론 부득이한 상황도 있었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주말 일정이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11월 들어 어찌된 일인지 주말마다 계속 일정이 있다. 이틀 중 하루는 일정이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수업 준비를 할 시간이 빠듯했다. 정말 빠듯했다. 주말에 수업 준비를 얼추 끝내고 주중에 수업 준비를 보충하거나 원고를 쓰거나 해야 하는데 주중에도 수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토요일부터 촉박한 일정은 수요일 저녁에야 끝났다. 수욜 저녁에 한숨을 돌리면, 목욜 저녁이나 금욜 저녁에 또 다른 일정이 있었다. 주말을 확보하기 위해 주중에 주로 일정을 잡다보니 목요일과 금요일 저녁엔 거의 항상 일정이 있었다. 한숨 돌리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거나 투고 원고를 쓰거나 다른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 일정이 계속 꼬이고 밀리고 엉켰다.
지난 월요일은 임계점이었다. 그렇잖아도 알바하는 곳에선 짜증나는 일로 종일 기분이 처진 상태였다. 더구나 약속한 일이 늦어져서 급하게 처리해야 했고 화요일에 있는 수업 준비를 다 못 했기에 수업 자료도 읽어야 했다. 수업 자료를 다 못 읽었으니 수업 쪽글/에세이도 못 쓴 상황이었다. 누가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폭발하거나 모든 걸 포기하거나, 둘 모두가 될 상황이었다. 부글부글. 이 상황에서 간신히 나를 다독이며 월요일에 처리할 일을 어찌어찌 모두 처리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꼬인 일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주의 주말 일정은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2월 일정도 조절해야 한다. 12월이 되면 마감해야 하는 원고가 두 편이지만 그래도 숨통이 좀 트인다. 숨통이 트인다고 이런저런 일정을 잡다간 11월보다 더 위험하겠다 싶었다. 그래, 현재까지 잡힌 일정 말고 나머지 일정은, 부득이한 상황이 아닌 이상 잡지 말기로 하자… 좀 쉬자…
내년 1월까지 푹 쉬기로 했다. 차분하게 앉아서 책만 읽기도 하고 그냥 뒹굴거리기고 하고 글도 쓰고.. 좀 쉬기로 하자. 생계형 일(강의 같은 거..)이 아니면 다른 일정을 잡지 말고 그냥 쉬기로 하자…
올 한 해 숨차게 달렸다. 그러니 남은 한 달은 좀 쉬기로 하자. 글이나 쓰면서, 책과 논문이나 읽으면서 좀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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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일정으로 보면 상반기가 더 바빴다. 그럼에도 상반기에 덜 지쳤던 건 글쓰기 일정, 원고 마감 일정이 다수였다. 하반기는 원고 일정은 줄었는데 어디 참가해야 하는 일이 늘었다. 이게 힘을 많이 뺀다. 온 종일 집에 있는 건 좋아해도 외출은 피곤해하는 나로선 이 차이가 미치는 영향이 은근히 크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즐겁고 힘을 받지만 외출한다는 것 자체가 힘을 많이 뺀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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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은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달게요.. 죄송해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