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토크 인 씨어터 후기

지난 일요일(2013.05.26.),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토크 인 씨어터2: 퀴어 레인보우’ 세션으로 발제를 하였습니다. 저녁 8시부터 두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보고 행사를 진행했고요.
다큐멘터리는 <걸 혹은 보이, 나의 섹스는 나의 젠더가 아니야>와 <2의 증명>이었습니다. <걸 혹은 보이>는 프랑스 감독의 다큐멘터리로 네 개의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ftm/트랜스남성의 경험을 교차로 보여주는 다큐입니다. 꽤나 경쾌하고 다양한 경험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2의 증명>은 홍유정 씨의 다큐멘터리입니다. 한국 상황에서 국가의 젠더 관리, 의료기술, 계급, 트랜스젠더 등이 교차하는 찰나를 잘 포착하고 있고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다큐를 함께 보고 얘기를 나누는 자리라 발제 준비가 애매하긴 했습니다. 물론 기획자께서 방향을 잘 잡아줘서 그 방향대로 준비하긴 했지만요.
행사 자체는 재밌었습니다. <2의 증명>의 두 감독님 스이, 케이 님이 촬영하며 든 고민을 짧게나마 들을 수 있었고, 최근 ftm 관련 법원 판결(외부성기재구성수술 없이 호적 상 성별정정 허가)에 대한 한가람 변호사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이 감독님의 발언 중, 다큐를 찍었지만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토론자로 미리앙 포제르 Myriam FOUGÈRE(<레즈비어니즘: 급진적 페미니스트true 감독), 자레이 싱애코윈타 Jaray SINGHAKOWINTA (태국 국립개발행정연구원 교수)가 나왔는데요. 싱애코윈타는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는 안 되고 삶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아울러 태국은 트랜스젠더에게 호의적이지만 호적 상 성별을 바꿀 수 없고, 한국은 호의적이진 않은데 바꿀 수 있는 상황으로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포제르는 이원젠더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란 점을 지적하며 영화제와 영화 내용을 연결하는 발언을 했고, <2의 증명>이 참 고통스럽다며 미국은 1970년대 의식고양을 통해 의식이 바뀌었는데 한국은…이라는 얘기도 했고요. -_-;; 관객 질문 역시 좋았는데, 한 분은 트랜스젠더 이슈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바랐고, 김은실 선생님은 두 영화에서 드러나는 네트워크 유무의 차이, <2의 증명>에 나타난 계급 이슈 등을 지적해줘서 좋았습니다.
(좋은 행사를 기획한 기획자 및 진행자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제가 두 영화를 어떻게 읽었는지는 일차로 발제문에 있으니 참조하시고요(writing 메뉴에 있습니다).
덧붙여 <2의 증명>이 드러내는 부정적 감정과 계급 이슈를 좀 더 조밀하게 읽고 싶습니다. <2의 증명>은 단 한 번의 유머도 없이 소위 ‘부정적 감정’으로 불리는 정서를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어떤 불안안 정서를 야기하면서 감정에 관한 흥미로운 퀴어 텍스트를 구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계급 이슈는, <2의 증명>을 보신다면 알 겁니다. 보는 내내 “이건 계급이슈야”라고 몇 번을 반복해서 얘기했으니까요. 그냥 보기엔 <걸 혹은 보이>가 더 매력적일지 몰라도 전 <2의 증명>이 더 좋았습니다. 할 얘기가 참 많기 때문입니다. 정말 아프고도 또 퀴어한 작품입니다.

오송, 한국여성학회 행사 후기: 니키 설리반Nikki Sullivan!

지난 금요일(2013.05.24.) 충청북도 오송에서 진행한 한국여성학회 국제학술 심포지엄에 참여했습니다( https://www.runtoruin.com/2194 ). 전체 주제를 설명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텐데 제겐 퀴어/여성주의 맥락에서 미용과 성형에 개입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주제로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기획이었고요. 여성학회에서 미용/성형 이슈로 학술대회를 연다고 해서, 그것도 미용박람회의 일환으로 학술대회를 연다고 해서 비판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내용으로 구성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요? 더구나 니키 설리반Nikki Sullivan도 왔잖아요!
네, 니키 설리반이 한국에 처음으로 온 행사였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비영어권 국가엔 처음 초대받았다고 하고요.
암튼 총 7명의 발표는 대체로 흥미로웠습니다. 동네성형과 지방의 사용을 논한 태희원 선생님 발표, 홍콩의 잡지를 통해 화장품 광고에서 아시안 인종과 피부색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논한 린 나카노Lynne Nakano 선생님 발표, 세계 경제 위기, 아르헨티나 지역의 경기 침체, 그리고 성형 관광을 설명한 바바라 서튼Barbara Sutton 선생님의 발표 등은 새로운 자극이었습니다. 그리고 니키.. 니키니키니키… 히히.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코디네이터 선생님을 통해, 니키 설리반이 제 발표문에 관심을 표하더라는 얘길 전해들었습니다. 오오.. 역시 낚시 초록이 성공하였습니다! 후후. 그래서인지 발표장에서부터 호의적으로 대해줬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사실 니키 설리반의 발표는 제대로 못 들었는데요.. 내용을 듣고 싶어 동시통역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니키 설리반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 니키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니키 다음이 제 발표라 제 발표에도 신경을 써야 했거든요. 그래도 좋았습니다. 여성외부성기성형수술과 소마테크닉somatechnic을 좀 더 유기적으로 잘 연결하면 좋았겠다 싶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 발표는… 제가 평가할 수 없으니까요. 그저 발표 서두에 제 발표문의 논의는 니키 설리반이 제안한 소마테크닉의 이론적 맥락에 위치한다고 팬심을 고백하며 시작했다는 게.. 후후. (ㅅㅇ는 이번 발표문의 참고문헌에 수잔 스트라이커보다 니키 설리반이 더 많은 이유를 정확하게 지적하기도 했지요. 후후후.) 그냥 귀한 자리에서 귀한 기회를 얻었다는 것과 니키와  같은 단상에서 발표했다는 점에 의의를 가집니다. 다행인지 발표 직후 반응은 괜찮았습니다. 아는 사람들의 반응이란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재밌게 잘 들었다는 반응과 함께, 관심을 표하는 분들이 많았으니까요. 무엇보다 세션이 끝난 다음, 니키가 제게 저녁 먹을 때 같이 먹자고 했으니까요..!!! 니키가 제게 직접 관심을 보였으니 괜찮았어요.. 엉엉.
전체토론은.. 음.. 일단 단상에선 토론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안 들려서 제대로 듣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정연보 선생님의 논평은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트랜스젠더 이슈, 인터섹스 이슈 등을 엮어서 그날 발표를 버무린 내용이었거든요. 다른 선생님의 논평은 발표자들의 내용을 무시하는 인상도 있어서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뭐랄까, 굳이 그 자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그런, 미용과 성형에 관한 어떤 자리에서도 할 수 있는 그런 논평도 있었습니다. 제가 중심축에 둔 트랜스젠더 이슈, 니키 설리반이 함께 언급한 인터섹스 이슈를 특수한 사례로만 반복해서 얘기할 땐 좀 불쾌함도 있었고요.
암튼 그렇게 행사는 끝나고 니키와 둘이서 사진도 찍고 같이 저녁도 먹었습니다. 우후후. 한국 트랜스젠더 이슈 및 현황과 관련해서 알고 싶어 했고 대답을 해줬는데요.. 법제화 이슈, 구금시설 이슈 등을 물었는데… 사실만 얘기하는데 한국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얘기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참 그렇더군요. 이런 기분과는 별도로 제가 니키와 같은 테이블에서 같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격.. ㅠㅠㅠ
얼추 한 시간 가량 같이 저녁을 먹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 얘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학회 일정으로 월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니키 설리반과의 첫 만남은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니키와 제가 얘기를 할 수 있게 순차통역을 해준 E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통역하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하셨다죠… ㅠㅠㅠ
+
니키와 얘기를 나누다가, 번역 이야기가 나왔고, 자신의 책을 번역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은근히 보이더라고요. 네, 할게요. 언제가 될진 알 수 없지만요.. 해야지요. 아무렴요. 엉엉.

안녕, 리카

우리가 함께 한 시간보다 너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더 길다. 고작 2주기인데 널 그리워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점도 애통하다. 고작 2주기인데…

햇살 뜨거운 날 오전 11시, 나는 네가 떠났다는 얘길 들었다. 먹먹했지만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렇게 너에게 최대한 늦게 돌아가려고 했다. 너에게 천천히 돌아가는 시간, 햇살이 너무도 뜨겁던 시간, 그 시간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생각을 언제 즈음 정리할 수 있을까?
안녕, 리카.
리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