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어떤 예감, 원고

01
얼추 한 달 정도 전부터 든 예감이 있다. 너무 늦지 않게 트랜스젠더-성매매/성노동-HIV/AIDS 이슈를 공부하고 준비를 해야 할텐데..라는 예감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관련 이슈를 대응해야 하거나 어떤 사업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럴 여유가 없어 걱정이었다.
그저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 트랜스젠더-성매매/성노동 이슈로 뭔가를 하기로 했다. 엉엉. 언젠간 해야 할 주제라서 아니 이번이 또 한 번의 중요한 기회라고 여겼기에 덥썩 물었지만, 잘 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다. 한 학기 수업을 준비하는 수준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01-1
근데 석 달하고 보름도 더 전에 청탁이 왔다. 완전 감동이다!
02
가끔 글을 쓸 때마다 다시 한 번 중얼거리지만, 석사학위 논문에서 개진한 ‘젠더폭력’ 개념은 정말 끝내줬다.;;;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트랜스젠더 이슈와 페미니즘 이슈의 접점(둘이 별개가 아님에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설명할 핵심이랄까. 문제는 더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지. 아하하. ㅠㅠ
03
올 해 원고 쓸 복이 터지는 건가…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아…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아니, 아니, 안 되는데… 하아…
든 것도 없으면서 자꾸만 뭔가를 쓰고 있으니 바닥이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라 바닥을 긁어내고 파내고 있다.
03-1
며칠 전 또 하나의 원고를 쓸 기회가 생겼다. 나로선 매체를 따지기보다 출판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중시한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다. 다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고민이다. 방학 중이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이제 학기 시작이고 수업에 알바에 다른 일까지 하면 글을 준비할 시간이 없을 텐데…
그럼에도 쉽게 거절을 못 하고 망설이는 건, 거절하기 쉽지 않은 좋은 기회기 때문이다. 단순히 내게 좋은 기회가 아니라 트랜스젠더 이슈를 출간하는데 좋은 기회란 점에서 놓치고 싶지 않다. 나의 글이 곧 트랜스젠더 출판은 아니지만, 내가 유일한 트랜스젠더 이슈를 글로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글이라도 더 출판되길 바란다는 점에서 고민이다. 오늘 저녁에 한 선생님께 자문을 구하고 결정하겠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고, 현실적으로 글을 쓰기엔 너무 촉박해서 고민이다. 어떤 선택이 차선일까?

안녕, 리카

그리고 우리 만난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우리 만나 함께 한 시간보다 너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더 길다. 아니, 우리 만나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짧아 그리워 하는 시간이 금방 더 많아지는 게 애통할 뿐이다.
리카, 안녕.
그곳에선 나 같이 어리석은 집사 없이 행복하겠지?

잘못된 기사의 흔한 사례: 경향신문 , 6살 성전환소녀 “女화장실 가지 말라니…”

구글 뉴스 검색을 하면 요즘 가장 뜨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전문을 확인해야지 하고 대충 훑어만 본 기사가 하나 있다(영어 읽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통은 제목만 확인한다는;;; 더 늦기 전에 영어 과외라도 받아야 하나.. ㅠㅠ). 기사마다 다루는 내용은 다른데, 어떤 기사에선 세 살 때 부모에게 “난 여자예요”라고 말했다고 해서, 다소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아무려나 이를 계기로 학교의 젠더 관리(!) 정책이 바뀐다면 좋겠다고 구시렁거리고 있었는데…
워낙 많은 기사가 생산되어서인지(나는 유난히 많은 기사가 생산되는 특정 이슈의 경향성이 더 궁금한데, 이를테면 트랜스젠더 이슈와 이주민 이슈, 인종 이슈가 강하게 결합될 때보다 백인 아동의 트랜스젠더 이슈일 때 더 많은 기사가 생산되는 듯한데.. 물론 그냥 느낌일 뿐이다) 한국에도 소개되었다. 그런데… 차라리 소개하지 말라고!
기사 출처: http://goo.gl/0RpsS
문제의 기사는 경향신문에서 나왔고 제목은
6살 성전환소녀 “女화장실 가지 말라니…”
제목은 대충 제대로 뽑은 듯하다. 그런데 본문의 첫 두 문장에서부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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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성전환한 미국의 6살 소년에게 학교 측이 여자화장실 출입을 금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고 CBS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콜로라도주 파운틴의 이글사이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코이 마티스(6·)는 일찍부터 여성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조는 인용자, 그러니까 제가 했습니다===
강조한 부분을 중심으로 읽으면 솔직히 mtf 관련 기사인지 ftm 관련 기사인지 헷갈린다. 근데 나 차분하게 안 쓰고 그냥 욕해도 돼?
구글플러스엔 “트랜스젠더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하려면 좀 제대로 하길 바란다. 이런 식이라면 안 하니만 못 하다. 어설픈 혹은 어정쩡한 관심은 노골적 혐오보다 더 불쾌하니까.“(http://goo.gl/hXDcK)라고 논평을 달았다.

근데 이 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가지는 불만은, 사람을 언급할 때 굳이 젠더를 표기해야 하는가에 있다. 물론 어떤 기사엔 젠더를 표기할 때 더 의미가 있고, 젠더를 표기하는 방식에 따라 매우 중요한 기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기사에 젠더를 강제로 표기할 필요는 없다. 경향신문이 저지른 이번 만행 혹은 무식한 짓거리는 언론에서 사람을 언급할 때면 나이와 젠더를 강제로 혹은 강박적으로 표기하는 관행과 밀접하리라(한국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젠더와 나이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는 관행이 여기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그리고 이런 강박이 일으킬 수 있는 폭력/문제가 이번 기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할까. 표기를 하려면 좀 생각을 하고 하던가.

기자는 “결국 마티스의 부모는 의사와 상의한 끝에 성전환수술을 해줬다.“고 과감하게 쓰셨는데… 기사를 더 읽어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겟지만 미국 나이로 6살이라면 성전환수술은 안 해줄 걸? 의사가 아무리 호의적이어도 2차 성징 억제호르몬, 혹은 mtf의 경우 에스트로겐 류의 호르몬을 투여할 순 있어도 수술이라니… 10대 중반이라면 수술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이제 초등학교 입학하는 나이에 수술이라고? 근데 경향신문에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을 거명하며 비판(이라고 쓰고 ‘욕’이라고 읽는다;;)하려고 했는데 기명기사가 아니야.. ㅡ_ㅡ

암튼 뒤늦게라도 이 기사의 문제를 깨닫길 바라지만, 뒤늦게 수정한다고 해도 난 이미 캡쳐를 해뒀고 앞으로 반복해서 사용할 예정이다.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프로젝트’에서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작할 계획이 있는데, 이때 이 기사를 꼭 활용할 거고. 이런 기사가 어떤 분노를 야기하는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반복해서 말할 거다.
+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 2011년 한 mtf/트랜스여성/트랜스젠더/여성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고 한겨레 기자가 나름 심층 보도를 했는데, 그 기사에서도 ‘남’이라고 표기해서 포털 댓글로 욕을 먹은 적 있다. (나 그 기사, ‘남’으로 표기한 것 캡쳐해서 가지고 있다.) 이후 기자가 내용을 고쳤는데 다 못 고쳐서 어떤 구절은 ‘여’로 어떤 구절은 ‘남’으로 적혀 있다지… 언론보도 가이드라인도 필요하지만 기자 대상으로 트랜스젠더 기본 교육을 하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르겠다.


++
이원젠더에 강박적 사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런 강박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 한국사회에서 ‘대중’이란 집단이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공공연히 표현했다는 점(인터넷 댓글에서 하리수 씨를 “형”이라고 부르는 혐오발화와 이 기사가 뭐가 다르냐), 소위 진보연하는 언론이건 보수연하는 언론이건 트랜스젠더 이슈에선 차이가 없음을 밝히며 묘한 연대(혹은 카르텔?)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측면을 이번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서.. 그냥 기분 나빠. 불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