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수입

그 해 마지막 날 정산을 하니 연봉이 3,000만 원인 사람이나 1,000만 원인 사람보다 1,500만 원인 사람의 생활이 더 불안정하고 빈곤할 수 있다. 1,500만 원을 번 사람의 씀씀이 헤프지 않을 때에도 이런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느 실험에선가, 엄마 쥐와 아기 쥐를 같이 살게 하는 세 개의 조를 만들고 먹이를 주는데, 첫 번째 조엔 매일 먹기에도 남을 정도의 양을 주었다. 두 번째 조엔 혼자 먹기에도 빠듯한 양을 준다. 세 번째 조엔 먹이를 주긴 주는데, 양이 일정하지 않아 어떤 날은 너무 많이 주고 어떤 날은 너무 적게 주며, 며칠 계속해서 주다가 또 며칠은 안 주는 패턴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것은 이런 패턴이 양육과 정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밝히려고 진행한 아주 잔인하고 잔혹한 실험이다. 결과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조는 그런대로 잘 지냈다고 하지만, 세 번째 조는 그렇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한 해 연봉이 1,500만 원인 사람이 1,000만 원인 사람보다 더 불안정한 삶일 수 있는 이유로 이걸 말하고 싶다. 어찌어찌하여 올 해 총 수입은 1,500만 원인데 내년도의 총 수입도 이러할 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생활. 약간의 여유자금이 생기자, 더 빈곤하다고 느낀 건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했다.
+그렇다고 나의 수입이 1,500이란 의미는 아니고;;; 한 해 수입의 총액이 1,000만 원 만 되어도 좋겠다. ㅠ_ㅠ

이번 달을 끝으로 조교 알바비를 더 이상 받지 않는다. 물론 많은 금액은 아니었기에 조교 알바비로 생활을 지속하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꾸준히 들어왔기에 다음 달에 최소한 얼마의 수입은 있다는 어떤 확실성은 있었는데, 이젠 그런 게 없다. 이걸 서서히 좀 더 분명하게 체감할수록 약간의 여유자금이 생겨도 안심이 안 된다. 며칠을 더 살 수 있는 여유자금이란 느낌이 아니라 불안정한 수입 상태를 대변하고 증명하고 있다는 느낌뿐이다.

그러고 보면 재밌는 거. 혈연가족들과 사는 사람이(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 때) 자취하는 사람들에게, “자취를 할까 고민 중이다”라고 말을 하면 대부분이 말리는 거 같다. 나 역시 말릴 거 같다. 지출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혈연가족과 살 때는 충분할 수도 있는 한 달 생활비가 자취를 하는 순간 방값으로도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취하는 사람들에게 혈연가족들과 다시 살 수 있을 것이냐고 물을 때, 적어도 나는 부정적이다(오프라인에서 접하는 사람들 대부분도 부정적인 거 같더라는). 으으으.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정도랄까. 흐흐흐.

그나저나 몇 년을 상근자처럼 활동한 활동가들은 생계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
약간 딴 소리일 수도 있는데, 지금 알바로 풀고 있는 녹취파일의 내용은 흥미진진하다. 무려 부동산경매와 관련한 것이다! -_-;; 크크크

주저리

유난히도 할 말이 없는 요즘이다. 더욱이 발제문 같은 글을 쓰고 있을 때면 할 말은, 하고 싶은 말은 더욱더 줄어든다. 지난주에 발제문 한 편. 수요일에 있을 세미나를 위해, 오늘도 발제문을 한 편 마감. 아니, 90% 정도 수준에서 마감. 내일 좀 고치면 마무리가 될 듯. 내일은 무언가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일부턴 알바를 달려야해.

라디오를 들을 때마다, 다른 운동 다 접고 대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라고 해야 하는 고민을 한다. 이거 정말 무섭다. 이상도 하지. 내 삶에 좀 더 직접적일 일보다도 대운하가 더 직접적인 일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정말로 대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연대체가 생기면(이미 생겼을까?) 가입하고 활동을 하든가 후원금이라도 내든가, 할 태세다.

어찌어찌하여 안경을 살 수 있는 여유자금이 생겼다. 며칠 전에 생겼는데, 사지 않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안경을 살 수 있는 돈 이상의 여유자금이 생겼다. 아마 지금까지 살며 가장 많은 여유자금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엄청난 액수는 아니고. 그래서 더 궁핍하다는 느낌에 빠져있다. 재밌는 일이다. 여유자금이 전혀 없어서 매달 간당간당한 생활을 할 때보다, 약간일지언정 어느 정도 여유자금이 생긴 지금이 더 가난하다는 느낌이다.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 걸까? 여유자금만 생기면 사리라 다짐했던 책도 별로 사지 않고 있다.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수학책에 빠질 기미가 보인다. 기쁘다.

방 계약 연장

앗싸, 집 계약을 연장했다.

그 동안 집 주인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고, 드물게 마주칠 때면 집주인의 표정은 별로 안 좋았다. 정말 1년을 더 살 거냐고 묻는 주인이니 반가울 리가 없다.

그런데 오늘 다시 마주쳤을 때, 마침 계약서를 작성한 집주인은 1년 만 더 살 것을 재차 확인했고, 새로운 사람을 들였으면 방값을 올리려고 했는데 지금까지 살던 사람이라 그냥 동일 금액으로 계약한다는 말도 했다. 아무려나, 다시 일 년을 여기서 살기로 했다. 이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