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즘 블로그에 쓰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블로그 제목을 [루인의 문화생활 이것저것]으로 해도 되겠다 싶다. -_-;; 물론 영화를 빼면 그날그날 읽은 건 아니고 읽은 것 중에서 몇 개만 쓰고 있지만.

한동안 격일제 글쓰기가 이번 주 들어 갑작스레 늘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달까지는 특별한 계획 없이 읽고 싶은 글을 중심으로 읽다보니, ‘읽고 싶어서 읽어야 하는’ 몸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Run To 루인]과 노는 시간이 줄었달까. 하지만 이번 주부터 종시를 준비하기로 했다. 책도 여러 권 읽어야 하고 영어 논문도 여러 편 읽어야 하고. 맞다. 이번 주부터 종시를 준비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순간, 갑자기 [Run To 루인]에 쓰고 싶은 글도 부쩍 늘고, 읽고 싶은 소설도 잔뜩 생기고 일고 싶은 영화도 지금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다. -_-;;

큰 걱정은 안 하고 있는데, 이럴 걸 예상했기 때문이다. 크크크. ㅡ_ㅡ;;

불친절한 헤교 씨

박기홍 글, 김선희 그림 [불친절한 헤교씨] 1-5권, 서울: 해든아침, 2006

01
[디워]가 개봉하기 전, 그러니까 영화와 관련한 평가가 나오기 한참 전만해도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할까 하는 고민을 살짝 했다. 이런 고민을 접을 수 있었던 건, 영화와 관련한 기사가 나오면서 가장 많이 등장한 지적, “스토리가 없다”란 구절 때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재밌게 봤다는 [트랜스포머]가 루인에게 무척 지루했던 건, 이 영화에서 이야기 구조는 그냥 장식품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편의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건, 루인은 장르와 형식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이야기/서사를 중시한다는 것. CG가 아무리 뛰어나도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가 별로면 무척 지루해 하고, 내용이 좀 많이 불편하다고 해도, 이야기 구조가 탄탄다면 몰입해서 읽을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최근 무척 인상적으로 읽은 [기담]의 경우, 이야기 구조에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부족함은 루인이 좋아하는 다른 측면 때문에 충분히 상쇄할 수 있었고.
(최근 깨달은 건데, 왜 작년의 베스트 영화에 [판의 미로]를 언급하지 않았을까. 시간이 갈수록 이 영화를 자주 떠올리는데.)

만화라고 해서 루인의 이런 취향이 예외는 아니다. 소위 웹툰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만화들이 꽤나 많은데, 이런 만화들 중에서 오랫동안 찾아가서 읽는 건, 스노우캣 뿐일 정도로, 단편적인 아이디어로 진행하는 만화에 긴 애정을 못 가지는 편이다. 몇 편 정도는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이야기 구조나 서사가 없으면 결국 잊고 말더라는. 책으로도 마찬가진데, “○○툰”과 같은 만화를 읽을 일이 있으면, 뒤적거리긴 해도 반 정도 읽다보면 지겨워서 덮어버리는데, 이건 각각의 아이디어가 별로여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을 느낄 수 없어서인 경우가 많다. 루인의 취향에서 이야기 구조나 서사는 이 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거(물론 이런 취향을 무시할 정도로 좋아하는 코드들이 있지만… 크크크).

02
“박기홍 글, 김선희 그림”이란 조합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파란카툰에서 연재 중에 있는 [바둑삼국지]다. 그림과 이야기 구조가 워낙 뛰어나서 빠지는 순간 헤어날 수 없는 작품이라, 이들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갔다. 그렇게 알게 된 작품이 [불친절한 헤교 씨](“혜교”가 아니라 “ㅎ+ㅔ”의 “헤교”).

단행본으로 출간해서 지금은 파란카툰에서 찾을 수 없지만, 누군가는 웹에 올려 뒀을 게 뻔하니 검색해서 읽으려 했지만 못 읽었다. 이유는 간단한데, “헤교”로 찾아야 하는 걸 “혜교”로 찾아서. (만화책에도 이름과 관련한 일화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그러다 지난 달 숨책에 갔다가 1, 2권이 거의 새책으로 있어서 망설임 없이 샀고, 그날 밤 늦게까지 2권까지 다 읽었고, 다음날 아침 나머지 세 권을 주문했다.

03

[불친절한 헤교 씨]의 원래 컨셉은
대한민국에서 부딪치는 남자와 여자의 입장 차이를 표현하고자 했다.
[불친절한 헤교 씨]의 조금 나중 컨셉은
부잣집 딸래미의 고군분투 홀로서기였다.
[불친절한 헤교 씨]의 훨씬 나중 컨셉은
독자들이 달아주는 덧글의 반대 방향으로였다.
[불친절한 헤교 씨]의 부분 컨셉 중 하나는 부정한 증권가의 이야기였다.
[불친절한 헤교 씨]의 부분 컨셉 중 하나는
먹고 살기 힘든 게임 패키지의 유통구조의 고발이었다.
[불친절한 헤교 씨]의 부분 컨셉 중 하나는
미청년의 간지나는 뒷골목 조직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결과,
‘처음부터 잡힌 컨셉은 사실 하나도 없었다’ 라는 게
회를 거듭할수록 드러났다…-_-;;
단행본이 나오니,
발가벗겨진 내가 보인다. -_-;;
-2권, 박기홍의 작가후기

이 후기가 내 만화의 내용을 적절하게 요약하고 있는데, 이 컨셉들이 꽤나 유기적으로 잘 어울리고 있다. 그림도 물론 잘 그렸고. 이 만화와 관련해서 꽤나 유명한 구절은 5권의 내용이기도 하고, 책 뒷부분에 적힌 구절이기도 한데

상처 받은 사람들은 무덤덤한데
상처 준 아버지가 왜 그리 펄펄 뛰시는 거예요…?
어디 그렇게 무섭게 살아봐요.
정말로 두려운 건 용서를 비는 일이라구요.

루인이 만화책을 많이 안 읽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꽤나 재밌게 읽었고, 지금도 연구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종종 꺼내서 읽는 편이다. 검색하면 인터넷 연재분은 아마 거의 다 읽을 수 있겠지만, 책으로 내면서 에피소드를 좀 더 추가했다고 한다. 표지도 무척 예쁘고.



다섯 권의 책 표지들.

숨책 알바, Dennis Rodman + 등등

01
어제 날씨 덕분에 컨디션이 안 좋다고 했는데, 아니었다. 글을 쓰고 나서, 페퍼민트를 마시다가 깨달았다. 뭔가 상한 음식을 먹은 거라고. 그래서 독성을 분해하느라 심한 두통을 앓고 있는 거라고. 약국 가서 약을 사 먹었더니 괜찮다. 재밌는 건, 속이 메스껍고 두통이 심하다고 하니, 소화불량과 관련한 약과 두통약을 처방하면서 두통약을 가리키며, “30분 정도 나른할 수 있다”고 했다. 알바 가는 길이라 두통약은 안 먹었는데 알바 끝날 즈음 속은 괜찮은데, 玄牝에 돌아가서까지도 두통은 심했다. 약 먹고 일찍 자야지 하는 심보로 두통약을 먹었는데, 웬걸 약을 먹고 나니 오히려 쌩쌩해지더라는. ;;; 보통 때 같으면 잠이 쏟아질 시간까지 잠이 안 왔고, 아침엔 전에 없이 무척 개운하게 일어났다. ;;; 예전에, “잠이 안 오는 비염약”이지만 부작용으로 잠이 올 수 있는 약을 먹었다가 하루 종일 졸음에 취해 비몽사몽으로 지냈던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제 루인은 잠이 오는 약을 골라서 먹어야 잠이 안 온다는 결론? 흐흐흐 -_-;;

02
사흘간의 숨책 알바가 어제로 끝났다.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알바비를 너무 많이 줘서 항상 미안하다. 그러니까 노동 강도에 비해선 엄청 센 알바비고, 평균적인 알바비에 비춰도 상당히 세다. 일본에서의 알바비를 떠올리면 될 듯. 그러면서 세 권의 책을 샀다. 한 권은 데니스 로드맨(Dennis Rodman)의 자서전 비슷한 책인 [Walk on the Wild Side], 다른 한 권은 [not simple]

03
데니스 로드맨이 누군지 알게 된 건, 아마 작년 즈음일 듯 하다. 모씨의 모 책을 제본하면서;;; 책 말미에 이 사람과 관련한 부분이 있어서 누군가 하고 찾다가 알았다. 누군가 했더니

[#M_ 이런 사람이네.. | 농구선수.. |


_M#]

스포츠 자체에 관심이 없거니와, 체육시간엔 가능한 한 광합성을 했고, 체육필기성적이 전교 35x명 중에서 35x등을 했던(그래도 꼴찌는 아니었다, 음하하 -_-;;) 루인이라, 이 사람이 누군지 알리가 없다. 그런데 왜 이런 농구선수의 자서전 비슷한 걸 샀느냐고? 그 모씨의 책에서 이 사람을 왜 기억하냐고?

[#M_ 왜냐면.. | 이 사진들 때문.. |


자서전 비슷한 이 책에서 로드맨은 “YES, I’M GAY” / “I’M STRAIGHT”(174)[나는 게이이다. 나는 이성애자다.]라고 말한다.

다양한 의미에서 흥미로운 책인데, 한국의 헌책방에서 출판본이 있을 때가 또 언제 있으랴 싶어 망설이지 않고 샀다. 참, 그 모씨의 모 책은 Leslie Feinberg의 [Transgender Warriors].
_M#]

+
작년 메가박스에서 일본영화제를 할 때 꼭 읽고 싶었음에도 표가 없어 못 읽은 영화가 있었다. 근데 이번에 개봉한단다. 꺅꺅. 그동안 DVD도 안 나와서 안타까웠는데, 너무 좋아하고 있다. 우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