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루인씨

관련 글: Muse – Dead Star / In Your World

예전에 개인연구수업 중에 선생님께서 루인의 글을 읽으며 주어와 목적어가 빠진 문장이 많다는 지적을 해주셨다. 그 글을 쓴 본인은 무슨 의미인지 알더라도 다른 사람이 읽으면 알 수 없을 법한 문장도 종종 있다는 얘기도 하셨다. 그 지적 이후 상당히 신경을 쓴다고 했는데, 그게 꼭 그렇지도 않았나보다.

변태고냥 J의 나비날기에 뮤즈의 곡을 올리면서, 설명을 하는데, 단순하게 두 번째 앨범과 세 번째 앨범 사이라고만 적었다. 그러니까, 루인의 입장에선 이렇게만 적으면 누구나 다 알거라고 짐작한 것이다 -_-;; 하지만 뮤즈를 잘 모르거나 그냥 뮤즈의 음악이 있으면 듣는 정도라 두 번째 앨범이 무엇이고 세 번째 앨범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설명이 되고 말 법한 내용.

그러니까 두 번째 앨범은 [Origin Of Symmetry]이고 세 번째 앨범은 [Absolution], 그 사이에 [Hullabaloo]라고 라이브 앨범이 한 장 있다. [Dead Star / In Your World] EP는 [Hullabaloo]앨범 즈음해서 나왔고. 기억이 정확하다면, [Hullabaloo]는 세 번째 앨범 발매를 앞두고 나왔기 때문에 라이브 앨범에도 수록되어 있는 [Dead Star / In Your World]는 새 앨범을 짐작할 수 있는 징후 정도로 여겼다. 그래서 기대도 상당했다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EP와 세 번째 앨범의 스타일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물론 매튜(보컬과 기타)는, 세 번째 앨범을 준비하며 아바(ABBA) 스타일의 앨범이 될 거라고 말해서 팬들을 경악케 했는데 다행이도 그런 일은 없었다. 그 사이에 이라크 전쟁이 있었고 사귀던 애인과 헤어졌다고.

아무튼, 대충 이런 맥락이 있다는 얘기… 불친절한 루인씨의 나름대로 친절한 척 하는 쇼였습니다 🙂

내가 결코 모르는 당신을 원해..

친구 미니홈피에 들렀다가 “I want you I never know.“라는 문장을 읽었다. 루인 멋대로 해석하자면, “난 내가 결코 모르는 당신을 원해” 정도랄까.

좋다. 당신을 잘 모르지만 당신을 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모르고 있는 당신의 어떤 부분들을 알고 싶어, 라는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평생을 함께 해도 영원히 알 수 없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신이 내 앞에서 너무도 빨리 움직여, 당신은 너무도 변화무쌍해, 라는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다.

언젠가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겠어. 당신도 그 분을 좋아하기에, 이런 식의 해석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맥락인지 알 거라고 믿어. 이 말을 어떤 의미에서 하는 건지 알 거라고 믿어.

가사: I’d cut your name in my heart

음악은 여기:Muse – Space Dementia

모든 걸 다 잊겠다고 다짐하고 남은 흔적을 다 찢어버릴 때가 있다. 혹은 어딘가 꼭꼭 숨겨서 숨긴 자신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억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모두 삭제하려고 애쓰고 정말 그렇게 잊었다고 믿는 날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찢어 버린 조각의 하나를 어느 날 발견한다면… 일테면 상대방의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는데,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그렇게 찢어버린 편지의 한 조각을 발견한다면… 자신도 찾지 못할 곳에 숨겼던 흔적을 어느 날 원치 않는 순간에 찾는다면….

뮤즈의 “I’d cut your name in my heart“란 가사는 항상 이런 상상을 하게 한다. 몸속에서 당신의 이름을 갈기갈기 찢어서 다 잊었다고 믿었는데, 그 이름의 스펠링 하나가 남아서 가시처럼 몸을 찌르는 순간. 그 순간이 떠올랐다.

완벽한 망각이란 있을 수 없고, 어느 불시의 순간에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들이 찾아와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곤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가장 두려워한다. 결국 언젠가 어느 돌발적인 상황인 것처럼 이 순간이 올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