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잊겠다고 다짐하고 남은 흔적을 다 찢어버릴 때가 있다. 혹은 어딘가 꼭꼭 숨겨서 숨긴 자신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억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모두 삭제하려고 애쓰고 정말 그렇게 잊었다고 믿는 날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찢어 버린 조각의 하나를 어느 날 발견한다면… 일테면 상대방의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버렸는데,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그렇게 찢어버린 편지의 한 조각을 발견한다면… 자신도 찾지 못할 곳에 숨겼던 흔적을 어느 날 원치 않는 순간에 찾는다면….
뮤즈의 “I’d cut your name in my heart“란 가사는 항상 이런 상상을 하게 한다. 몸속에서 당신의 이름을 갈기갈기 찢어서 다 잊었다고 믿었는데, 그 이름의 스펠링 하나가 남아서 가시처럼 몸을 찌르는 순간. 그 순간이 떠올랐다.
완벽한 망각이란 있을 수 없고, 어느 불시의 순간에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들이 찾아와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곤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가장 두려워한다. 결국 언젠가 어느 돌발적인 상황인 것처럼 이 순간이 올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