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 기억을 구성하기

[브로큰 임브레이스] 2009.12.27.일. 14:40. 아트하우스 모모 B4층 1관 F-15.

확인하니 개봉한지 꽤나 된 영화네요. ;; 전 최근 개봉한 줄 알았습니다. 하하. 그래서 일요일에 무리해서 영화관에 두 번 갔습니다. 물론 덕분에 선착순으로 준다는 단행본도 한 권 얻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는 종류의 책은 아니라서 난감;;; 암튼 줄거리를 모르고, 정보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극장에 갔습니다. 최근 개봉작인데 단 한번 상영하는 줄 알았거든요. ㅡ_ㅡ;;

영화는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감독이었던 주인공은 과거 다른 사람의 편집으로 자신의 영화가 엉망이 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영화를 새롭게 편집하고자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당시 영화를 촬영하고 영화 편집이 망쳐지는 과정을 회고합니다. 이 과정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사건, 다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이기도 하죠. 그리하여 과거 영화를 다시 재편집하는 과정은 과거의 기억을 새롭게 편집해서 다른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기도 하지만, 기억이 (재)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이 영화엔 게이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에서 게이 캐릭터야 새로울 것 없죠. 솔직히 여타의 영화에서 모두가 이성애자 비트랜스젠더로만 나오는 게 더 이상하지만요. 아무려나 이 영화엔 게이 캐릭터가 여럿등장하는데요. 게이의 등장보다 게이 캐릭터의 등장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흥미로웠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관객의 두드러진 반응이 흥미로운 거죠. 아무리 퀴어영화 혹은 게이캐릭터가 유행이라고 해도, 극장에서 두드러진 반응은 야유와 거부였습니다. 제 옆자리에 앉은 이의 거부반응은 너무 노골적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엔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암튼 극장에서 나오니, 극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내리던 눈은 거리에 쌓여있고 더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거리를 캣 파워(Cat Power)의 “Maybe Not”을 들으며 걸었습니다. 마침 영화에도 캣 파워의 “Werewolf”가 나와 반가웠거든요. 그리고 “Maybe Not”은 눈 오는 날 듣기에 가장 좋은 음악 중 하나죠. 눈이 내리는 풍경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로 꼽는 곡 중 하나니까요. 그러고 보면 최근 눈이 내리는 날엔 항상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즐거운 일이죠.

기노시타 한타. 『악몽의 엘리베이터』: 집단기억, 장르의 절묘한 비유.

“그보다 서스펜스랑 미스터리는 어디가 어떻게 다른 건데?”
“조마조마한 게 서스펜스. 수수께끼를 푸는 건 미스터리예요!”
“호모의 일상 그 자체네. 근사한 남자가 가게에 오긴 했는데 이를 어쩌나. 게이일까? 아닐까? 봐, 서스펜스와 미스터리 종합 세트잖아.”
-기노시타 한타. 『악몽의 엘리베이터』(김소영 옮김. 파주: 살림, 2009)


이번 달엔 이래저래 바빠 책을 몇 권 못 읽을 줄 알았다. 근데 어쩌다보니 논문을 제외하고도 10권은 읽었으니 아주 게을렀던 건 아닌 듯.

일본에서 1970년대 숟가락을 구부리는 초능력을 가진 초등학생 사건은 현대일본 작가들에게 일종의 집단기억을 형성한 걸까? 미야베 미유키의 『용은 잠들다』엔 관련 내용이 꽤나 자세하게 나온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에선 상당히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한다. 그리고 기노시타 한타의 소설, 『악몽의 엘리베이터』에도 초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숟가락을 구부리는 장면이 나온다. 1990년대를 한국에서 보낸 사람들에겐 “개구리 소년들”이 일종의 집단기억일 수 있을까? 뉴스를 안 보던 나도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로 그 시절 한국사회는 “개구리 소년들”로 들끓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오늘날 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작가들이나 출간한 소설을 잘 안 읽으니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잘 모르겠다. 딱히 어디에서 읽은 기억도 없고. “개구리 소년들”보단 서태지가 더 강한 인상을 준 거 같기도 하고. ㅡ_ㅡ;;

암튼 『악몽의 엘리베이터』는 무척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소설을 끝까지 읽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굳이 독후감을 쓸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난 독후감을 잘 안 쓴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위에 인용한 구절이 재밌어서. 장르의 특성만 뽑아서 얘기하자면, 정말 절묘한 구절이다. 그래서일까? 커밍아웃과 파트너를 찾는 과정을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로 풀어간 영화가 있었던 것도 같다. 암튼 이 책엔 게이(책에선 “호모”로 표현)가 등장하니 조만간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 기증할 예정이다. 혹시나 그 전에 이 책을 깨끗하게 읽고 돌려주실 분이 계시면 리플 다세요…라고 쓰지만, 아무도 안 달 거 안다;;; 아울러 이럴 땐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어렵지 않은 분에게만 빌려 줄 수 있지 우편으로 주고 받기는 애매하다. 우편료가 책값보다 비싸기 때문;; 아무려나 혹시나 원하시면 빌려드릴게요. 🙂

2009 LGBT인권포럼을 합니다.

2009 LGBT인권포럼을 합니다.
많은 참가 바라요. 🙂

주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www.lgbtact.org)
일시: 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13:00-
장소: 이화여대 ECC155호(Gate2)

13:00- 등록
13:30- 전체마당: 포럼소개, 인사나누기
14:00- 그룹토론1: 지역에 기반한 LGBT 운동의 가능성과 전망
          그룹토론2: 청소년 성수수자 운동 어디로 가야할까?
16:30- 전체토론: 성소수자 정치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