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바람 근황

01

며칠 전 아침, 잠에서 깨어 옆을 보니, 바람이 발라당 누워서 자고 있었다. 정말 사람처럼 바른 자세로 자고 있었다. 아아.. 너무 귀여워서 배를 쓰다듬쓰다듬 해주었지. 크.

… 결국 잘 자고 있는 바람을 깨웠다는 얘기. ;;

02

가끔 바람의 턱에 있는 털이 곤두설 때가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침을 흘려 덕지덕지 붙은 것만 착각을 일으키는데, 그럴 때마다 덜컥 무섭다. 리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턱을 쓰다듬어 준다. 잘 마른 털이란 걸 확인하기 위해서다.
일상의 자잘한 순간에 겪는 이 불안은 아마 평생 함께 하겠지… 리카에게 늘 미안하다.
03
작정하고 캣베드를 샀는데 바람이 쓰질 않는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앉을 방석으로 쓸까? 손님 접대용 방석으로 쓸까? ㅠㅠㅠㅠㅠㅠㅠㅠ
+
오랜 만에 사진. 🙂

사진이 좀 이상하게 편집되었지만 재편집하기 귀찮아서 그냥 올림. 크. ;;;
오랜 만에 건진 혀 낼름 사진. 후후.
(아아.. 방금 자기 사진 올리는 거 알았는지, 글쓰고 있는 내 앞에 와선 모니터를 한 번 훑어보고 갔음.)
이것도 혀 낼름. 후후.
요즘 바람은 아침마다 혀로 내 얼굴을 핥아준다. 날 깨우기 위한 방법데, 난 그냥 가만히 있는다. 은근히 좋아서. 흐흐.
(방금, 노트북과 책상의 모서리 사이 좁은 곳을 지나가려다가 바람은 휘청, 떨어질 뻔했고, 혼자 놀란 바람은 서둘러 책상에서 뛰어내려선 후다닥 도망갔다. 누가 보면 내가 때린 줄 알겠다. -_-;; 지금은 다시 데려왔고, 책상 위에서 그루밍 중.)
어릴 때도 바람은 이렇게 잤는데.. 꼭 다리 하나는 어딘가에 걸친다니까. 크.

잡담 이것저것

01

방치하려 한 것은 아닌데 저도 모르게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지난 주말에 블로깅하려고 했는데 자느라 못 했더니 얼추 일주일 동안 새 글을 쓰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02
또 트래픽초과가 나오네요.. -_-;;;
03
오늘 아침 최저 기온은 영상 2도. 0도였으면 딱 좋았을 텐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온의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기뻐요. 날이 지금보다 더 차가우면 저는 조금 더 기쁘겠지요. 후후.
04
박사학위논문 주제 말고, 그에 버금가는 트랜스젠더(혹은 비규범적 젠더 주체) 역사 쓰기 말고, 현재 장단기간 공부해서 쓰고 싶은 논문 주제가 얼추 열 개 정도 있습니다. 그 중 어떤 것은 가급적 출판했으면 하고 어떤 것은 그냥 제 고민을 풀기 위한 것입니다. 그 중 어떤 주제는 단행본 수준으로 풀어야 하고 어떤 주제는 학술지 논문 분량 정도로 풀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주제가 쌓여 있으니 좋을 것 같지만 마냥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지금 현재 쓸 수 있는 주제에 밀리다보면 영영 못 쓰는 주제가 생기기도 해서요. 물론 제가 쓰는 주제의 대부분이 시기를 타지 않으니 큰 상관은 없습니다. 아이디어 메모는 남겨두고 있으니 언젠간 쓰겠지요.
04-2
공부를 하면 역시 돈이 많이 들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은 좀 덜하지만 내년 혹은 내후년이면, 석사 때 했던 말을 또 반복하겠지요. “공부는 귀족이나 하는 거야”라고. 생활비도 빠듯한데 책을 사거나 논문을 출력하려면 돈이 드니까요. 귀족도 아닌데 공부를 하려니 통장 잔고를 계산하는 일이 늘어납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그만두진 않을 겁니다. 제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요. 제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제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제 몸으로 겪는 온갖 고민을 풀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포기하는 일은 없습니다. 좀 더디하는 일은 생겨도요. 그리고 제가 언제는 돈이 많아서 공부했나요. 통장 잔고를 걱정하며 공부를 하는 일은 일상인 걸요. 그래서 특별한 고민도 아닙니다. 그냥 때가 되면 기록하는 일상이죠.
04-3
그렇다고 집에 책과 논문이 많냐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함정! 어쨌거나 박사과정에 진학했는데, 집에 이렇게 책이 없어도 괜찮을까 싶게 책이 없습니다. 누구에게 말하거나 보여주기 참 부끄러운 수준이에요. ㅠㅠ
결국 공부도 안 하면서 공부하는 티만 내는 것이죠. 크크크. 블로그 운영의 장점은 이렇게 티내고 ‘척’할 수 있다는 것. 으하하.
05
며칠 전 또 한 번 바람의 동생을 들일 뻔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ㅅ;
두 달된 아깽이를 임보할까 했습니다. 바람과 성격이 잘 맞으면 아예 입양하려 했고요. 근데 바람이 예방접종을 전혀 안 해서, 임보를 요청하려던 곳에서 철회했습니다. 일전에 예방접종을 전혀 하지 않은 곳에 임보를 보냈다가, 기존 집에 있던 고양이들이 범백에 걸렸다면서요.
결국 바람의 동생은, 아는 사람의 집 고양이가 아이를 낳았을 때 들이는 가능성 뿐일까요…
전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요. 그냥 여아고 2-3달 정도면 됩니다. 물론 일주일 가량 임보기간은 필요하고요. 바람과 성격이 안 맞는데 억지로 같이 지내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06
아무려나 이렇게 일상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고양이] 이불, 기억

새벽, 추워서 잠에서 깼습니다. 많이 쌀쌀하더라고요. 지금까지 한여름 이불을 덮고 잤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 가을 이불은 없고 비몽사몽 상태로 겨울 이불을 꺼냈습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겨울 이불을 꺼내는데, 리카가 떠올랐습니다. 그 이불을 처음 사서 펼쳤을 때 리카는 이불이 맘에 들었는지 한참 꾹꾹이를 했거든요. 이불을 꺼내는 순간 리카가 떠오를 줄 몰랐기에 당황했습니다. 그리움도 함께 왔고요. 하지만 이불을 덮는 순간, 그대로 다시 잠들었습니다. 졸렸거든요.
바람은 가끔 매트리스 커버 아래에 들어가 잠들곤 합니다. 그 모습이 귀엽지만, 가끔은 덜컥 겁이 나서 일부러 바람을 깨웁니다. 커버 아래 손을 넣고 깨우는 것이 아니라 커버에 나타난 바람의 형상을 쓰다듬으며 깨우는 거죠. 대개 처음엔 반응이 없습니다. 저는 다시 열심히 쓰다듬고 “야옹”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멈춥니다.
오래, 오래 함께 하자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행복하냐고 묻지도 않습니다. 그냥 함께 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무서워서, 미래를 기약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