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화장실하이라는 게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고양이는 화장실에만 갔다 오면 기분이 고조되는 경향이 있다. 고양이마다 고조된 기분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다. 바람은 그나마 얌전한 편이다. 평소엔 정말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한다.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이리 우다다, 저리 우다다. 하지만 화장실에 갔다 오면 그냥 조용한 편이다. 반면 리카는 정말 정신없다. 평소엔 어떤 일에도 무심한 편이다. 얌전하고 조용하고 세상에 이렇게 순한 고양이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화장실만 갔다 오면, 우다다 달린다. 세탁기 위로 뛰어올라갔다가, 방과 부엌에서 우다다 달렸다가, 창턱으로 올라가 창틀을 박박 긁었다가.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면서도 우다다 달린다. 살짝 무서울 정도다.
근데 리카가 달리면 바람도 덩달아 달린다. -_-;; 둘이 우다다 달리면 파장이 크다. 어느 정도냐면, 무거운 겨울 이불을 바닥에 떨어뜨릴 정도. 아놔…
02
길에서 집으로 들어온 고양이는 건강하다는 말, 사실인지도 모른다. 아주 어릴 때말고 길에서 몇 달 살다가 집으로 들어온 경우엔 더욱 그러한 듯하다.
엄마고양이 리카는 늘 건강하다. 성격이 참 순해 집이 아니면 길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때도 많다. 바람이 리카를 괴롭히면, 리카는 화를 내지면 결코 때리지 않는다. 그냥 위협만 한다. 위협이 안 먹히면 우에엥, 울면서 자리를 피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길에서 살았다면 힘들었겠다 싶지만, 어디 아픈 곳 없으니 길에서도 잘 살았겠다 싶기도 하다. 아니, 태생이 건강하여 길에서 살아 남은 것일까?
이제 아홉 달인 바람은 발랄한 고양이다. 더 어릴 때부터 엄마와 싸웠고, 싸움에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한 성격한달까? 흐. 자기보다 덩치가 큰 고양이(=리카)에게도 이기려 드니, 길에서도 잘 살았을 거 같다. 하지만 길에서 태어나 살았다면 벌써 운명을 달리했으리라. 다름 아니라 결석때문이다. 방광결석으로 다섯 달일 때 병원에 갔다 온 적이 있다. 그나마 집에서 사니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었지, 길이라면? 결석을 예방하거나 치료에 효과를 보려면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 하지만 길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것이 물이다. 많은 길고양이가 물이 적어 고생하잖은가. 그러니 바람이 길에서 살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고 싶지 않다.
부디, 두 아이 모두 죽을 때까지 어디 아프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