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쓸 때면 늘 괴로워하지만, 글을 쓰고 있을 때도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품는다. 내 몸에서 부는 바람. 글을 쓰고 싶다는 이 바람.
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인데, 난 원고 청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미리 차단하는 경우가 아니라면(올 12월까지 마감인 원고 안 받습니다ㅠ 그래봐야 원고를 청탁할 사람도 없겠지만… 크크. ;; 원고청탁을 자주 받는 건 아닌데, 꼭 특정 시기에 몰린달까.. 올해만 해도 상반기에 마감인 원고는 학회발표문이 전부였다), 원고청탁은 다 받는다. 그래서 지금처럼 원고 마감이 몰려 괴로워하면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글을 쓰는 것이 괴롭지만 기쁘기 때문이다.
반면, 강의 청탁은 좀 갈등한다. 강의나 특강을 하는 게 낯설기도 하거니와 영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강의 청탁도 거절하지 않는다. 크크. ;;;
그럼 원고청탁과 강의청탁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원고청탁을 받을 거 같지만, 강의를 선택할 거 같다. 강의보다 원고에 더 애착이 가고, 원고를 쓰는데 품이 더 들고, 더 괴롭다. 반면 강의는 그냥 사고를 치고 만다. 크. ;; 아울러 강의는 수강생과 곧바로 소통할 수 있어 내가 더 많이 배운달까? 강의를 하고 나면 원고를 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기도 하다. 그래서 강의가, 원고보다 더 하기 싫은 일이지만, 부담은 덜하달까. 하하;;
마감이 몰려 있어 몰아서 글을 쓰고 있다. 미칠 듯이 달린달까? 머리는 아프지만, 머리에 열이 나니, 예열하는 것만 같다. 예열해서 원고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만 같다.
원고를 몰아써서 좋은 점은, 각 원고마다 주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달까? 예전이라면 한 원고에 이런저런 얘기를 몰아 넣었다. 그래서 글이 좀 중구난방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겹치는 시기에 써야 하는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주제의 원고 세 편(다섯 편인가..;;)을 쓰면서, 아이디어와 소재를 확실하게 분리하고 있다. 이건 이 글, 저건 저 글..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서 글쓰기를 배운다. 읽는 사람만 실험 대상이다. 흐흐.
암튼 이런 생활, 두 번은 안 하고 싶지만 언제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을 수 있던가? 이런 식으로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으니, 이것도 복이다. 🙂
+
오늘 원고 하나의 초고를 완성하고 수정 작업을 하다가, 혼자 흥분했다. “오, 이건 최소한 향후 10년은 널리 인용될 글이야!!”라면서… 크크크.
글을 쓰거나 퇴고를 할 때면, 어느 순간 이렇게 미쳐선, 자뻑에 빠질 때가 있다. 자뻑에 빠지는 찰나가 있으니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자뻑도 한 순간. 다음 퇴고 때면 자학의 연속이다. “이건, 너무 진부한 얘길텐데… 남들 다 아는 뻔한 얘기하는 거 같아.. 이건 논리도 없고 뭣도 없고 그냥 헛소리의 연속이야!! ㅠㅠ”라면서. 흑. 오늘 자뻑한 원고는 묵혔다가, 10월 말부터 다시 퇴고할 계획인데, 아마 그때 다시 읽으면 새로 쓰고 싶은 충동에 빠질 게 분명하다. 으하하.
결론: 오늘 자뻑한 원고는 내일 자학할 원고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