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쓰고 싶은 주제와 그 주제를 지금 내가 쓸 수 있는지는 늘 별개의 문제다. 물론 나는 많은 경우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어떻게든 쓰곤 했다. 어떻게든 뭐라도 만들려고 애쓰곤 했다. 혹은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수준에서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모색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욕심을 냈다. 아이디어는 괜찮았다. 글이 지향하는 방향성도 괜찮았다. 그런데 내가 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다루려고 하는 내용이 평소 충분히 익히지 않은 내용이었다. 7월 한 달, 관련 논문을 몇 편 읽었지만 그 뿐이었다. 논문 몇 편으로 관련 이슈를 알 수 있다는 건 오만이다. 해당 이슈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만행에 가깝다. 아니, 단지 한두 문단 인용하거나 언급할 거라면 논문 몇 편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글을 지탱하는 주요 축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논문 몇 편을 읽고 구한 얄팍한 지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많은 앎이 필요하고 삶에 엮은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삶으로 엮어내는 부분이 한없이 부족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사실 아이디어를 잡았을 때부터 해당 주제에 무지하단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글 좀 찾아 읽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란 고민을 했다. 어떻게 안 되었다. 어떻게 안 되는 수준을 넘어 내가 아는 게 너무 없어서 한 문단을 쓰기도 힘들다는 걸 확인했다. 억지로 쓰려면 쓸 순 있겠지만 변죽만 끓이다 말테고 피상적으로 떠드는 수준에 머물게 뻔했다. 그래서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연기하기로 했다. 몇 달 더 연기해서 나중에 쓰기로 했다. 나중에 쓰면 안 쓴다는 말과 같으니 특정 시점과 기회를 고정했다. 포기하는 건 그만두는 게 아니다. 포기하기 전까지 진행한 일이 내 몸에 온전히 남음과 같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음과 같다. 그러니 다음을 기약해서 좀 더 괜찮은 꼴을 갖추길 바란다. 그 사이에 얼렁뚱땅 지내지만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