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완자가. 82화 “트렌스젠더에 대하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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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비판이 적절한지는 고민입니다. <모두에게 완자가>(모완)라는 작품의 흐름 속에서 이번 화를 구절구절 비판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느낌도 있거든요. 모완의 연재 역사에서 필요한 비판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무지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애당초 이번 화는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려고 쓴 글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82화에도 드러나는 빈번한 문제(혹은 아쉬움) 중 하나는 …
mtf와 ftm을 구분해서 표기해야 하는 지점에서 구분하지 않는 건 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구분할 경우, 자기 자신을 mtf 트랜스여성, ftm 트랜스남성이 아니라 트랜스젠더로 설명하는 이들이 누락된다는 점에서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다음은 몇 구절을 논평한 내용입니다.
# “참새씨는 남자의 몸을 가졌지만 여자인, ‘트렌스젠더’다.”
-‘남자의 몸’ 아닙니다. 여성 몸의 다양한 양상 중 하나입니다. 일단, 저는 제가 남자의 몸이라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트랜스젠더의 몸으로 인식할 때가 가장 많고, 때때로 여성/여자 몸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라고 인식하거나 설명합니다. 저처럼 인식하지 않는다고 해도(각자 다 다르게 인식하기 마련이니까요), ‘남자의’ 몸이 아니라 mtf/트랜스여성의 몸 혹은 여성의 몸인데 그저 특정 신체 부위의 형태가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이 형태를 해석하는 방식(내가 해석하는 방식과 나 외에 다른 사람이 해석하는 방식, 내가 해석하고 싶은 방식과 사회에서 지배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방식 등)이 달라서 갈등이 발생하고요.
-‘가졌지만’.. 가지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몸은 가질 수 없습니다. 몸이 소유 형식일 수 있다면 트랜스젠더의 성전환수술, 다양한 사람의 성형수술이 이토록 논쟁일 수 없습니다. 몸이 소유물이라면 그리고 몸을 소유했기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주체가 따로 있다면 몸을 변형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몸이 소유물이 아니라 몸이 곧 나 자신이기 때문에 성전환수술, 성형수술 등에서 논쟁이 발생합니다. 몸이 곧 나 자신이기 때문에 연애 파트너가 mtf/ftm/트랜스젠더로 자기 설명 방식을 바꾸거나 트랜스젠더일 때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 거고요.
-‘트렌스젠더’… 아놔… 트‘렌’스젠더 아니고요. 트‘랜’스젠더입니다! 이런 기본적 단어는 틀리지 마시라고요. 그저 한 곳에 틀린 것이 아니라 제목부터 일관되게 틀리고 있습니다(‘트랜스섹슈얼’은 트’랜’스섹슈얼로 적은 것이 신기할 정도). 여담인데, 어떤 분이 트’렌’스젠더는 의료적 조치를 한 사람이고 트’랜’스젠더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구분하더라고요.. 한국에서만 가능한 해석이긴 합니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태원 트랜스젠더 업소에서 ‘트렌스젠더’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요즘은 거의 다 트랜스젠더로 바꿨습니다.
# “참새씨는 보통 남자들과 ‘성별정체성’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건 도대체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까요?
우선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는 알 듯합니다. 아마도 참새 씨는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보통 남자들과는 다르게 여성으로’ 운운하셨을 듯합니다. 준비가 안 된 사람, 트랜스젠더 이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많이 하는 설명 방식이기도 하고 트랜스젠더 자신이 종종 사용하는 서사기도 합니다. 아울러 동성애/양성애는 성적지향 이슈고 트랜스젠더는 성별정체성 이슈라고 둘을 구분할 필요도 있지요(만화에도 나와 있듯이요). 이 두 가지가 작가에게서 뒤엉킨 것이 아닐까라고 막연하게 추정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뒤엉킨 것만은 아닐 수도 있는데 이는 뒤에 나오는 구절 “성별을 바꾸는 수술” 때문입니다. 학제에서 흔히 얘기하는 섹스-젠더 구분공식이라는 설명 방식이 작가에게 없기에(섹스-젠더 구분공식을 모두가 아는 것은 아니기에 모르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섹스와 젠더(성별)를 뒤섞어 사용한 듯합니다. 그래서 작가가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하지만 매우 문제가 많은 방법)인 ‘정신적 성과 육체적 성이 다른 사람’이라는 설명을 반복하는 것이 차라리 더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즉 ‘성별정체성’ 대신 ‘정신적 성’이라고 적었다면 작가가 의도했던 내용이지 않을까 합니다.
(섹스-젠더 개념을 구분하는 논쟁이 있던 초기에, 물론 지금도 여전하지만, 젠더를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성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정신적 성’으로 표현을 바꾼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문장을 수습하려고 고민하다가, 수습이 안 될 수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작가가 ‘성별정체성’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어서라고 판단하는 것이 옳은지, 학제에서 규정한 ‘성별정체성’이 정확한 개념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기 때문입니다. 학제에서 나온 논문이라면 기본 개념도 모른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모완은 학제 논문이 아니니까요. ‘성별정체성’ 개념의 옳고 그른 사용 방식을 규정하기에 앞서, 이 용어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연구가 앞서야 합니다. 학제에선 이러이러하게 쓰고 있으니 학제가 아닌 곳에서도 이렇게 사용해야 한다는 건, 지식을 누가 판단하고 규정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야기합니다. 작가는 성별 개념을 잘못 쓰고 있다고 비판하기보다, 성별 개념이 어떻게 유통되고 쓰이는지에 대한 인류학적 조사가 더 의미있는 작업입니다.
-‘보통 남자들’이란 표현도 문제인데요. 전 이 구절이 작가의 표현이 아니라 앞서 적었듯 참새 씨의 말에서 인용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합니다. 문제는 ‘보통 남자들과 다르다’라고 말했을 때의 뉘앙스를 포착 못 하고 그냥 인용한 것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요. 어쨌거나 이 문장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제가 가진 관념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그래서 작가에게 여쭤보고 싶어요. 이 문장은 정확하게 어떤 의미냐고.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성애는 보통이고 동성애나 양성애는 특수’란 설명 방식에 작가가 동의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왜 트랜스젠더 이슈에선 이런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일까요? 역시나 ‘트랜스젠더란 낯선 이슈’를 다루면서 너무 얼었던 걸까요?
# “성별을 바꾸는 수술”
-이 구절에서 ‘성별’이 소위 ‘육체적 성’ ‘생물학적 성’을 지칭한다면, 즉 섹스를 지칭한다면 대중 미디어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성’을 지칭한다면… 흠… 그렇진 않다고 믿겠습니다. 그냥 ‘성전환수술’이라고 적었다면 가장 무난하게 넘어갔을 텐데 왜 이랬을까 싶으면서도, 성별이란 용어가 어떻게 쓰이는가를 우선 확인해야 할 부분이니까요.
-성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확인해야 하지만, 작가가 성별을 사회문화적 성인 젠더와 생물학적 성인 섹스를 혼용하고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습니다. 작가가 표현한 방식이 야기한 당혹감과는 별개로, 섹스와 젠더가 정말 분명하게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던가요? 섹스-젠더 구분 공식은 전공자와 일부에게만 의미 있는 논쟁 아니었나요? ‘일반 대중’은 이런 개념을 잘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우엔 섹스와 젠더를 구분하지 않는데 왜 트랜스젠더에게만은 유독 이를 분명하게 구분해서 적용하는지를 되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일상에서 ‘여자와 남자는 달라’라고 말할 때 섹스와 젠더는 구분되지 않고 상당히 뒤섞여 있습니다. 늘 이렇게 사용하고 있는데 트랜스젠더 이슈에서만은 둘을 구분하면서 생물학적 섹스를 본질로 삼는다면, 바로 그 방식을 파고 들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달라’란 언설이 섹스-젠더의 단선적 생애서사 운운하면서 그런 것이라고 말씀하신다면, 바로 그걸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그 서사를 내파하는 작업이 필요할 듯합니다.)
# “신체적 성과 정신적인 성이 다른 사람을 전부 트렌스 젠더라고”
-신체적 성과 정신적 성이 다르다고 느끼지 않는 저는 트랜스젠더가 아닌가요?
이번 모완을 읽으면서, 전 ‘신체적 성과 정신적 성이 다르다’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 언설의 의미를 틀어버릴 수사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하였습니다. 이 언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설명하면 곤란하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큰 효과가 없다면, 기존 언설을 틀어서 전혀 다른 의미로 재구성하는 작업도 병행해야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트렌스 젠더’가 아니고 ‘트랜스젠더’! 도대체 띄어쓰기는 무슨 이유로 한 건가요?
-인용한 문장은 수술여부와 상관없다고 얘기하면서 나온 내용입니다. 트랜스젠더를 수술 여부와 무관하게 설명한 건 좋아요. 🙂
# 작가는 얼었고 농담은 실패했고.
앞에서 저는 작가가 얼어버린 것 같다고 썼는데요. 평소 작가의 개그 감각이 실패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황새가 아이를 물어 주는 장면은 작가의 전형적 농담인데요. 그 장면이 매우 어설프게 전개되고 말았습니다. 모완이라는 작품의 맥락에선 그 농담을 더 밀고 나갔어야 오히려 좋았을 텐데요. 하지만 작가는 트랜스젠더 이슈를 다루면서 낯설어했고 얼었고 농담은 정말 어정쩡한 상태로 끝났고…
# 댓글에서 “문득 드는생각에 트렌스젠더인데 동성애자라면 정말 대박이겠네요 이런 사람도 있을까요?”
전 대박입니다. *^^*
네이버도 다음처럼 댓글 추천제도가 있으면 좋겠어요.
+관련글 추가입니다: https://www.runtoruin.com/2139
관련글 또 하나 추가: https://www.runtoruin.com/2146

잡담: 낫또, 웹툰

01
며칠 전 저녁으로 낫또를 먹었습니다. 이유는 하나. 먹기 간편하다는 말 때문입니다. 낫또를 적당히 간해서 밥에 비벼 쓱쓱 먹으면 된다는 말… 초등학생 시절 엄마님이 없으면 계란후라이와 간장으로 밥을 비벼먹던 일이 떠올랐죠. 낫또가 그렇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니!
두 개 한 팩을 구입하기 전 이것저것 찾았습니다. 낫또 특유의 미끌미끌한 느낌으로 적응하기 어렵다는 말, 적응하고 나면 중독된다는 말… 예전에 우연한 기회로 낫또를 한 입 먹은 적이 있어 미끌미끌한 느낌은 낯설지 않다고 믿었습니다. 이미 한 번 겪었으니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네, 네. 착각이었습니다. 낫또에 같이 들어 있는 간장은 가쓰오부시가 들어가서 간장도 따로 샀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비벼서 김과 같이 먹었는데요… 그냥 열심히 마셨습니다. 밥을 그렇게 후루룩 마시기는 참 오랜 만입니다. ㅠㅠ 먹을만하지만 적응이 안 된달까요. 음식을 버릴 순 없으니 서둘러 마셨습니다. 많지 않은 양인데도 다 먹으려니 까마득하더라고요.
아직 하나 남았는데 차마 다시 먹을 엄두가 안 납니다. 아아.. 어떻게 하나요.. ㅠㅠ 도대체 얼마나 먹어야 중독되는 건가요.. ㅠㅠ 정말 “not 또”인가요.. ㅠㅠ
아무려나 현재로선 낫또 살 가격으로 생두부를 사먹기로 했습니다. 흐흐.
02
혼자 읽기 아쉬운 웹툰이 몇 개 있네요. 정리할 겸 기록을 남깁니다.
김영조. “그리고….. 여름” 다음 만화속세상. http://goo.gl/T5jPF
: 이 만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9화에 있습니다. 1화부터 읽다가 ‘난감’하다 싶으면 9화를 먼저 읽으세요. 전 이런 전개가 나올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스포일러일 수도 있어 글씨를 흰색으로 바꿨으니 마우스로 긁으세요.) 추격하는 조직원이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은 mtf입니다. 주인공이 의도하지 않게 가지고 도망가는 돈을 되찾아(?) 수술을 받으려고 하죠. 전 이런 식으로 트랜스젠더를 작품에 녹이는 방식을 좋아해요.
홍작가. “고양이 장례식” “그때” “오늘의 커피” 다음 만화속세상. http://goo.gl/jo8Gx
: 단편으로 엮은 장편(?)입니다.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순서대로 같이 읽어야 합니다. “고양이 장례식”이 연재될 당시, 고양이 이야기라 특히 좋아하며 읽었는데요. “도로시밴드”를 연재할 때부터 홍작가의 그림체를 좋아해서 계속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에선 동성애 이슈를 나름 괜찮게 풀어서 좋아합니다.
초.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 네이버웹툰. http://goo.gl/AvOYM
: 이미 많은 분이 알고 계실 듯합니다. 제목 그대로예요. 참 좋아요. 🙂
03
아직 남아 있는 책 분양.. 반 정도 나갔고, 반 정도 남았습니다. 재밌는 책이 여럿 남아 있어 의외랄까요. 흐. 많이 가져가주세요.. ㅠㅠ –> https://www.runtoruin.com/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