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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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있다. 싫고 또 좋다. 집 근처 고양이에겐 그나마 괜찮은 시간이겠지. 여름이 오면 또 힘들까? 그래도 추위보단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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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은 아직도 밥을 먹으러 온다. 지난 겨울을 무사히 넘겨 다행이다. 하지만 처음 밥을 먹으러 왔을 때 만큼 자주는 아닌 듯하다. 가끔 만나기에 내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며칠 전엔 이틀 연속 융을 만났다. 융을 처음 만났을 땐 이틀 연속 만남이 새로울 것 없었지만 요즘은 드문 일이다. 더구나 그날 저녁엔 날 기다리고 있었다.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루스가 아니면 그렇게 울지 않으니 루스인가 했지만 목소리가 달랐다. 계단을 올라가니 융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웅… 배가 많이 고팠구나…
다른 아이들도 그렇지만, 내가 주는 밥으로 모든 식사를 해결하는 것 같지는 않다. 대여섯 고양이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현재 내가 주는 양은 턱없이 부족하다. 고양이 두셋이면 그럭저럭 괜찮은 양이겠지만. 그러니 다른 곳에서 밥을 찾다가 먹을 것이 없으면 집 앞으로 오는 듯하다. 혹은 배 고플 때 저 집에 가면 사료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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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는 여전히 활기차다. 한땐 아침 저녁으로 내가 밥을 줄 때면 몇 집 건너에 있는 옥상에서 자다가도 일어나 내게 다가오곤 했다. 물론 우리 사이의 거리는 50센티미터에서 1미터 사이. 나만 만나면 밥 내놓으라고, 혹은 캔사료 달라고 울기 바쁜 이 녀석은 자주 보이다가도 가끔은 한동안 안 나타나곤 한다. 뭐, 잘 지내고 있겠지.
04
융과 루스의 복잡한 관계란 뭐랄까, 묘하게 내가 당하는 기분이랄까?
집에 있을 때면 가끔 고양이가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나가면 루스는 꼭 있고, 상대는 대부분 융. 융과 루스가 영역싸움을 한 것이겠지. 루스가 터줏대감 노릇을 하려는 느낌이랄까. 이런 싸움이 먹히는 고양이도 있겠지만 융에겐 통하지 않는다. 거의 언제나 융은 밥그릇 가까이에 있고 루스는 계단 근처에 있으니까.
그리고 난 이 둘이 싸우는 소리에 밖에 나갔다가 융을 만나면, 거의 항상 캔 사료를 준다. 오랜 만에 융을 만난 반가움도 있고, 처음으로 밥을 먹으러 온 고양이기도 해서 유난히 정이 더 간달까.
첨엔 그냥 반가워서, 그리고 여전히 융에게 애정이 있어 캔사료를 주는데… 최근엔 내가 당했다는 느낌이랄까. 둘이 싸우는 것처럼 일부러 소리를 지르면 내가 확인하러 밖으로 나가고 그리하여 캔사료를 획득하는 전략. 진실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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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고양이 중, 늘 붙어다니는 흰둥이 둘이 있다. 정확히는 등부분에 깜장 얼룩이 있는 흰둥이1과 얼굴만 젖소 얼룩 무늬인 흰둥이2. 이 둘은 다른 고양이와 달리 내가 밖으로만 나가면 후다닥 도망가기 바쁘다. 멀리 떨어진 상태에선 얼굴을 확인하지만 사료 근처에선 얼굴 확인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며칠 전 저녁 재밌는 일이 있었다.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집에 왔다. 밥그릇이 비어 있기도 했고, 원래 저녁을 주는 시간이라 밥그릇을 채우고 있는데 어디선가 야옹, 우는 소리가 들었다. 어딜까 두리번거리니 저 멀리서 흰둥이 둘이 달려오고 있었다. 흰둥이1은 조용히, 흰둥이2는 나를 보곤 야옹 울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집 근처, 이웃집 담장 근처까지 와선 흰둥이2는 얼굴을 내밀곤 조용히 야옹 울었고, 흰둥이1은 눈만 조금 보일 정도로 날 살폈다. 집에 들어갔다가 5분인가 10분 정도 지나 귀를 기울이니 사료를 먹는 소리가 들렸다.
아웅… 배가 많이 고팠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도망가면서도 내가 밥을 주는 인간인 건 아는구나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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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자가 아니어서 안타깝고 부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사료를 많이 줄 수 없다는 건, 허기를 채울 정도 밖에 못 준다는 의미이자 다른 곳에서 먹을 것을 찾다가 못 찾으면 집으로 온다는 의미다. 아울러 내가 사료를 주지 않아도 살아 남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그래도 미안하고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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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저녁. 집 근처 골목을 도는데 발 아래서 뭔가 후다닥 숨었다. 동네 슈퍼마켓 앞이었고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있었다. 냉장고 아래를 보니 작은 고양이가 바르르 떨고 있었다. 덩치는 기껏해야 두어 달 되었을까? 비쩍 마른 모습이 말이 아니었다. 아… 이 험한 세상 무사히 살아 남을 수 있겠니?

[고양이] 융의 셀프입양 시도,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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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아침. 참 오랜 만에 융을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캔 사료를 주고 등을 살짝 토닥여주기도 했다. 그러며 융 특유의 꼬리를 구경했는데… 아픔만 느꼈다.
융의 꼬리는 사각형 아이스바처럼, 짧고 넓적한 편이다. 첨엔 사고로 잘린 것일까 착각했다. 그 정도로 짧다. 아울러 직사각형 모양이다. 그래서 융을 만나면 꼬리 구경하는 게 또 하나의 재미다.
이틀 전에도 꼬리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아… 몸과 꼬리가 연결되는 부분이 벗겨지고 피빛이 선명했다. 다친 것일까? 싸워서 그런 것일까? 사고라도 났던 것일까? 융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지만 내 몸이 편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겪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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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 참 오랜 만에 융을 이틀 연속 만났다. 그것도 융이 문 앞에서 끼앙, 끼앙 울고 있었다. 마침 나가는 길이었기에 겸사겸사 서둘러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갔는데, 그 틈을 타고 융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선 거실(이라고 내가 주장하는 곳)에 발을 놓기 직전이었다. 난 화들짝 놀라 ‘으악’이란 소릴 냈다. 융은 서둘러 되돌아 나왔다. 융의 2차 셀프 입양 시도.
밥 그릇엔 밥이 남아 있었지만 융은 먹지 않고 있었다. 사료를 새로 담아주니 그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융은 내게 무얼 바라는 걸까? 루스는 문이 열려 있어도 집안을 구경만 할 뿐 융처럼 들어오려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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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이 세 번째로 셀프입양을 시도하면 그땐 융을 들여야 할까? 아마 입양을 결정하는 순간, 수십만 원이 깨질 각오를 해야 한다. 아니, 백만 원 가량이 깨질 각오를 해야 할까? (통장에 그 정도 잔고가 있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의 이슈다.) 건강 검진을 해야 하고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질병검사를 해야 하고 털도 한 번 다 밀어야 하고…
입양이 쉽지 않은 것은 단순히 돈 백 깨지는 문제라서가 아니다. 바람이 어떻게 반응할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바람보다 덩치도 훨씬 큰 융이 바람의 공간에 들어온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바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나는 융을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도 융이 자꾸 신경 쓰이고 융을 만나면 거의 항상 간식사료를 같이 주고 있다. 물론 정이 들어서 이런 것일 뿐이지만. 어장 관리도 아니고, 융과 나는 참 어정쩡하고 난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또 이렇게 대답이 있을 수 없는 고민만 하고 있다.

[고양이]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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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처음 살 땐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리카가 나와 같은 언어를, 혹은 내가 리카와 같은 언어를 사용해서 리카가 하는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소통에 강박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끊임없이 얘기를 나눠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고양이와 살면서 말이 통하지 않아 상처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이 주고 받으면서가 아니라 말이 통할 것이란 기대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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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이전부터 융을 만날 수 없다. 설이 되기 며칠 전 융을 만났는데 그 이후 융을 못 만났다. 밥을 먹고 가는지도 모르겠다.
융은 처음으로 밥을 먹으러 온 아이고, 한 동안 집 근처에 자리를 잡기도 했기에 정을 줬는데.. 이 추운 날 안 좋은 상상을 하려다가 서둘러 관뒀다. 그 상상력이 만들 무서움과 공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부디 잘 지내기를…
그리고 어차피 다 스쳐가는 인연인 걸. 그냥 스쳐가는 인연인 걸…
… 이라고 어제 아침 작성했는데, 어제 낮에 잠깐 바깥에 나갔더니 융이 밥을 먹고 있었다. 너무 반가워 깡통 간식 사료를 하나 주고, 따뜻한 물을 줬다. 융은 맛있게 밥을 먹었고 그 틈을 타 난 (캔사료를 주느라 끼고 있던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등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좀 야위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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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는 이 추운 날에도 여전히 밥을 먹으러 온다. 아침에 물을 주면 그 자리에 앉아 한참 마시기도 하고. 이렇게 꾸준해서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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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대피소 박스가 스크래처로만 쓰이는 줄 알았는데, 설 전까지는 루스가 안식처로 사용했다. 그 사실을 우연히 알았다. 시험삼아 박스 근처에서 간식거리 포장을 뜯는 소리를 냈더니 후다닥 기어나오더라. 흐흐. 어떤 날은 루스가 박스 안에 있고, 허냥이가 박스 위에 올라가 있곤 했다. 하지만 비가 내리가 박스가 좀 허물어지면서 이제는 폐허가 되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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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흰둥이 둘이 어울려 있곤 한다. 어느 집 지붕 위에 둘이 딱 붙어선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그 두 고양이가 어느 날 집 앞으로 밥을 먹으러 왔다. 오홋. 종종 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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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밥이 거의 안 줄었고 어떤 날은 아침 저녁으로 밥그릇을 가득 채워야 한다. 꾸준히 드나드는 고양이도 있고 가끔 들리는 아이도 있겠지. 이 추운 날 부디 무사히 살아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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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람을 내 배 위에 올려놓으니, 뭐랄까, 그 얼굴이 매우 만족스럽고 또 푹 퍼진 것만 같은 표정이다. 흐흐. 언젠간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표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