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돈 문제

01
이사 날짜를 잡은지는 한참 지났다. 이제 이사 준비로 분주한데 새로 갈 집을 청소해야 하니, 이건 두 집 살림하는 기분이다. 하하.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잖아도 근근히 살아가는 삶인데 이사 준비에 따른 지출 증가는 은근히 스트레스.

실질적인 이사는 입금 예정에 있는 수입을 바탕에 두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어느 것도 입금이 안 되고 있다. 예상 수입 중 어느 것도 정확한 입금 일자가 없었기에 통장 잔고에 없는 비용을 책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긴 하다. 내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미래수입은 수입이 아니라는 태도 때문인데… 어째 뭔가 실수한 듯. 더구나 어떤 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아아아…

02
새로 살 곳은 방이 두 칸이라 처음엔 작은 방을 월세로 낼까 하는 고민을 했다. 이 고민을 지금이라고 아예 접은 건 아니다. 월세를 고민한 솔직한 이유는 적은 금액이라도 월세를 받으면 공과금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꿍꿍이였다. 하하. ;;; 하지만 월세로 내기엔 차마 민망하다. 여러 가지로.

월세를 낼까 고민하고 있다는 농반진반에 사람들의 공통 반응이 있었다. 내가 내건 조건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조건은 담배를 안 피는 사람, 술을 안 마시는 사람 등등. 하지만 사람들은 상대방이 나의 성격을 견디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거라고 말했다. 으하하. 백 번 동의한다. 크크크. 맞다. 내가 봐도 상대방이 나의 성격을 견딜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 중 하나는 결국 고양이 정도만이 나를 견뎌 줄 수 있지 않을까? 흐흐. 그러며 월세로 다른 사람을 들이는 고민은 접었다.

그런데 오늘 낮에, 이사 갈 집에 청소하러 갔다가 다시 월세로 방을 내놓을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다양한 형태의 집에서 살았는데, 이번에 가는 집은 또 다른 형태다. 반지하에서도 살았고, 주택가 1층 문간방(별채? -_-;; )에서도 살았고, 옥탑에서도 살았고. 부산집에선 아파트와 시골집에서도 살아 봤고. 이번엔 주택가 2층이고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2년 계약을 다 채우면 더 연장할 수도 있고, 2년을 못 채우고 이사를 준비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런 동네에 살 예정인데, 집이 상당히 낡았고 묵은 때가 상당히 심했다. 청소를 하다보니 이건 결코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집이 아니란 걸 깨달았달까.

난 가끔 기본적인 일만 처리하고 그 외의 일은 전혀 할 수가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이 상태가 좀 오래 지속되기도 하고, 몇 달만에 끝나기도 한다. 새로 이사갈 집에서 무기력 상태에 빠져 집 관리를 한번 그만두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턴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래서 월세를 매우 적게 받더라도 나를 좀 관리해줄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불안 혹은 망상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나의 성격이 문제다. 으하하.

03
봄가을에 신던 신발은 이미 물이 새는 상태였다. 그래서 봄가을 신발을 새로 사야 하는데…라고 예전에 쓴 적이 있지만 아직 안 샀다. 그리고 지금은 겨울이라 겨울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데. 눈이 내리거나 비가 오면 물이 새서, 운동화란 신발이 원래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며 그냥 지냈는데.

어제 玄牝에 갔을 때, 신발 상태를 이리저리 훑어보다가 한 곳이 심하게 찢어졌단 걸 깨달았다. 그러니 그냥 물이 새는 정도가 아니라 신발이 물을 마시는 상태랄까. 크크크. 겨울 운동화도 새로 사야 하는구나… 허허. 역시나 돈이 없다. 이사 비용 내고 나면 파산 직전으로 갈 듯? 후후. 주급으로 받는 알바가 있어 굶지는 않겠지만. 에헷.

근데 옛날 일을 떠올려보면 어릴 때부터 신발이 찢어질 때까지 신지 않은 적이 없는 듯하다. 신발이 찢어져도 그냥 신고 다녔던 적도 많고. 찢어진 걸 모르기도 했지만 신발이나 옷가지에 욕심이 없기도 하고 무심하기도 하고. 집안 형편 문제도 있긴 했지만 이건 별개로 하고. 흐흐. 찢어진 걸 알고 있어도 그냥 신고 다닌 적이 많다. 남들은 신발을 바꾸라고 하는데 내가 무심해서 상대방이 당황한 적도 있고. 큭큭.

이것보다 좀 더 재밌는 일은 라디오를 들을 때 일어난다. 진행자가 청취자 사연을 읽다보면, 어릴 때 집이 가난해서 찢어진 신발을 신고 다닌 경험이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자식들 신발이 찢어졌는데도 새 신을 못 사줘 가슴이 아팠다는 경험이 나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난 항상, 내겐 이런 경험이 없었다는 듯 들었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 사실이다. 동일한 방식으로/감정으로 경험하지 않은 일을 동일한 경험으로 묶을 수는 없으니까. (조금 딴 소리를 하면, 표면적으로 동일한 경험 같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유사한 감정으로 겪지 않은 일을 ‘다른 경험’으로 분류한다면, 인터뷰나 질적연구는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문득 궁금.)

04
암튼 이러나 저러나 다 돈 문제다. 돈이 문제다.

대청소를 앞둔 시간…

 무려 5년 전 크리스마스 전날 밤엔 이사 준비로 바빴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저도 안 믿습니다만;;; ), 이사 날짜를 25일로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밤새 이삿짐을 싸고, 뒷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 후 5년 동안 제 삶은 언제나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 아니군요. 뭔가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 제가 평생을 여유롭고 빈둥거리며 지낼 거라 믿었습니다. 모든 약속은 기억할 수 있는 정도고, 다이어리 같은 건 필요 없는 삶. 더 정확하게는 한달에 많아야 약속 한둘인 삶. 방에 콕 박혀 느긋하게 책을 읽는 삶. 알바와 학교, 그리고 책과 웹이 전부인 삶. 5년이 지난 지금 저는 동시에 서너 가지 프로젝트에 알바와 원고 쓰는 것 정도는 바쁜 축에도 안 드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알바와 원고 두엇, 프로젝트 한둘이면 그냥 평범하다고 말하는 삶. 어떤 사람에겐 너무도 바쁜 것 같은 삶이 느긋하게 여겨지는 삶. 아니, 제 주변 사람들 상당수에겐 그냥 일상적이고 평이한 방식인 삶. 이런 삶을 살거라곤 단 한번도 예상한 적 없습니다. 이렇게 살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거라 믿었는데, 많지는 않아도 꾸준히 책도 읽고 논문도 읽고 지내는 삶. 사실 전 지금의 삶이 바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일만 골라서 하고 있는 걸요. 🙂

그리고 지금 저는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 대청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밤새 대청소를 하고, 내일 낮엔 종일 잤다가 저녁에 알바를 가리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청소를 조금이라도 미루기 위해 카페에 잠시 들러 블로깅을 하고 있습니다. 으하하. ;;; 5년 전이나 5년이 지난 지금이나 이사란 핵심어로 뭔가를 하는 건 변하지 않았네요.

참, 이번엔 포장이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도 제가 직접 포장하는 건 못 할 거 같아서요. ;;; 몇몇 사람들에게 물으니, 포장이사가 나쁘지 않다고 하네요. 다행입니다. 직접 이사를 하려면 박스를 구하고, 짐을 싸느라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정신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사 가기 전에 버려야 할 짐이 많으니 할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뭐, 원고료만 타이밍 적절하게 들어오면 포장이사비용 정도는 충분히 댈 수 있으니 큰 걱정은 없습니다(근데 왜 책이 아직도 안 오는 걸까요? ;;; ). 하하.

주절주절: 어떤 일, 조용필, 우분투9.10, 집, 겨울

01
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그나저나 저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마치 저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말하는 걸 보니 정치력은 대단하세요. 🙂 그럼 이제 그들의 혐오발화는 어떻게 할까요? 폭로를 해도 2년은 지나야 가능합니다. 현재 폭로하고 싶긴 하지만, 제게 피해가 오는 게 아니라 엉뚱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니 참아야죠. 후훗.

02
지구인 님에게서 마이클 잭슨의 앨범 [This Is It]을 빌려 들었습니다. 듣다가 조용필의 라이브 앨범을 다시 들었습니다. 그러며 ‘내년엔 꼭 조용필 콘서트에 가야겠어’라고 다짐했습니다. 전 조용필이 죽지 않을 거란 환상에 빠져 있었던 걸까요? 내년엔 꼭 조용필 콘서트에 가서 신나게 즐기렵니다. 예습을 하지 않아도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를 자신은 있습니다. 후후.

03
우분투를 9.10으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우분투/리눅스는 매년 4월과 10월에 새 버전이 나옵니다. 이를테면 윈도우가 과거 XP를 냈고, 다음 버전으로 비스타, 그리고 최근에 윈도우7을 낸 것처럼요. 농담으로, 어떤 사람은 윈도우 XP가 1년에 한 번 새로 깔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우분투로 바꿨는데, 우분투를 사용하고 나선 6개월에 한 번 새로 깔고 있더라고 했죠. 하지만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물론 반드시 새로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상당기간 업데이트 지원을 계속하고, 장기지원버전이 따로 있기도 하니까요. 2년에 한번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버전도 있으니 어려움은 없죠. 2년에 한번 시스템 최적화 겸 포맷을 한다는 기분으로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

9.10은 2009년 10월에 나온 버전입니다. 10월에 나온 걸 이제야 설치했으니 늦었죠. 하지만 일부러 늦게 했습니다. 이번 버전은 초기에 불안하다는 얘기가 많았거든요. 그래도 한 달 정도 기다리면 각종 업데이트를 통해 안정적으로 바뀔 테니까요. 역시나 업그레이드를 하고 각종 업데이트를 설치하니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인터넷 결제를 안 하는 제 입장에선 이보다 좋은 OS가 없습니다. 물론 한국 이외의 지역에선 우분투/리눅스에서도 인터넷 결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요.

04
집주인에게 이사할 예정이라고 확답을 주니, 얼굴에 화색이 도네요. 아, 짜증나! ㅡ_ㅡ;;
역시 건물을 가진 자에겐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요즘이 좋긴 하겠어요. 꾸엑.

05
역시 겨울엔 이불 속에 파묻혀 귤이라도 까먹으며 추리소설을 읽는 게 최고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