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피로연, 두 번째

지난 토요일에 트랜스젠더 피로연이 있었다. 지난 3월에도 있었고 그때 행사는 다음 글을 참고..
이번 피로연은 지난 번과는 좀 다르게 그냥 다 같이 어울려 노는 컨셉이었다. 게임으로 몸을 풀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고 나면 다섯 가지 주제로 팀을 나눠서 얘기를 나눴다. 다섯 가지 주제 중 나는 연애방으로 갔는데, 트랜스젠더라서 연애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나와서 공감했다. 연애를 시작할 순간에 트랜스젠더라고 밝혔을 때 거부당하는 경험은, 실제 경험이건 예상이건 적잖은 트랜스젠더가 얘기하는 두려움이다. 이것은 파트너, 잠재적 파트너란 점에서 비트랜스젠더 일반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얘기하기엔 너무 마음 복잡한 이슈라서 쉽게 뭐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좋지만,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또 다른 마음.
그러고 나서 팀별로 요리를 만들어 대결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결과는 다음 주소를 참고하시면 될 듯.
이 많은 음식을 사람들이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배가 고팠는지 다들 잘 먹더라. 그리고 나는 당이 떨어져서, 정확하게는 고기 등 이런저런 요리를 하는 열기 앞에 있었더니 체력이 순식간에 떨어지기도 하고 눈도 좀 아프기도 해서 행사가 다 끝나기 전에 먼저 나왔다.
끝나고 나오는 길에 E와 트랜스젠더가 연애를 할 때 겪는 어려움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는데, 이 이슈는 나중에 따로 글을 한 번 쓸까 하고 있다. 설명하기 매우 애매하고 미묘한 이야기라서 근시일에 쓰긴 어렵겠지만.
아무려나 트랜스젠더와 그 지지자가 가득 모여서 떠드는 자리는 꽤나 즐거웠다. 지난 3월의 행사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고 일년에 한두 번 정도 이런 자리가 정기적으로 있어도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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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하고 그것을 나눠먹는 시간이 없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내가 요리를 못 해서 그 시간이 참 난감하기 때문이겠지. 크크크. ㅠㅠㅠ

트랜스젠더 신체검사 및 병역 처분에 관한 설문조사

9년 전 병역면제 처분을 받았는데, 9년이 지나서 병역면제처분을 취소한 사건이 얼마전 있었다. mtf/트랜스여성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http://goo.gl/INjWs1 참고.
이렇게 황당하고 화가 나는 일이 있을까 싶다.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발빠르게 ‘트랜스젠더 신체검사 및 병역 처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잘 되었다. 널리 알려지고 많은 분이 참여하면 좋겠다.
설문조사 참여하기: http://goo.gl/3xq24P
==소개글==
MTF병역면제 취소 사건과 설문조사
MTF에게 병역문제는 여러 고민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군대를 가야하나? 군대를 내가 왜 가야하나? 군대에 갈 수는 없는데.. 정말 가면 면제를 해줄까? 고민이 끊이질 않지요.
그리고 많은 준비를 한 후 병무청에 가서도 입장 전까지 고민, 들어가서도 고민, 그리고 수많은 스트레스와 차별에 마주해야 합니다.
예전부터 우리는 병무청에서 가슴 보형물을 빼고 오라고 했다, 혹은 수술을 하지않으면 면제를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등등의 병무청의 수많은 카더라 통신을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우리는 기가막힌 소식을 들어야 했습니다. 성주체성장애를 이유로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MTF 한분이 10년만에 병역기피 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병무청은 트랜스젠더를 어떻게 생각하고 등급을 주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이 목소리들은 한데 모아져, 트랜스젠더와 병역과 관련된 여러 활동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수 있으나, 이러한 차별이 있고,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목소리는 힘을 얻고, 앞으로 다른 트랜스젠더들의 신체검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의 참여 부탁드리며, 문의 사항은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기획단 (jogakbo1315@naver.com /transgender.or.kr) 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찾기 기획단

퀴어아카이브 퀴어락 반상근, 노트북, 트랜스젠더 아카이브

8월부터 퀴어락에서 주 1회 근무하기로 했다. 농담처럼 박사학위를 끝내면 퀴어락에 취직하겠다고 말하곤 했고, 퀴어락의 업무는 내게 일종의 로망이다. 물론 로망은 노망이고 현실은 다르지. 그럼에도 내가 가장 애정을 갖는 일이다. 그리고 8월부터 주 1회 근무다.
그리고 ‘원활한’ 업무를 위해 퀴어락에 두고 쓸 개인 노트북을 알아보고 있다. 퀴어락 전용 데스크톱이 있는데 나 말고도 주 1회 근무를 하는 사람이 더 있기도 하고 나로선 나만 쓰고 또 보안 문제에 있어 내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노트북이 있는게 편하니까. (공용컴퓨터에서 사용할 메일 계정이 따로 있는 1인)
처음엔 크롬북으로 확정했는데,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티몬을 둘러보다가 두 개의 노트북에 흔들렸다. 28만 원 가량의 15인치 노트북과 32만원 가량의 15인치 노트북. 둘 다 OS는 구매자가 직접 깔아야 하는데 이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업그레이할 때의 추가 비용 등을 고민한 다음 32만 원 가량의 노트북을 찜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우후후. 구매는 당장하지 않을 것이라 흐뭇한 마음만 품었는데, 집에서 크롬북이 아닌 노트북으로 작업하다가 확실하게 깨달았다. 크롬북 환경에 완전 적응했다는 사실을. 나도 모르게 크롬북의 인터페이스로 작업하려는 내 모습을 깨달으며, 아, 역시 크롬북으로 사야겠다고 중얼거렸다. 크롬북이 아닌 일반 노트북을 살폈던 건 아마존에서 바로 배송이 안 되기 때문에 배송대행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게 은근 신경 쓰이고 번거로워서였는데, 어차피 퀴어락에 추가의 데스크톱이 있다면, 웹작업이 대부분이라면 크롬북이어도 충분하겠다.
근데 여기서 가장 큰 함정은 내 통장의 잔고로는 당장 노트북을 살 수 없다는 것. 후후후. 그냥 노트북 새로 하나 사야지라는 망상에 빠져있다. 후후후.
아무려나 이렇게 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 조금 더 개입하면서, 나는 1~2년 정도 더 작업을 한 다음 내 연구소, 혹은 나의 집을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로 명명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퀴어아카이브가 필요하다면 바로 그 만큼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도 필요하다. 최근 기말페이퍼로 퀴어아카이브 관련 글을 썼는데, 그러면서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커졌다.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만들겠다고 따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1~2년 정도면 아카이브 꼴은 갖추겠다 싶다. 어디 내세울 수준은 아니겠지만. 물론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다. 그럼에도 말할 수 있다면,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퀴어라는 포괄어와 트랜스젠더라는 포괄어는 매우 많이 겹치고 또 엇나가는데, 나는 언제나 퀴어와 트랜스젠더가 함께 가야 한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트랜스젠더를 더 강하게 끌고 가길 원한다. 즉, 나는 트랜스젠더를 중심으로 퀴어를 재편하길 원한다. 두 포괄어의 겹치지 않는 어떤 영역이 있다면 바로 그 영역으로 퀴어와 트랜스젠더를 재해석하길 원한다. 물론 지금은 소박한 꿈에 불과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