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느낌: KSCRC

2005년인가,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이 즈음이라고 기억한다. 그해 2월인가 3월 어느 날, 어떤 단체에 매달 1만 원씩 10년간 자동이체를 신청했다. 통장이 살아 있는 한, 평생 자동이체를 신청하고 싶었지만 그 단체엔 CMS가 없었기에 자동이체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이체를 신청하기 까지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 이 고민은 단순히 어떤 단체에 후원금 혹은 회비를 내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고민은 몸이 경험하고 있는 긴장과 갈등이었다. 이른바 “정체성”과 관련한 고민이었다. 이때 고민은 “나는 트랜스젠더인 거 같은데, 정말 그럴까? 나를 트랜스젠더로 설명해도 괜찮은 걸까? 혹시 나는 ‘가짜’인데 트랜스젠더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였다. 이런 이유로 애증이 교차하는 연예인이 하리수다. 하리수가 봉인을 풀었지만, 하리수 덕분에 “하리수 같아야만 트랜스젠더”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방송을 통해 나타나는 하리수와 루인은 달라도 너무 달라 불안했다. “나는 트랜스젠더일까? 나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정확하게 이런 식으로 고민하진 않았지만, 대충 이런 식으로 고민했다. “가짜”일까봐, “가짜라는 의심”을 받을까봐, 불안했다. 지금도 이런 불안이 없다곤 못 한다. 어떤 자리에선 지렁이 활동가란 걸 다들 아는 자리에서도, “트랜스젠더”라는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자기 불안과 자기 의심 속에서도 조금씩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렇게 자신에게 “커밍아웃”하면서, 회원으로 가입하고 자동이체를 신청했던 곳이 그 단체, KSCRC(이하, 센터)다. 그러니까, 일종의 자기긍정의 한 방식이자 확인이라는 의례랄까, 반드시 이렇지는 않아도 나름 중요한 의미와 상징이 있다.

이렇게 각별한 곳에 요즘 종종 가야할 일이 있어, 들리곤 한다. 물론 거의 대부분이 출판과 관련한 이유에서지만, 그래도 갈 때마다 감회가 새로울 때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무려 밥도 먹었다. 센터의 전기밥솥으로!!! 아아, 말로는 표현을 못 했지만, 뭐랄까, 아아, 정말 뭐랄까…. 흐흐. 뭔가 엄청 즐거운 기분이란 건 분명하다.

+
그러고 보면 언제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남들이 나를 부정하지 않을까? 나는 경험했고 느끼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런 경험과 감정들을 가짜나 뭔가 아닌 거라고 부정하지 않을까?”하는 불안이다. 취약한 인간의 한 특징으로 취부하고 싶어도 쉽지는 않다. -_-;; 흐흐.

++
추가로 기록할 수준의 사항은 아니지만, 아무려나 오늘도 무지개 건널목 시위는 무사히 끝났다. 사실, “날 연행해가!“와 “이거 왜 이래! 나 불법시위 중이야.“(이건 [타짜]에 나온 김혜수의 억양으로, 흐흐)를 쓴 피켓도 만들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것 같아 들고 가지는 않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들 너무 수고했어요!
센터엔 시위가 끝나고 간 거였다.

8 thoughts on “각별한 느낌: KSCRC

  1. 그런걸 언행일치(..응?;)라고 해야하나.ㅎ
    각별한 느낌이라…멋진데요.ㅋ

    진짜냐 가짜냐..
    그것은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가 정하는 거겠죠..

    라고는 해도..
    쉽지 않아요.;
    저도 역시, 타인의 부정에 민감하거든요..

    1. 아하핫. 언행일치라니, 왠지 그럴 듯 해요. ^^;;;
      타인의 부정을 무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흑

  2. 또 와서 밥 먹어요! ^^ 히히 저도 루인님이 각별해요. 히히.. cms도 없던 시절.. 자동이체로 후원하던 사람도 거의 없던 시절부터 센터의 지지자!

  3. 시위 좋았겠어요.. 전 15일이 마감인 삼성 관련한 번역 때문에 골머리를 싸고 앉았어요. 3차 번개에서 잠시라도 마주쳐서 을매나 반가웠는지 모른답니다. 다음 번에 또 마주치겠죠.

    1. 한창 많이 바쁘시겠어요.
      시위는 은근히 힘이 나는 그런 행사여서 좋았어요. 헤헤.
      그나저나 그때 뵈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다음엔 얘기도 나누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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