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까지 급하게 마감해야 하는 원고가 있다. 사실 급하게 마감하면 안 되는데 멘붕 같은 일이 생겨 그렇게 되었다. ㅡ_ㅡ;;; 암튼 8월 초부터 글쓰고 퇴고하는 일에만 매달려 있는데…(라는 건 거짓말. 그 사이에 책장 정리도 조금 했고 부산에도 2박3일 갔다 왔다, 내일은 세미나도 있다;; )
원고지 150매 이내로 써야 하는 글인데 열흘 정도 시간 동안 ‘제대로’ 완성할 수는 없는 법. 그럼에도 완성해야 하는 상황. 다행이라면 그 전에 원고지 60매 분량의 초고가 있었다. 초고 내용을 확장하고 빠졌던 부분을 보충하는 식으로 얼추 이틀 만에 150매 분량을 만든 다음 계속해서 수정하고 있다. 아울러 다음주에 친구가 원고를 한 번 검토해주기로 해서 조금은 안심하고 있기도 한데…
퇴고하면서 좀 웃긴 것이… 초벌 원고에서 ㄱ문장과 ㄴ문장 사이에 좀 더 조밀한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서너 문장을 추가한 곳이 여럿있다. 그런데 추가한 문장을 ㄱ, ㄴ문장과 조금 더 잘 어울리고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는 느낌’을 주지 않도록 수정하다보니 결국 ㄱ문장과 ㄴ문장만 남았다. ㅡ_ㅡ;;; 추가한 문장을 모두 덜어냈다는 얘기. 혹은 ㄱ문장+추가한 서너 문장+ㄴ문장을 버무려서 두어 문장을 전면 수정하거나. 크크크.
아울러 초고에 추가하며 멋들어진 문장을 몇 개 썼는데 그 중 상당수를 지웠다. 내용과 안 맞거나 했던 얘기 또 하는 느낌이거나 굳이 없어도 무방하거나. 솔직히 아쉬워서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지만(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퇴고하며 살린 것도 있지만) 이런 욕심이 가독성을 떨어뜨리거나 난잡한 느낌을 줄까봐 염려되어 뺐다. 지금 내 수준에 문장 멋 낼 상황은 아니잖아. 내용 전달이라도 제대로 하면 다행이지.
지금 글이 출판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서 내용과 관련해서 밝힐 수 있는 게 없네… 출판되길 바라고 있지만 어떻게 될까나…
글의 완성도는 아직 모르겠지만 한 가지 자부하는 것은 있다. 이 글이 출판된다면 아마도 한국에서 트랜스젠더 인식론으로 작품 분석을 시도한 첫 번째 글이지 싶다. 작품 속 트랜스젠더 인물을 분석한 논문은 더러 있지만 트랜스젠더 인식론으로 작품을 분석한 글은 못 읽은 듯하다. 물론 나의 공부가 짧아 모든 논문을 다 검토한 것은 아니니 이렇게 단언할 순 없지만(혹시나 있으면 제보 부탁해요!).
아무려나 글을 쓰는 과정은 언제나 즐겁다. 자학하는 과정,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 과정조차도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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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가을부터 겨울, 알라딘-자음과모음 인문웹진에 다른 분들과 함께 글을 연재했지요. 기억하시나요? 전 화학적 거세를 괴물과 엮어서 썼고요. 그 글이 드디어 책으로 나올 듯합니다. <성의 정치, 성의 권리>란 제목이고요. 그 사이 내용을 좀 수정해서 웹진 연재 판본과 단행본 판본은 좀 달라요. 전면 뜯어고친 부분도 있고요. 흐흐흐. 한 동안 출판사에서 방치했는데 ;ㅅ; 출판사 교정 작업에 들어갔고 저자소개도 넘겼으니 오는 가을엔 정말 나오지 않을까 해요.
하지만 책이 나와봐야 바뀌는 것은 저자의 이력서 한 줄 뿐. 출판과 관련한 일을 하시는 분들은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 기분이 복잡해요. 출판한다는 것은 어떤 실천일까요? 정말 출판 작업은 운동일까요? 어떤 출판이 운동일까요? 정의와 관련한 책을 내고 많은 사람이 그 책을 읽고 감동을 받고 또 고민을 좀 바꾼다고 해서 꼭 운동은 아니니까요.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준 이웃 D에게 고마움을 전해요. 🙂
제가 루인에게 고맙죠.
이번 의자놀이 사태에서도 결국 출판노동자의 존재는 착취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밝혀짐;;;
의자놀이 사태는 또 뭔가요? 그냥 이렇게만 말씀하시면 못 알아들어요.. 제가 세상 이슈에 어두운 거 아시잖아요.. ㅠㅠ
의자놀이 책과 관련해서 재능기부가 있었다는데 이게 사실은 착취였다는 건가요.. -_-;;
트렌스젠더 인식론으로 작품을 분석한다……흥미로운 글일것 같습니다. 책으로 꼭 엮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엔 많은 글쟁이들이 있고 많은 출판인들이 있지만 그 책들이 꼭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아니잖아요. 괜찮은 책도 많은데 알려지지 않고 홍보가 되지 않아 많이 팔리지 않는게 가끔 슬플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중성을 기반으로 글을 쓰는게 꼭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구요. 대중적인 요소를 가지는 것도 능력이지만 그냥 자신에게 가까운 글을 쓰는게 소수의 독자에게 더 큰 축복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괜히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려고 대중적인 요소를 억지로 끼워넣다 보면 힘을 잃은 책이 되고 마니까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책. 대중적인 소재가 아니라 많은 독자를 만나지 못하는 짝지이지만 저는 짝지 자신에게 집중한 그 글들이 좋습니다.
위 글을 쓰고 나서 다시 퇴고하며, 제가 허풍쳤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렇게 흥미로운 글은 아닐 거예요. ㅠㅠㅠ
그나저나 이번 댓글은 은근한 듯하면서도 노골적인 짝지 자랑이네요. 아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