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 https://www.runtoruin.com/2138
00
잠깐 딴소리.
어쩐 일인지 평소보다 방문자가 늘었습니다. 변방의 무명 블로그, [Run To 루인]에 평소엔 스무 분 가량 씩이나 들리셨는데(고맙습니다!) 어쩐 일인지 어젠 서른 분 가량 씩이나 들리셨습니다! 오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모르는 게 속편하지요. 안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요.
추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검색로봇의 방문이 증가했거나(해킹 연습용이라면 트래픽 초과로 접속을 할 수 없었을 테니 해킹 연습용은 아닐 테고요) 텍스트큐브의 방문자 기록에 문제가 있거나겠지요. 텍스트큐브 자체의 방문자 기록과 구글 애날리틱스 방문자 기록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도 고민이긴 하죠.
아무려나 방문자의 앞자리 숫자가 달라져서 신기했다는… 후후.
(2005년부터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신기한 속물 블로거 루인입니다… 크.)
01
어제 쓴 글의 공개 시간을 기준으로 한 시간 이내에 오셨다면 좀 다른 글을 읽으셨을 듯합니다. 네, 서두에 쓴 글 일부를 들어냈습니다. 지금 공개하기엔 좀 더 정리해야겠다 싶어서요. 말줄임표는 글 일부를 덜어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한 표시입니다. 문단 연결이 어색한 상태라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평소엔 잘 쓴 글을 공개했냐면 그것도 아니라 새삼 무슨 사과냐 싶지만요..;; )
02
어제 쓴 글에 적어야지 하고 못 적었는데요. 제 글이 ‘모완은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문제야’라는 식으로 독해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럴 목적이 아닙니다. 저는 모완이 오래오래 연재되었으면 합니다. 82화의 트랜스젠더 이슈는 논쟁적이지만, ’80화 청소년 구독불가’나 ’69화 어쩌면'(엄마의 여고시절을 다시 해석하려고 했던 내용)은 정말 좋으니까요. 초기의 모완과 지금의 모완은 다르고 앞으로의 모완도 다를 거라고 믿습니다. 82화에 비해 83화는 또 느낌이 다르고요.
아울러 82화가 비록 제겐 어떤 불편을 야기했다고 해도 네이버 웹툰을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트랜스젠더 이슈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는 점에선 고맙기도 합니다. 일전에 경향신문 기사가 했던 것처럼 그렇게 문제를 야기할 거면 차라리 쓰지 않은 것이 좋다고 하겠지만, 모완은 좀 다른 맥락이니까요. 더 좋은 만화를 그려주길 바라는 애정이지 ‘역시 별로야, 이제 볼 필요도 없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논평을 하지도 않았겠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전 아니다 싶으면 아예 존재 자체를 무시합니다. 그리고 논평이라는 것 자체가 애정 없인 불가능한 일이고요.
03
저의 과도한 해석일 수도 있지만, 모완의 82화는 무지를 드러냄으로써 무지를 환기하려는 시도는 아니었을까 합니다. 작품에도 나와 있듯 작가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알기 위해 참새 씨를 만나고 얘기를 나눴고요. 작품 속에도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서로를 잘 아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요. 이런 무지를 드러내는 방법 중엔, ‘나도 잘 모르지만 너희도 잘 모르지?’라고 쓰며 무언가를 알려주는 형식을 취할 수도 있지만, 무지로 작품을 구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 모완이 후자의 전략을 취한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해석일 수도 있지만, 모완의 지금까지 작품이 ‘너희들이 뭐라고 해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느낌이라는데서 가능성이 없진 않은 듯합니다.
04
어제 쓴 글은 연구소 태그를 붙였기에 연구소 입장일 수도 있지만(연구원 중 한 분의 지지의견이 있었습니다만) 더 정확하게는 저의 입장에 불과합니다. 어제 쓴 글은 저의 맥락에서 제가 느낀 감정을 쓴 글에 불과합니다. 모든 트랜스젠더의 감정은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만약 제가 쓴 글을 모든 트랜스젠더의 입장으로 혹은 어떤 일반적/보편적 트랜스젠더의 비평으로 읽으신다면 그건 제가 가장 바라지 않은 방법입니다(‘… 읽으신다면 이곳을 폭파시켜야죠’라고 적으려고 했지만… 그렇게 읽으셔도 이곳을 유지할 거라..;;; 크). 보편적/일반적 비트랜스젠더의 입장과 논평이 없듯 보편적/일반적 트랜스젠더의 입장과 논평도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요..
05
동성애와 관련해서, 양성애와 관련해서,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 다양한 입장과 삶의 경험이 있듯, 모완이란 만화도 다양한 입장의 하나로 이해되면 좋겠습니다. 모완이 어떻게 모든 퀴어의 삶을 대변할 수 있겠어요. 퀴어 이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완을 읽고 동성애를, 양성애를, 트랜스젠더를 모완에 나오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 ‘제대로’ 그려줬으면 한다는 바람은 비퀴어가 퀴어를 이해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이것은 모완의 잘못이 아니라 비이성애자-트랜스젠더를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이성애-이원젠더 규범에 초점을 맞추 이 지점을 비판해야겠죠. 규범적 이성애-비트랜스젠더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 한 편 읽고 모든 이성애-비트랜스젠더는 그 만화와 같다라고 하진 않잖아요. 모완의 내용 중 문제적인 부분은 비판해야겠지만, 그 비판은 많은 퀴어 만화 중 한 편으로 위치짓는 방식이길 바랍니다.
+
이건 오랜 만에 댓글을 읽고 든 감상입니다. 신문기사의 댓글은 하앍하앍.. 아, 아니, 그냥 진중하게.. 아, 아니, 아무려나 읽고 캡쳐하는데;; 네이버 웹툰의 댓글은 평소에 안 읽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대충 훑다보니 이런 고민이 들더라고요. 물론 댓글을 쓰신 분이 제 블로그에 들릴 가능성은 매우 낮겠지만요…
05-1
그럼에도 어떤 아쉬움이 있으시다면, 모 님께서 준비 중인 레즈비언 만화를 기대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우연한 기회에(우연한 기회는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라고 써야 할 것만 같은 느낌.. 크) 현재 준비 중인 만화의 시놉시스를 읽었습니다. 흥미로운 소재에 모완과는 다른 입장에서 레즈비언의 삶을 다룰 듯합니다. 본격 공개되면 다시 소개할게요. 🙂
모 님께서 이 글을 읽으신다면, 힘내시라고 쓴 글입니다!
아울러 김비 님의 자서전과 소설, 줄리 앤 피터스가 쓰고 정소연 님이 옮긴 <루나> 같은 작품을 읽으셔도 좋을 듯합니다. 모완을 통해 트랜스젠더 이슈가 논쟁이 되었다면 그냥 논쟁으로 끝나지 않고 관련 글을 읽어보는 것도 좋으니까요. 🙂
+
오전 10시 즈음 추가.
83화에서 또 다른 히트 구절이 몇 개 나왔지요.. 이를 테면 “누가 봐도 남자인 참새씨를” “그때는 누가 봐도 여자인 참새씨를”…
전 이런 표현이 딱 모완 작가의 맥락[수준이라고 적을까 하다가 ‘수준’이란 단어의 뉘앙스가 애매해서 ‘맥락’으로 바꿨습니다]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일일이 논평할 정도의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며칠 지나 키워의 본성이 튀어나와 다다다다다 글을 쓸지도 모릅니다만…
최근 자료를 검색하다가 찾은 어느 책(2010년에 나왔음)에서 “동성연애자를 차별하는 표현”이라는 목차가 있더라고요. 83화는 딱 이 목차 같아요. 부연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그 설명이 더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랄까요.
일단 수업 준비를 하면서 논평을 더할지 말지 고민해보려고요.
관련글 추가: https://www.runtoruin.com/2146
흐흐, 제가 그 얼마 안되는 방문자 중 하나에요. 아는 분이 괜찮은 곳이라고 소개해줘서 종종 들려서 글을 읽고 가곤 했어요. 댓글은 처음 달아보네요. 한참 잊고 있다가 간만에 들려보니 모완에 관한 얘기가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모완을 보고서 뭔가 영 석연찮은 점이 있었는데, 루인님 글을 읽고 나니 혼란(?)이 더 찾아오네요ㅎㅎ
처음 여기 있는 글을 접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그 전까진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이런 이슈에 대해서 비교적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거든요…쓰다보면 아래로 구구절절히 길어질 거 같아서 이만 줄일게요. 무튼 블로그 항상 잘 보고 있어요!
ps. 그 네이버 ‘웹툰 댓글을’ 읽으셨다니 어째 존경(?)스럽네요. 전 가슴이 영 새가슴이라 신경 거슬리는 게 하도 많아서 읽지를 못하겠던데요. 그리고 모 님이 준비중인 레즈비언 만화라는게 어떤 건지 궁금하네요.
앗, 반갑고 고마워요!
혼란이 찾아오셨다니 조.. 좋은 거겠죠… 흐흐. ;;;;;;;;;;;;;;;;;;;;;
댓글 읽는 건 어떤 이슈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란 점에서 그냥 쭉 읽는 편이에요. 읽다보면 삶의 의욕도 생기고(응?) 공부를 해야겠다는 자극도 되고 ‘싸우자!’라는 전투력도 생… 아, 아닙니다..;;;;;;;;;;;;;;;;;;; 흐흐.
모 님이 준비하고 계신 만화는, 제가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듯해요. 그 내용이 만화 아이디어의 핵심이라서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궁금할 법한 지점을 다루고 있을 거라 기대가 크달까요. 정식으로 나오면 제가 아니어도 트위터 등에서 많이 홍보되겠지만 저도 여기에 홍보할게요. 🙂
솔직히 저는 모완 83화를 보고 거의 책상을 엎을 뻔했는데요.
누가 봐도 남자인 참새씨를 … 그때는 누가 봐도 여자인 참새씨를 …
…
왜냐면 누가 절더러 넌 천상여자다, 넌 누가봐도 여자다, 이러면 시신경부터 엎을 거거든요. -_- ;; 아아, 저라는 아이는 도대체 언제 클까요 ㄱ-;
솔직히 주변 FtM 애들이 전부 호르몬 하고 목소리 굵어지는 것 보면서 나만 지금 도태되는 건 아닌가 나만 왜 이렇게 생겨먹었지
화장실은 어느쪽을 가도 다 눈총받는 것 같고 (생리때는 남자화장실을 쓰기가 무서운데;;;;)
그런 상황에서 완전 insecure 한 심리상태가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요 ㅠㅠ
게다가 어젠 페이스북으로 아리조나 트랜스젠더 화장실 차별법에 대해서 아는사람의 아는사람하고 싸웠어요. 이건 솔직히 루인님과 나누고싶은데
조만간 루인님 메일로 아주 긴 메일을 보낼지도 몰라요.
댓글 금칙어 피하려고 노력하는 건 이제 ㅇ<ㅡ< ... 그리고 메일까지 보내면 너무 난리치는 것 같을까봐 참아왔는데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이제 질문들이 저를 뛰쳐나가려 ... ㅇ<ㅡ< 영어단어는 inclination 하고 identity 하고 ality 밖에 없었던 거 같은데요 ㅇ<ㅡ< 섹슈얼리티를 쓰려다가 그것도 안 쓰여져서 ...
동성연애자라는 용어는 어떤 맥락에서 문제화가 되는지 여쭤봐도 되나요 ㅠㅠ 무식하네요 …
무성애자 무로맨틱의 입장에서 보자면 동성연애자는 homoromantic 으로 번역될거고 동성애자는 homosexual 로 번역될 거라 그런 문제가 있긴 한데.
이미 드러누우셨으니 메일이 와도 놀라지 않을게요.. 흐흐. ;;;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메일 주셔요. 다만 답장은 주말에나 드릴 수 있을 듯하지만요. 간단한 메일엔 바로바로 답장을 하는데 고민이 좀 필요한 메일은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
고민하고 계신 부분을 제가 얼마나 잘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지만 도움이 되신다면요!
83화는 곱씹을 수록 쓸거리가 많은데 글을 새로 쓸지 말지 고민이에요. 수업과 다른 준비로 쓸 여유가 될까 하는 걱정도 있고요.
지적하신 부분은 정말.. 뭐랄까… 아니… 오프라인에서 그 얘기들었다면 싸움 났을까요? 크. ;;;
동성연애가 동성애의 다양한 삶의 양식을 무시하고 연애질 혹은 성적관계만 지칭하는 용어란 점에서 1990년대부터 관련 단체에서 많은 문제제기를 했고 이제는 일종의 혐오 혹은 비하표현으로 자리잡고 있달까요.
근데 로맨틱을 연애로 번역할 수 있나요? 잘은 모르겠지만 연애로 번역하면 로맨틱의 의미가 상당히 축소되는 느낌도 있어서요. 아.. 어렵네요…
00번의 이유는, 어제 트위터에 어느 분이 아래 게시물을 링크하셔서.. 그 글을 사람들이 리트윗하거나 관심글로 지정하구… 그러면서 퍼지고 퍼진 결과가!!! ㅋㅋ
링크타고 오셨던 분들이 꾸준히 여기 방문해주셔도 좋겠네요. 아마 그렇게 될 거예요!!!
아, 그런 이유가..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이런저런 글을 읽고는 ‘여기 이상하다’며 돌아가시는 분이 더 많을 거예요.. 흐흐흐.. ㅠㅠㅠ
저도 루인님 처럼 모완이 후자인 것 같아요^^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고 그래서 잘 모르는 트랜스젠더 개념을 이해하기위해 인터뷰를 한 것 같아요^^ 그 열린 태도가 전 좋습니다. 루인님 이추천한 루나 구매해서 읽어 보려구요^^
만약 아는 척 혹은 가르치는 태도로 그렸다면 더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울러 작가 자신이 바이란 지점에서 함부로 안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이렇게 작품을 구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