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확인할 수 없지만, 스노우캣 예전 홈페이지에선, 그 유명한 대사 “내가 니 애비다.”란 말에 대한 여러 반응들을 그린 그림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중에 인상 적인 내용은, 게시판에 “다쓰 베이더가 내 아빠래요”라고 쓰는 것과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라고 반응하는 것.
블로그가 유행하고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블로그와 관련한 많은 기사들이 특집으로 다뤄지곤 한다. 그 중에서 어느 기사에선가, 직장상사에게 자신의 블로그를 들키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다. 괜히 직장 상사 뒷담화를 하는 얘기나 회사 업무와 관련한 내용을 썼다가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이유로 회사에서 잘린 사람도 있다고 했던가.
루인은 [Run To 루인]에 누가 들어오는지 거의 모르는 편이다. 아니 모르는 척 하는 편이다. 누가 들어오겠거니 대충 짐작 하기 보다는 이곳엔 검색로봇과 스팸의 구애 그리고 루인만 들어온다고 가정하고 글을 쓴다. 만약 누군가가 들어와서 이곳에 쓴 글을 읽는다는 걸 신경 쓰는 순간, 글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람도 읽을 거고, 저 사람도 읽을 거고… 라는 식으로 신경을 쓰다보면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다. 이 구절은 그 사람을 향한 건 아니지만 괜히 자기 얘기라고 여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라도 하는 순간, 모든 문장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는 들어와서 읽으리란 걸 알면서도 (고마움을 표하거나 그럴 경우가 아니라면) 이곳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걸 모르는 척 한다. 아무도 안 들어온다고 가정하고.
하지만 [Run To 루인]은 거의 모든 검색로봇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고 애써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루인에겐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글을 공개하는 순간, 각각의 글들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검색로봇에 걸리는 “웹페이지”일 뿐이다. 그러니 의외의 사람이 이곳에 온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더구나 메일을 쓸 때면 서명으로 블로그 주소가 나타나기에 메일을 주고받은 사람이라면 이곳을 온다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과 메일을 주고받을 때면, 자동서명으로 되어 있는 블로그 주소를 지우곤 했다. 알리고 싶지 않거나 알리기 조금은 난감한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알아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망설이게 하는 뭔가가 있는데, 일테면 선생님들과 메일을 주고받을 때, 잘 모르는 사라들과 메일을 주고받을 때면 반드시 지우고 보낸다. 일전에 키드님 블로그에서 “키드엄마”란 닉네임이 등장하여 키드님이 몇 시간 동안 문을 닫은 것과 비슷한 이유인데, 알아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알리기엔 망설이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성애 혈연 가족들과 메일을 주고받을 일은 없지만.)
그런데, 오늘 선생님(지도교수)께서 갑자기 사무실에 찾아와 얘기를 나누는데, 그 주제가 며칠 전 수업과 관련해서 쓴 글의 내용이었다. 즉, 선생님이 [Run To 루인]에 가끔씩 와서 글을 읽으신다는 것!!! 일시적인 패닉. 왜냐면 메일을 주고받을 때 일부러 블로그 주소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겨 둬도 들어오시지 않으리라 짐작했지만 남겨두기엔 조금은 망설이는 지점이 있어서 gmail로 메일을 바꾼 이후론 항상 지우곤 했다. (그 전 메일에 [Run To 루인] 주소가 남아 있었다.)
어떻게 할까, 혼자서 마구 흥분하다가 그냥 이렇게 쓰기로 했다. 흐흐. 왜냐면 이곳엔 검색로봇과 스팸의 애정공세와 루인 만이 들어온다고 여기지 않으면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고, 이 상황을 여기에 글로 씀으로서 이 상황을 어떤 형태로건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이 상황을 문자 속에 위치지음으로서 이야기로 만들 수 있고, 그리하여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는 ‘사건’이 될 수 있고, 혹은 이곳엔 검색로봇과 스팸의 애정공세와 루인 만이 들어오는 공간으로 (다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환상일 뿐이지만, 환상 없이 현실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으며, 환상과 현실이 그렇게 구분 가능한 것이던가?
사실, 지금의 패닉과 흥분이 일상적인 반응인지, 선생님이기 때문인지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 그 누가 [Run To 루인]의 글을 잘 읽고 있다는 얘길 해도, 이런 식으로 흥분하고 관습적인 자학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반응의 연장선 상에 있는 건지 모호하다. 다른 한 편, 잘 되었다는 느낌도 있는데, 오늘 같은 상황이 특히 그러하다. (내일 수업을 들어며 최종 결정을 하겠지만) 결국 수업을 계속 듣겠다고 고민을 하면서도 지속적인 갈등을 하기 마련이고 이런 고민 중에 선생님께 말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튼 스노우캣 방식으로 분류하자면, 게시판 형이다. 흐흐
아하~ 그 사건이 이 사건이군요! 섬뜩했겠는걸요!
하지만 덕분에 결과는 무척 좋은 것 같아요.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