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루인의 베스트

관련 글: 2006 Kid’s Best
2006 베스트 문답 추가;

예전에 키드님 블로그에서 관련 글을 읽고는 해야지 하면서도 밍기적 거리다보니 어느새 시간을 훌쩍 지나버렸다. 그래서 이제와서 하기엔 뭔가 민망한 듯 느껴져서 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 올라온 글을 읽으며, 결국 이렇게 한다.

[Run To 루인]에 쓴 글로 읽는 베스트는 여기로

루인에게 의미가 발생하는 것만 선별해서 했다. 일테면 “베스트 드라마”같은 경우, 루인은 TV을 안 보는 관계로 할 수가 없으니 생략.

2006년 베스트 책/논문
처음엔 “베스트 책”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랬더니… 읽은 책이 없어요 ;ㅅ;
직업 학생이라면서 읽은 책이 없다니;;;;;;;;; 흐으.. 농담이고요, 사실, 정말 없어요ㅠ_ㅠ
처음 느낀 이런 막막함은, 읽은 책이라고 했을 때면 항상 한국어로 된 단행본을 떠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제한하지 않고, 논문까지 포함하면
[섹슈얼리티 강의, 두 번째 – 쾌락, 폭력, 재현의 정치학](모든 논문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Riki Wilchins Queer Theory Gender Theory: An Instant Primer
Judith Butler Gender Trouble: feminism and the subversion of identity
Jacob Hale “Consuming the Living, Dis(re)membering the Dead in the Butch/FTM Borderlands”
이렇게 넷. 요즘 사는 게 이래요…흑흑흑

[섹슈얼리티 강의, 두 번째]는 특히 인터뷰처럼 실려 있는 김은실선생님 글을 좋아해서 꼽았다. 물론 변혜정선생님글과 정희진선생님글도 좋아하기 때문에 책으로 꼽을 수 있었지만.
윌킨스(Wilchins)는 젠더를 젠더권리라는 인권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은 푸코, 데리다, 버틀러를 해석하며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후기구조주의라는 것이 학제 내에서의 관념놀이가 아니라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유용한 언어임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이런 논의에서 윌킨스가 얘기하는 젠더는 백인중산층의 그것이지만, 또 다른 어떤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즐겁게 읽었다.
버틀러는, 후후, 아직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읽고 있노라면 _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루인을 만난다. 아흥.

2006년 베스트 영화
이건 너무 뻔해요.
[메종 드 히미코]
[좋아해]
[미녀는 괴로워]
(제목에 각각의 감상문을 링크했어요. 이렇게 말 안 해도 아시겠지만.)
이 중에서도 베스트를 꼽으라면 [메종 드 히미코]와 [미녀는 괴로워]의 공동. 얼마 전엔 [미녀는 괴로워]를 세 번째 보러 가려고 했지요. 아무튼 곧 갈 거예요. 후후.
※처음엔 [폭풍우 치는 밤에]를 선택했으나, 글 목록을 읽다가 [좋아해]로 바꿨음. 흐으. [다세포 소녀]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다세포 소녀]는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히히.

2006년 베스트 음반
공교롭게도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너무 행복한 일인데 루인이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애들이 올 해 신보를 발매했거든요. 그리고 그 신보가 하나 같이 다 좋다는 거죠. 후후후.
(절대 가나다순으로)
Cat Power [The Greatest] (수록곡 듣기)
Nina Nastasia [On Leaving] (수록곡 1, 2)
Muse [Bleck Hole And Rebelation] (수록곡 듣기 1:socker님의 도움을 빌려, 2)

2006년 베스트 지름
지금까지는 비밀이었지만 이제는 밝히는 사실. 아이오디오U3 4G를 샀다. (관련글) 아하하하하하 ;;;;;;;;;;;;;;;;;;;;;;;;;;;;;;;;;;;;;;;;;;;;;;;;;;;;;
뭐라고 비난하셔도 상관없어요. 행복한 걸요. 😛

2006년 베스트 강연
한겨레 인터뷰 특강 [거짓말 : 정희진 편] (어쨌거나 관련 글이라고 우김)
여이연 2006여름강좌 – 지혜 “성별 문제, 그 이후” (간접적인 관련 글)
여이연 2006여름강좌 – 채운조 선생님 “성은 젠더, 이름은 트랜스” (이미 관련성을 포기함;;;)

2006년 베스트 사건
[너 TG? 나 TG! ]: 트랜스들과의 만남
다른 글에서도 밝혔듯, 저 날의 만남으로 루인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아마 결코 잊을 수 없을 중요한 사건이에요. 평생을 살며 언급할 만한 일이기도 하고요.
물론 관련 있는 사람들과 만날 때면, 이 날의 만남 때문에 인생 꼬였다고 궁시렁거리긴 하지만, 사실 이런 말은 애정이 없으면 못하죠. 🙂

2006년 베스트 싸가지 사건
이건 정말 하고 싶은데, 없습니다! 후후후. (퍽, 퍼벅!)
죄송합니다. 생활 그 자체가 4가지인지라 딱히 떠오르지가 않는다는… 도대체 무얼 베스트로 꼽아야 할지 모르겠어요;ㅅ;
가장 심각한 건, 그런 행동이 4가지라는 자각조차 없을 때가 있다는 거… 흠, 이게 베스트다. 음하하. ;;;;;;;;

2006년 베스트 삽질 사건
솔직히, 정말 없어요.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오랫동안 고민하는 편인 루인의 성격에 기인하죠. 또한 모든 사업이 루인에게로 넘어오면 조용히 사라질 정도로(학과 운영위원선생님께서 엠티가자고 기획해보라고 몇 번인가 말씀하셨음에도 몽땅 무시했거든요;;-따지고 보면 이게 싸가지가 될 수도 있겠네요. 흐으;;;) 워낙 일을 안 벌이고 지내는 편이라 딱히 삽질을 할 일 조차 안 생겼다고 할까나… 흐으으

2006년 워스트 영화 / 음반
딱히 선택에 실패한 영화가 있나 싶어서 그냥 글 목록을 훑어보다가 발견.
[잘 살아보세]
[괴물]
[빨간 모자의 진실]
[왕의 남자](1, 2, 3, 4)
찾아보니 의외로 많다. 특히 [왕의 남자]는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반응할 영화였나 싶지만, 어쨌든 무려 네 편의 글을 쓰게 했다. 그 만큼 할 말을 많은 영화였기도 하다.
그리고 워스트까지는 아니어도 실망한 작품은 [노스 컨츄리]. 동성애혐오 발언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할 순 없다. 마냥 동성애혐오발언이 나와서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 자체가 정치적인 영화임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더욱더 좋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처음엔 왜 워스트 영화가 안 떠올랐나 했더니 그런 영화 본 적 없는 것 마냥 기억에서 지워버렸더군요. 후후.

2006년 한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변화무쌍!/중구난방;;

[영화]에라곤: (…)

[에라곤] 2007년 1월 10일 09:30, 아트레온 3관 5층 G-7, 조조로 4,000원

1.
연구실이 있는 건물의 바닥청소를 한다고 아침 07시 30분에 학교에 왔다. 연구실 문을 열기 위해서. 열쇠를 미리 맞길 수도 있지만, 청소하시는 분이 그냥 열어달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보통 아침 8시 30분 즈음해서 학교에 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의자나 소파 등을 책상 위로 올리고 도서관-_-;;;으로 갔다.

인터넷에 접속하여(맞다, 도서관엔 인터넷을 하기 위해 갔다, 냐하하 ;;;) 영화를 검색했다. [리틀 미스 선샤인]을 보려고 CGV상암을 확인하니 시간이 애매하다. 자주 가는 아트레온엔 딱히 보고 싶은 영화는 없었다. 9시 30분에 [에라곤]을 할 뿐이었다. 무슨 영화지? 광고로도 접한 기억이 없다.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글에 따르면 대충 판타지인가 보다.

매점으로 가서 아침을 먹으며 영화를 볼까 그냥 책을 읽을까 갈등했다. 망설이다가 밥을 다 먹고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원래 이런 거다. 그냥 충동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2.
조조를 볼 때 좋은 건, 영화관을 나서면서 눈부신 햇살을 볼 수 있다는 것. 아마 아트레온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조조를 본 후 문을 나서면, 눈이 부시다. 이 느낌이 좋다.

이왕 나선 김에 밥을 사갈 요량으로 맛이 나쁘지 않는 근처 가게에 들러, 포장주문했다. 입이 까다롭지만 그런 만큼이나 대충 아무거나 영양분만 섭취하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루인이니 11시 30분 즈음에 산 포장음식을 15시 즈음에 먹는다고 해서 불평이 있을 리 없다.

1시 즈음에나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청소하시는 분이 말했지만, 혹시나 해서 12시 30분 즈음 사무실에 들어서니, 이미 잘 말라 있었다. 지난여름에도 12시 즈음에 사무실에 들어갔었다.

그나저나 버틀러는 멋지다. 아흥. _

3.
사실, 2번까지로 끝내려고 했다. 그럼 이 영화에 대한 완벽한 감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관까지 갔는데…

아무튼 영화관에서 영상도 봤으니 대충 얘기하자면, 조금도 관심이 없던 [그놈 목소리]는 강동원이 나온다고 해서 관심을 가져볼까 고민 중이다. 강동원을 좋아한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불현듯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떠올랐다. 하지만 예전에 어느 인터뷰 기사를 읽고, 그 자신 만만함에 끌렸던 흔적이 몸에 있어서가 더 정확하리라. (이런 맥락에서 김아중도 꽤나 멋지다. 기억을 믿을 수 있다면, 한 인터뷰에서 김아중은 영화가 성공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물론 자기가 나와서가 아니라 완성한 필름을 봤을 때 재밌다고 느꼈기 때문에.) [마리 이야기]의 감독 작품인 [여우비]는 의외로 재밌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홍보 영상만 봤을 땐 지브리 작품인 줄 알았다. 오마쥬인가? 노골적인 장면이 너무 많은데, 특히 (루인의 필통이기도 한) 고양이버스를 닮은 장면에선 지브리나 미야자키의 신작인 줄 알았다. 그러기엔 배경과 인물이 엇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4.
맞다. 영화감상문을 쓴다면서 영화에 대해선 조금도 언급하지 않는 것. 애초 이 글을 쓰면서 하고 싶었던 것은 그거였다. 완전 무시하자는 거다. ;;; 그래도, 이번엔 진짜 언급하자면….

영화가 끝나고 평소처럼 씨네21과 필름2.0을 샀다. 그러며 씨네21을 펼치고 [에라곤]과 관련한 글을 읽다가 적절한 표현을 찾았다. “[에라곤]을 젊은 장르-오타쿠가 쓴 팬픽션의 영화라고 일컬어도 틀린 표현은 아닐 터이다.“(김도훈) 특수효과를 감상할 것이 아니라면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이 좋겠지만, 어차피 루인은 영화를 보러 간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기다리기 싫어서 갔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다.

기억 된다는 것, 연상 된다는 것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문득, 어떤 무언가를 보면 누가 생각나, 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예전에 누군가는 버섯을 볼 때면 루인이 떠오른다고 했다. 예전 블로그에, 자취생활 하는 루인의 버섯요리 관련 글을 올렸기 때문이리라. 지금은 그렇지 않겠거니 짐작하지만, 버섯과 루인이라….

어떤 무언가를 보면 누가 생각나, 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문득, 끔찍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기억 된다는 것에 왜 이리도 끔찍해 할까, 궁금해졌다.

예전, 생물 시간에 후각은 다른 감각 기관과는 달라, 곧바로 뇌와 연결 되어 있다고 했던가. 그래서 냄새를 맡으면 다른 과정 없이 바로 연상할 수 있다고 했던가. 후각의 기억력이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그래서 폭력 상황에는 언제나 그 어떤 냄새가 난다고 했던가. 생물시간의 그 말을 들은 이후, 냄새가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하여 기억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지금에 와선 이렇게 묻는다, 무엇을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 않았느냐고. 무엇을 그렇게 잊고 싶으냐고.

루인은 다른 사람을 기억 못하는 만큼이나 남들도 루인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누군가가 루인을 어디선가 봤다고 하면 당황한다. 루인을 기억해준다는 말에 기뻐하기보다는 당황한다.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쩌자고 남들에게 기억될 만한 행동을 했느냐며 자신을 탓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같은 반이었던 사람들과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루인은 지금 이런 순간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 알고 지낸 누군가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그냥 막연한 어떤 풍경 정도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떤 사물을 통해 연상되는 건, 상대를 고착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걱정도 있다. 왜 이렇게도 기억되는 걸 싫어할까. 몇 년 전 알고 지낸 사람을 다른 자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절친한 친구가 아닌 한, 구태여 아는 척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루인이 상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도 일부러 그런다. 상대가 루인을 기억할리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루인은 기억에 남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루인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하다. 2004년 12월 18일에 가진 이랑 첫 모임 자리에서 사람들이 자리에 앉은 순서는 다 기억하면서도 사람들 얼굴, 이름은 금방 잊어버린다. 이랑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모임 자리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도 알아 볼 수 있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런 건 잘못이 아닌데도 종종 상당한 잘못처럼 느끼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다른 공간에서 모른 척 하면 죽여 버린다고 했지만, 그 말만 기억할 뿐 그 사람의 얼굴과 이름은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된다는 것, 연상 작용을 통해 언제나 떠오른다는 것. 당신만은 가끔, 아주 가끔 루인을 떠올려 줬으면 하면서도 맹랑한 소리라고 비웃고 만다. …잠깐! 8~9년 된 친구의 얼굴이, 문득 안 떠오른다… -_-;;; 하긴 아직도 길에서 마주쳐도 긴가민가한 걸;;;;;;;;;;;;;;;;;; 이럴 땐, 뇌의 작동이 기묘해서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ㅡ_ㅡV 결론이 이상하게 나버렸다. 새삼스럽진 않;;;;;;;;;

[#M_ +.. | -.. |
다분히 생물학과 연결해서 설명하지 않을 수 없는 이런 현상, 재밌다. 얼굴과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상황은 기억을 하는 사람과 얼굴과 이름은 기억하지만 그 상황은 기억 못 하는 사람이 만나면 어떨까?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렇다면 어떤 현상을 경험하며 몸에 남아 있는 흔적들은 어떻게 구성되는 걸까? 후후. 재밌다.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