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여지책

아래쪽 카피라이트 부분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표시를 추가했어요. 별로 하고 싶진 않지만….

며칠 전 어떤 곳에서 루인의 글 전문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꽤나 당황했거든요. 해도 된다, 안 된다, 카피라이트냐 레프트냐와 상관없이 그것과 관련해서 루인에게 아무런 말도 없었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이곳, [Run To 루인]은 마우스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요. 그 이유는 불펌을 막겠다는 것이고요. 저작권 표시를 달지 않은 이유는 스킨에 대해 몰라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 그것 보다는 표시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우스웠기 때문이죠. 그랬기에 그저 마우스 사용 금지만 함으로써 불펌을 막고자 했죠. 뭐,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인터넷 창 두 개 열어 놓고 직접 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루인은 루인의 글에 대한 ‘순수한 창작자’라고 몸앓지 않아요. 인터넷이란 공간을 돌아다니며 누군가에게 자극 받았고 이랑들과 얘기를 나누며 배우고 자랐으며 지금껏 접해온 각종 텍스트들과 뒤섞인 몸이죠. 그래서 저작권이니 카피라이트/카피레프트 개념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해요. 하지만 [Run To 루인]에 쓴 글의 전문을 루인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퍼간다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죠. 그건 단지 최소한의 예의라고 봐요. 전문을 퍼기 전에 그 전문을 쓴 사람에게 미리 말하는 건, 그 글을 쓴 사람의 저작권에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쓰기까지의 몸앓이, 그 앓이를 언어화하는 작업, 그리고 이곳에 쓰기까지의 각종 노동에 대한 예의라고 봐요.

이러나저러나 이런 표시를 한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네요.

언어 만들기

아래 무릎 펴기란 글을 쓰고 공개하기까지, 그리고 공개하고서도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루인의 의도와 상관없이(언젠가 적었지만 모든 의도는 항상 선하다, 그러니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말은 공허하다)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문제는 이 불안이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그것을 알 수 없었다.

[무릎 펴기]란 글을 쓰며 그 글을 쓰는 이유 혹은 방향은 어디에 있었을까. 쓰는 내내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랑 친구에게 말을 걸고 싶은 것인지, 리플을 쓰지 못한 그 이유를 쓰고 싶은 것인지, 그 만화 자체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물론 어느 하나만이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항상 어려 가지가 뒤섞여 있으니까.

잠시 다른 일을 하다 떠올랐는데, 어쩌면 그 만화 내용 자체를 통해 무언가 말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말을 만들며 리플을 쓰지 못한 이유와 이랑 친구에게 말 걸기를 함께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애인과 가족은 말이 없는 사이, 친구는 말이 필요 없는 사이, 동무는 말을 만들어 가는 사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말 자체도 재밌었지만 덧붙이길, 그래서 언어를 만드는 사람은 연애를 할 수가 없다고 했던가. 이 덧붙인 말이 루인에겐 더 재밌었다.

항상, 거의 항상 상대에 대한 공감과 지지와는 별도로 그 상황 자체를 얘기하고 싶어 하는 편이다. 심지어 상대가 원하지 않을 때조차 그러고 싶어 하는 욕망이 몸 한 곳에 꿈틀거려 스스로 경악할 때도 있다.

[#M_ 이 만화 | 그러니까 이 만화 |

_M#]가 그렇다. 보는 순간, 공감이 넘치지만 그와 동시에 이 텍스트 자체가 너무 많은 내용으로 말을 걸어오고 있어서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다. (라고 쓰고 있지만 뭔가 부족하다. 하고 싶은 말과는 괴리를 가지는 문자들의 나열이라니.)

아마 이런 지점들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지와 공감과는 별도로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음. (아마 그래서 젠더구조에서 언어를 만들어 가는 사람은 연애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무를 좋아한다. 단, 루인은 친구와 동무를 이음동의어로 쓰고 있다.)

[#M_ +.. | -.. | 하지만 이상케도 스노우캣은 곧 바로 루인으로 일치하는 순간들을 자주 발견한다.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지만 한 편으론 이것 역시 몸앓을 지점이다._M#]

무릎 펴기(리플을 쓰지 않은 이유)

이랑 친구의 블로그에 갔다가 재미있는 만화를 봤다. 고민으로 무릎을 펴지 못하고 누워있는 모습.

처음엔 그냥 지나갔다가, 달고 싶은 리플이 떠올랐다. “두 다리를 먼저 쭉 뻗어요. 두 다리를 먼저 뻗으면 고민도 같이 쭉~ 펴질지도 모르잖아요. (루인에게 한 말 같네요….)” 라고. 달까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관뒀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지금의 루인에겐 없다.)

그렇게 믿는다, 어차피 고민이라는 것도 몸으로 하는 것이니 몸의 자세를 바꾸면 고민도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고. 고민이 깊어 무릎을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무릎을 펴지 않아서 고민이 몸으로 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건 루인의 경험일 뿐이다. 종일 玄牝에서 지내길 좋아하지만 종종 다른 활동 공간으로 이동하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날은 우울증이 너무 심해 玄牝으로 숨어들었지만 그로인해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다. 만두베개와 매트리스 사이에 누워 있다보면 우울이 조금 다독여지지만 금방 그 자세에 짓눌려 짜부라지는 상황과 만난다. 그래서, 몸을 타고 도는 앓이가 너무 많으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이유도 그 중 하나다. 글을 쓰다가 너무 안 풀리면/더 복잡해지면 글을 쓰는 몸에서 벗어나 잠깐 외출을 한다거나 하는 이유도 그래서이다. (물론 몸의 자세를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어제 밤에도 만두베개와 매트리스 사이에서 샌드위치 속이 되어 있지 않았던가.)

…진부해서 누구나 알고 있고, 친구는 루인 보다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기에, 아니,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친구에겐 친구만의 방식이 있다는 걸 믿기에 그냥 쓰지 않았다. 또 어떤 날엔 다리를 뻗으면 막다른 길이 아니라 꺾어진 길임을 알게 되리란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무릎을 펴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 표현 하지 않고 조용히 응원하지만 또한 표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기에 이렇게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M_ +.. | -.. | 리플을 쓰지 않은 이유를 알기 위해 쓴 글이면서 루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에 트랙백을 보내지 않았어요.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