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루인 그리고 잡설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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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몇 개의 글을 쓰고도 비공개로 두고 있다. 어떤 글은 공개로 돌렸다가 비공개로 바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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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하나의 글을 썼지만 그냥 비공개로 두고 민우회 강좌에 갔다 왔다. 재밌었고 즐거웠다. 어쩌면 후기를 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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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루인은 사이보그라고 몸앓는다. 그 가장 대표적인 징후는 이곳, [Run To 루인]과 루인을 뗄 레야 뗄 수 없음을 깨달을 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이곳을 떠올린다. 특히나 상대방이 이곳을 알고 있는 경우면 더더욱. 가끔 대화 중 순간순간 말이 막히는데, 당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이미 이곳에 쓴 글일 때 그렇다.

했던 말 또 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상대방이 이미 이곳의 글을 읽었는데 또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아무튼 이런 몸 상태에 들어설 때 마다 이곳과 루인은 연결되어 있고 이곳은 루인/몸의 연장, 확장이면서 동시에 이곳이 곧 루인이기도 하겠다는 몸앓이를 한다.

하긴, 일전에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재구성하며 간과했던 내용 중 하나는, 사실 이 ‘나’라는 몸은 오직 ‘나’ 하나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무수한 생명체들(박테리아라던가 바이러스라던가 등등)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이런 ‘나’에 이젠,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어떤 특정 위치와도 함께 작동하고 있으니 ‘나’는 어디까지의 ‘나’인지로 또 한 번 재구성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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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루인”으로 검색하면 제일 첫 번째 나오는 것은 루인 블로그다. 으하하.

밝힐 수 있음의 권력

며칠 전, 메일로 문의를 했으나 답장이 없어서 그곳에 전화를 했다. 전화 하는 것을 워낙 싫어하다 보니 여러 날 미루며 기다렸는데 답장도 없고 메일확인도 하지 않고 해서 결심하고 전화를 했다.

보통 어떤 곳이든 전화를 하면, 개인의 집이 아닌 이상, 받는 곳이 어딘지를 밝히기 마련이다. ○○사무실입니다, 라는 식으로. 그렇게 함으로써 전화를 건 사람이 정확하게 전화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날 전화를 했을 때, 받는 사람은 그냥 “예~”라고만 했다. 순간 머뭇거린 루인도 그냥 상대방이 알아차릴 수 있는 용건의 핵심어(행여 전화를 잘못했다 해도 별문제 없을 그런)를 사용해 서로를 확인하지 않고 용건을 처리했다. 물론 나중엔 루인을 밝혔고 그래서 좀더 쉬웠지만.

전화를 끊으며, 불특정한 사람에게 자신을 밝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권력이라고 몸앓았다. “나는 ○○입니다” 혹은 “여기는 ○○입니다”라는 식의 드러냄은 사회적인 예의나 관습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어도 사회적인 폭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자의 권력인 것이다.

혹자는 한국이 채식 위주의 음식문화라고 하지만 채식주의자vegan로 살아가는 루인의 경험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채식 조리법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채식 위주는 전혀 아니며 오히려 잔치나 회식, 뒷풀이 같은 자리에서 그리고 거의 모든 음식에서 육식은 필수이다. (된장국에도 조개 등의 육류가 들어간다. 루인에게 육류란 채소나 과일 같은 것이 아닌 모든 것, 즉 유제품까지도 포함하는 언어.) 이런 문화에서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밝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연애지상주의 사회이고, 연애/커플이 정상화되고 있는 사회이기에 커플이 자신들의 연애행위나 사귀고 있는 사람을 소개하는 것은 이른바 “염장질”이라고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자신이 사귀고 있는 사람을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이성애자queer에겐 자신이 사귀고 있는 사람을 ‘누구’에게나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밝힐 때엔, 어떤 폭력이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철저히 정치적인 행위/운동이다(이 ‘운동’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성애gender문화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그런 성격의 ‘운동’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밝힐 수 있다는 건, 기존의 사회제도와 별다른 갈등을 일으키지 않거나 자신을 밝혀도 별다른 문제/폭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이들의 특권이다. 그리고 그것이 루인이 루인이라고 직접 밝히지 않은 사람에게 루인임이 밝혀지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면서 인터넷상에서 여러 개의 닉네임으로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을 살까..

현재 조교알바를 하고 있어서 매달 많지 않은(!) 알바비를 받고 있다. 첨엔 생활비에 보탤까도 했지만 그 달 그 달 쓰기엔 적지만 4달간의 조교 기간 동안 모으면 많을 수도 있어서 모으기로 했다.

애초 계획은 다 모아서 노트북을 사는 것이었다. 물론 새 제품으로 최저 가격의 노트북을 사려고 해도 4달치 알바비 그 만큼 더 필요 하지만 다른 알바를 해도 되니까. 대학원에 들어가면 왠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

하지만 실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글을 쓸 때도 [Run To 루인] 블로그에서만 제외하면 펜으로 종이에 쓰는 걸 선호하는 루인으로선 노트북으로 글을 얼마나 쓸지 의심스러웠다. 레폿을 비롯해 다른 곳에 쓰는 글은, 몸에 떠오르는 내용을 펜으로 종이 위에 쓰고 그렇게 쓴 초고를 워드작업하고 다시 프린트해서 고치고… 이렇게 하길 좋아하지 키보드로 글을 쓰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물론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닌 그런 상태. 그래서 현재는 보류 상태.

그러면서 떠오른 가능성이 외국여행과 전자사전.

외국여행은 넉 달 치 알바비면 갈 수 있다는 말에 떠오른 것이다.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가격에 맞춰 간다면 괜찮은 경험이겠다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사전이란 가능성에 끌리고 있다.

전자사전을 사고 싶었던 건, 꽤 여러 달 전이다. 그것도, 영어와 놀기 시작했으니까 전자사전도 하나 정도 있어야지 않을까, 하는 아주 가증스러운 태도로 가지고 싶어 했다. (지금 봐도 재수 없다!!) 그렇게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 누군가가 사준다는 말을 했다. 물론 그때 당장은 아니고. 처음엔 좋아 했지만 아무래도 종이사전이 편한 루인으로선 결국 사양했다. (후회 백만 번ㅠ_ㅠ)

그러다 며칠 전, 이야기를 나누다 전자사전 얘기가 나왔고, 다시금 있으면 괜찮겠다는 바람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평소 루인이 노는 공간에서야 전자사전이 필요 없지만 종종 이동하는 공간에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 두꺼운 사전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실제 사전이 없어서 아쉬웠던 적도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근데 왜 이렇게 비싸? 상상 이상의 가격이라니ㅠ_ㅠ)

어떤 의미에서, 루인에게 무엇을 살까(buy)는 어떻게 살(live) 것인가, 혹은 앞으로의 삶은 어떤 식으로 변동할 것인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다. 무언가를 소비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을 갈등하는 소심함이지만 그 ‘소심함’ 이면엔 생활 패턴, 장기간의 유용성, 앞으로의 계획 속에서 가지는 의미 등이 모두 같이 작동하기 때문이 이런 문제가 쉽지 않다.

아아, 그나저나 전자사전은 너무 비싸..잉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