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숙제하기

사실은 내일까지 해야 할 수업 과제를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나스타샤를 마주보고 앉아 3시간여 웹 서핑으로 시간을 때우며 외면하고 회피하며 적당히 청강생이란 핑계를 댈 예정이었다.

그런데 같이 수업을 듣는 이랑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고 그래서 한글2002 창을 열었다. 흠…

그렇게 한 시간이 좀더 지난 듯 하다. 아마 과제를 완성하고 제출할 것 같다. 비록 기말 레폿은 쓰지 못하겠지만(쓰지 않을 예정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쓸 여건이 아니다) 내일(방금 오늘로 바뀌었다) 제출/발표할 내용이 루인이 공부할 하나의 큰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기말까진 완성할 수 없겠지만 초기 단계에서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계기는 되는 것이다.

졸린다. 그러니 이제 곧 자야지. 냐하하.

다 못한 부분은 내일 조교실가서 마무리하고. 히히.

커밍아웃

담 주 까지 해야 하는 과제를 몸앓다가 어쩌면 다음 수업 시간에 커밍아웃 할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스쳐갔다. 그 자리 그 수업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이랑뿐인 상황에서의 커밍아웃이라..

아웃팅 되기 싫어서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 자리에서나 커밍아웃을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의심 받기 싫어서 커밍아웃하는 건지도 모른다. 수업에 발표할(지도 모를) 내용이 섹슈얼리티와 밀접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선 이반queer에 관심만 있어도 “너, 혹시..”하는 시선에 시달리기 때문에 이런 폭력적인 시선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냥 커밍아웃하는 건지도 모른다.

동시에 수업 발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선 루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설명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기에 커밍아웃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주제를 바꿀 수도 있다. 전혀 상관없는 주제, 너무 진부해서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주제. 하지만 지금의 루인/몸을 배반하고 싶지 않다. 그냥 드러내기로 했다. 그 다음 상황은 그때 고민하기로 하고.

어쩌면 한국사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 자기혐오/공포self-phobia를 과장/강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느슨한(황당한?) 식욕

요즘 들어 먹고 싶은 것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중에 몇 가지는…자장면이라든가 피자 같은 것이다. 뭐, 모르는 사람이라면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루인은 채식주의자vegan이기 때문. (비건이라서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종종 비건vegan/채식주의자를 금욕생활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먹고 싶다는 욕망은 슬금슬금 몸을 타고 도는데 그렇다고 정말 먹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일테면 최근 우연히 순대 냄새를 맡고 토할 뻔 했다.) 피자가 먹고 싶은 것은 피자라기보다는 뭔가 느끼한 것이 먹고 싶은 것이고 자장면이 먹고 싶은 것은…흠…모르겠다-_-;;

어쩌면 이렇게 먹고 싶다고 떠올리고 있는 건, 그 음식이라기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대한 불만/억압의 변형된 형태인지도 모른다. 요즘 워낙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 그것이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일종의 히스테리. 스트레스와 다른 억압을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가 없거나 몸이 말 할 수가 없어 이렇게 먹지 않는 것을 먹고 싶다는 형태로 발생한 욕망.

암튼 요즘 뭔가 별난 것을 먹고 싶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