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내가 싫어;;

지난 화요일엔 얼추 새벽 2시까지 출판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 화요일 저녁엔 촛불시위가 있었고, 수요일 오전엔 수업발제가 있었다.

수업 발제문을 대충 준비하고 촛불집회에 갔다가, 출판회의를 하고, 새벽에 玄牝으로 돌아오면서, 이대로 몸이 좀 아파서 내일 수업에도 안 들어가고, 아픈 핑계로 좀 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었다. 발제문을 다 못 쓴 상황이었고, 몸은 무척 피곤했고, 그래서 수업이 있는 날 몸이 아픈 행운 정도, 일생에 한 번 정도 있어도 괜찮다고 중얼거렸다.

우하하.

그래서 어제 블로그에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은 건 아파서냐고?
그럴 리가 없다. -_-;;

새벽 늦게 들어가서 잠들었건만,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잠에서 깨었고, 수업 발제문을 그럭저럭 완성해서 나쁘지 않은 발제를 했다. ;;; 이런 내가 싫다는 상념이 안 들었다면 거짓말이다. -_-;; 아무튼, 교정본 원고를 다시 고쳐서 넘겼고, “성전환자와 성병예방” 강의도 들었다(이 강의와 관련해서 각별히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그건 나중에, 후후).

지금은 연신 하품을 하고 있다.

정말(+추가)

공부를 그만 둬야 하나?
학제에서의 공부를 계속해도 되나?
내게 학제에서 공부할 능력이 있긴 하나?

요즘 들어 부쩍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예전엔 박사과정을 밟고 싶었지만, 지금은 석사학위 논문도 의심스럽다. 공부 자체는 즐겁지만, 학제에서의 공부는, 잘 모르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심만 쌓여간다.

+
주변에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다들 알다시피 고시란 게 중독과 같다. 그래서 조금만 더 하면, 한 해 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자기 암시를 하다가, 어느새 1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고시나 공부나 중독과 같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지, 하면서 끝없는 자기 암시와 자기 위로 사이에서 반복하다보면 몇 년, 몇 십 년, 금방 흘러간다. 이른바 희망중독이다.

어떤 웹툰에 보면, 오아시스를 몇 미터 앞두고 포기하는 내용이 있다. 예전엔 벼룩과 코끼리 이야기를 쓴 적도 있다. 재능이 있고 그래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포기하거나, 스스로 재능이 없을 거라고 믿으며 애초에 포기해서 결국 이루지 못 한다는 내용.

내게, 스스로를 냉정하기 판단한다는 건 언제나 불가능하다. 희망중독과 자포자기를 반복할 뿐. 재능이 있다고 해서 아무런 노력 없이 깨달을 수 있다는 것도 아니고, 노력을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다. 비극은 여기서 출발하겠지.

요즘 나의 처지가,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 같다. 그저 하면 되겠지, 하는 막연함, 자신의 길을 찾지 못 하고 학비와 책값을 들이붓고 있는 신세. 그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대가가 너무 커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도 쉽지 않다. 계속해서 뭔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입하는 사회에서, 뭔가를 하지 않고 그저 지내고 싶다는 바람은 시대착오적인 망상이거나 “시대낙오자, 패배자”의 변명일 뿐이다. 이런 사회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기도 쉽지 않고 하기도 쉽지 않다. 그저 무수한 낙방을 경험하면서도 또 준비하는 고시준비생 같다.

그러면서도 조금만 더 하면, “오아시스”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중독에 빠진다. 어쩌면 “그 오아시스”는 없는지도 모른다. 이 길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오아시스”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계속해서 걷고 있는 희망중독. 이렇게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겠지, 하는 희망중독. “하면 된다”, “노력하면 된다”라는 새마을운동의 구호에 너무도 익숙한 건가, 싶기도 하다.

불안불안하다. 이런 불안을 견디며 지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지만, 이런 믿음마저 의심스럽다.

“책임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USB메모리(2G) 용량이 부족하여;;; 어제 새로운 제품(4G)을 하나 샀다. 그리고 암호화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자료를 모두 옮겼다. 기존의 USB에 있던 자료들은 (직접 쓴 글을 제외하고) 모두 삭제했다.

그리고 오늘, 새로 산 USB를 포트에 꽂는데, 저장한 파일들이 다 깨져있는 것이다…!!!!!!!!!

하지만 판매처 홈페이지엔 붉고도 두꺼운 글씨체로 적어뒀다. “데이터 손상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전화를 했지만, 일단 제품을 보내주면 확인해본다는 말과 함께, “데이터 손상은 책임지지 않습니다.“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 자료들이 어떤 자료냐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모아둔 논문과 이미지들. 관심이 있는 영역이라 모은 것도 있지만, 이 자료들의 상당수는 석사학위논문에 사용하려고 오랜 시간을 들여 모은 것들이다. 그러니 석사논문에 사용할 자료들이 죄다 날아갔다는 의미.

어허허허허허. 웃음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