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이글루를 접었다. 그곳에 이곳의 정보를 남기진 않았다. 뭔가 길게 쓰고 싶지도 않, 예전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의 한 귀절만 남겼다. 사실 그곳에 들리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남기지 않아도 된다고 몸앓았다.

…라는 말은 거짓에 가깝다. 그냥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곳에 오는 사람은 루인을 오프라인에서도 아는 사람들이기에 언젠간 직접 물어볼 거라 몸앓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곳은 세 번째 블로그고 어쩌면 다섯 번째 블로그다. 그리고 이곳에 오래오래 정착할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이글루에서 그랬던 것처럼 부담없이 지내고 싶다.

날들의 흐름

이렇게 종일 玄牝에 숨어지내고 있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아는 사람이라곤 세상에 없다는 듯이, 사각형의 방 이외엔 다른 세상은 없다는 듯이.

이런 날들을 반복하고 있다. 무엇을 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틀 전, 늦은 밤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옛 일들이 떠올랐다. 잊진 않았지만 애써 기억하고 있지도 않은 일들. 이야기를 듣다 몸으로 스며 나오는 기억들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지도 모른겠다는 몸앓이를 하고 있다. 하긴, 뭐든, 핑계는 많다.

딱, 며칠 만 더 이렇게 지내기로 했다. 그리고 나면, 조금은 다른 생활 패턴을 엮어가겠지.